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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소득 줄고 기업만 증가? 20여년간 각각 6%·8% 늘어

논란된 홍영표 발언 '팩트체크' 해보니… 
“삼성이 작년에 60조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여기서 20조원만 풀면 200만 명한테 1000만 원씩을 더 줄 수 있다”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한국여성경제포럼에서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짠 결과”라며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되는 동안 가계는 더 가난해졌다”고 주장했다. 정치권ㆍ재계에서는 집권당 원내 사령탑이 반시장적ㆍ반기업적 경제 인식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7회 한국여성경제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홍 원내대표는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여성경제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강연했다. [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7회 한국여성경제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홍 원내대표는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여성경제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강연했다. [뉴스1]

 
기업만 부자됐다?…22년간 기업소득 8.1% 증가, 가계도 6% 증가 
무엇보다 홍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실에 어긋난다. 그는 “20년 전에 비해 가계 소득은 8.7% 줄고, 기업 소득은 8.4%가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5월 발간한 ‘가계ㆍ기업소득 간 성장 불균형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 국민총소득(GNI)이 연평균 6.6% 증가하는 동안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은 각각 6%ㆍ8.1% 늘었다. 기업 소득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은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인 현상이다. 보고서는 가계 소득 둔화 원인으로 ▶자영업의 침체▶순이자 소득 감소▶내수 부진 및 서비스산업 침체 등을 꼽았다. 단순하게 기업이 가계의 소득을 빼앗았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삼성전자, 협력사 쥐어짰다?…평균 영업이익률 8.5% 업계의 두 배 
“삼성전자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짰다”는 그의 발언도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모임인 ‘협성회’ 149개 회원사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8.5%로 업체 평균의 두 배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2.5% 증가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 매출 증가율(18.8%)을 앞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의 수익은 연구ㆍ개발(R&D)ㆍ투자를 통해 품질을 키우고,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면서 얻은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조세를 통해 기업의 수익을 사회에 배분할 수는 있지만, 기업의 수익을 사회의 수익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기업 조세부담 낮다?…법인세, OECD 평균보다 높고 소득세는 낮아  
“한국 기업의 조세 부담은 오히려 가계에 비해 낮다”는 그의 발언도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세수 중 법인세 비중은 1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보다 높다. 반면 전체 세수 중 소득세 비중은 17.7%로 OECD 평균(26%)에 못 미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2018년 세수전망에서 전체 국세 중 법인세 비중을 사상 최고치인 23.5%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이 기업과의 스킨십을 늘리며 ‘혁신 성장’ 쪽으로 방향을 미세 조정하고 있는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소득주도 성장 때문에 고용 쇼크가 발생했다는 지적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 판단과 결이 다른 말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청와대와 정부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노동계 출신인 홍 원내대표 입장에선 전통적인 지지층인 노동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강경 발언을 할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삼성은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달 중으로 협력사 130여 곳에 200억 원대의 생산성 격려금과 안전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협력사를 대상으로 성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정책 방향에 대한 재계의 불확실성이 되려 커졌다”고 밝혔다.
 
한편 홍 원내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그는 “돈을 나누자는 구체적인 제안이 아니라 그렇게 혜택이 돌아갈 정도로 큰돈이라는 점을 예시한 것”이라며 “재벌을 해체하자,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주장이 결코 아니며 삼성을 분해해 나눠 가질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몇몇 재벌에 갇혀있는 자본을 가계로, 국민경제의 선순환 구조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세종=손해용 기자, 이상재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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