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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먹방 으뜸은 닭백숙, 푹 익혀 청양고추까지 곁들이면...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7) 
산막에서 느끼는 티파니의 아침. [사진 권대욱]

산막에서 느끼는 티파니의 아침. [사진 권대욱]

 
먹기 위해 살든 살기 위해 먹든 그 무엇이라도 먹는 건 중요하다. 산막의 아침 먹방은 토스트에 계란프라이, 앞 과수원의 복숭아와 참외. 그리고 커피를 내린다. 커피 향 진하게 나는 산막은 티파니의 아침이 부럽지 않다.
 
다가오는 주말엔 사람들을 초대해 산막 스쿨을 열 예정이다. 무엇을 대접하면 좋을까? 아무래도 손님 모아두고 하는 식사는 바비큐 파티가 최고다. 불 피우고 문 열고 바비큐 그릴 닦고 스피커 열고 오디오 준비하고 각 방 냉방 개시하고 모닥불 불붙이고…. 이거 다 준비하는데 1시간이면 뚝딱이다.
 
손님도 많이 치르다 보면 요령이 나는가 보다. 본격적인 파티 준비를 위해 읍내로 나가 고기며 쌈장, 마늘도 빼먹지 않고 챙겨본다. 그리고 함께 곁들여 먹을 상추, 고추를 텃밭에서 공수해 온다.
 
온갖 자연의 푸성귀 갖춰놓고 입가심으로 복숭아, 자두, 사과도 따 먹는다. 매일같이 산막에 있어도 나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파티가 아니다 보니 주말 바비큐 먹방을 기다릴 때면 행복 엔도르핀이 급상승한다.
 
무더운 여름 먹방 중 으뜸은 닭
산막 바베큐. [사진 권대욱]

산막 바베큐. [사진 권대욱]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바비큐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무더운 여름 먹방 중 으뜸은 역시 닭이다. 어릴 때부터 닭을 좋아한 나는 계란마저 사랑한다. 어린 시절 외가인 경북 문경의 논밭으로 펄펄 거리며 날아다니던 생닭을 잡아 당귀, 엄나무, 옻 등을 넣고 찹쌀 가득 담아 백숙 끓이고 국물로는 닭죽 만들어 먹던 쫄깃한 기억이 생생하다.
 
함께 삶아낸 대파나 쪽파, 부추에 고기 한 점 둘둘 말아 고추장 찍어 꿀꺽하던 맛을 어찌 있겠나. 이렇듯 유년의 먹방 기억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가끔 생각나기도 하지만 준비도 번거롭고 시간도 안 돼 잊고 지냈지만, 여름이 입혀진 산막에서 어찌 그 맛을 잊으리오.
 
보양식으로 순식간에 닭백숙을 준비해 본다. 먼저 닭이 필요하다. 영계 닭이 아니라 생닭이어야 한다. 닭을 푹 곤 후 텃밭 마늘을 찹쌀과 함께 듬뿍 넣어 적당한 세기에 끓여낸다. 백숙 끓이는 냄새가 왕성한 식욕을 자극한다.
 
아무래도 오늘은 소주 한잔해야겠다. 백숙이 김을 무럭무럭 내기 시작하면 텃밭에서 따온 청양고추를 썰어 넣고, 닭살을 발라 굵은 소금에 찍어 먹으며 알뜰하게 한 솥을 다 비워내 본다. 입가심 살구 또한 궁합이다.
 
여름에 빠질 수 없는 냉면. [사진 권대욱]

여름에 빠질 수 없는 냉면. [사진 권대욱]

 
여름 먹방에 냉면이 빠질 수 있으랴? 나 냉면 좋아하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일! 웬만한 냉면집치고 내 발길 안 닿은 곳 없을 만큼 나의 냉면 사랑은 지극하니 인스턴트 냉면 따위야 쳐다나 보았겠나? 냉면은 의례 냉면집에 가 줄 서서 먹는 줄 알았지 집에서 먹는 냉면은 꿈도 꾸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난 산막 스쿨 때 어느 페이스북 친구가 가져온 이 냉면 맛보고는 “아, 이거 좀 다르구나!” 그런대로 괜찮다 했다. 그런데 그제 천둥번개 치던 날 산막서 곡우가 다시 말아준 냉면 먹어보고는 완전히 반하고 말았다. 이게 인스턴트 냉면이라니! 면발도 쫄깃 부드러울 뿐 아니라 그 육수는 가히 내가 이제껏 경험해 본 어떤 육수보다도 상큼 달콤 시원한 것이었으니 저녁 냉면 파티는 너무나 좋은 것이었다.
 
돼지 수육, 쇠고기 편육 한 점에 차디찬 소주 한잔이 아쉬웠지만 아뿔싸 어쩌랴, 너무 맛있는 나머지 이미 반이나 먹어버렸으니. 내 이다음 산막서 냉면 먹을 땐 반드시 의관을 정제하고 계란 반숙과 쇠고기 편육을 정중히 얹고 돼지 수육에 맛깔스러운 김치와 얼음처럼 찬 소주 한 잔 구색 갖춰 제대로 한번 먹어보리라.
 
인스턴트 냉면의 쫄깃한 면발과 육수 맛이란 
아, 하나 빠졌다. 밭에서 갓 따온 청양고추와 쌈장이 있어야 한다. 입안 가득 면발 말아 넣고 청양고추 큰 입 우걱 씹어 육수 곁들이면 시원 매콤 구수한 맛, 그 무엇에 비길 수 있으랴. 거기에 얼음같이 찬 소주 한 잔. 아 생각만 해도 전율이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은들 둘이 먹는 냉면은 좀 쓸쓸하다. 기대하시라 산막 냉면 번개.
 
산막에서의 주말을 마무리하며. [사진 권대욱]

산막에서의 주말을 마무리하며. [사진 권대욱]

 
즐거운 먹방 상상도 끝나고…. 산막의 주말을 마무리 짓는 나의 위치는 언제나 같다. 의자를 정리하고 테이블을 접고 창고를 닫고 바비큐 기계를 제자리에 놓고 커버를 씌우고 전선 코드를 뽑고 스피커 커버를 씌우고 원두막 테이블을 접고 수도꼭지를 담그고. 그리고 나면 나는 눕는 의자 하나, 앉는 의자 하나를 데크에 내고 지는 해를 바라본다.
 
바람과 공기를 느끼며 풀벌레 소릴 듣는다.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손도 돌아가고 고추 따는 사람들도 모두 가버린 지금, 이 순간의 적막을 즐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고 나는 또 일상의 물결에 몸을 맡길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듯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장미꽃 예쁘게 핀 마당과 뜨거운 햇살, 텃밭에 무럭무럭 자라는 배추, 상추며 고추에서도 여러 모습으로 다가오는 여름을 보며 삶을 생각한다.
 
곡우가 준비한 고추 무침에 갓 딴 상추, 버섯밥에 콩나물 냉국에도 여름이 묻어있다. 안 되겠다. 여름 먹방에 생각이 무너진다. 내일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나는 오늘의 이 여름을 즐겨야겠다. 산막에서의 주말을 마무리하며.
 
권대욱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사장 totwkwon@amba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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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