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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막는 ‘포지티브’ 규제, 후대 밥그릇 박살낼 판

기자
김진상 사진 김진상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25)
“희귀 질환 환자와 보호자보다 질병 정보에 더 밝은 공무원은 없었어요. 정부가 환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당뇨 아들을 둔 엄마가 의료정책을 바꾸게 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는 순간 스타트업도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사이공 이노베이션 허브에 모인 젊은이들이 창업 준비를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사이공 이노베이션 허브에 모인 젊은이들이 창업 준비를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4차산업 혁명시대를 살아가려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와 정부조직은 빨리 손을 봐야 한다. 수많은 규제로 변화와 혁신을 통제하려는 정부조직의 행태가 전혀 바뀔 기미가 안 보여서다. 심지어 규제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기득권의 심기를 건드리면 개혁의 대상에서 배제하려고 한다.
 
언론은 끊임없이 한국 내 전체 산업의 규제개혁에 관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탄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은 감감무소식이다.


부처 간 이해 대립 속 기형적 규제만 양산돼
부처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더 개혁하기 어려운 가운데 오히려 기형적인 새로운 규제가 계속 나온다. 이는 규제 개혁의 원칙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각생을 없애자며 지각생 신고를 받는데 지각 시간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없다 보니 신고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누구도 지각생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우리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제개혁의 대원칙은 무엇인가?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세상’일까? 이건 마치 ‘잘살아 보세’와 같은 감성적 선동 문구와 같아 수많은 부작용만 낳게 될 뿐이리라.
 
다행히 한국의 스타트업 중 미국이나 중국의 스타트업처럼 회사의 존재 이유와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든 구성원이 숙지한 채 혁신을 추구하는 곳이 꽤 있다. 이들은 빠르고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린 스타트업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린 스타트업은 단기간에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해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하며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뭔가 본격적으로 해보려 할 때 정부의 포지티브 규제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많다.
 
세계 주요 도시 별, 벤처투자 및 회수 건수 비교. [출처 CBInsights]

세계 주요 도시 별, 벤처투자 및 회수 건수 비교. [출처 CBInsights]

 
무분별한 지원도 문제다. 무분별한 지원은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선정된 심사위원들에 의해 시장 현실에 맞지 않는 무능한 창업자를 지원함으로써 시작된다. 이렇게 양성된 창업자는 본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지원사업 따내기에만 열중해 시장을 왜곡시킨다. 고객을 만족하게 하는데 집중하지 않고, 정부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사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미국 등 혁신성장을 해온 국가들은 ‘네거티브규제’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사안에 대해선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그 외엔 특별한 제한 없이 마음껏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고 시도해보는 것을 장려한다.


구시대적 포지티브 규제 사라져야
한국은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갖추고 있다.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만 나열한 뒤,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불허하는 규제 방식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의 구시대적 포지티브규제가 과연 앞으로도 유용할지 의문이다. 농경시대에서 산업화 시대로 넘어가는 마당에 농경시대의 직업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화를 향한 모든 실험과 시도를 규제하는 식이다. 이것은 다 같이 망하자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실제 한국 스타트업의 새로운 시도가 번번이 규제 때문에 좌절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사업자와 구성원들이 보호받는 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이 시대 변화에 적응할 기회를 빼앗아 기업 자신과 후대의 밥그릇을 박살 내는 상황이다. 시대의 변화 속에 새로운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규제를 만든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대한민국 유튜브 채널에서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5월 23일 라이브로 진행한 '나와라! 중기부! 스타트업에게 듣겠습니다' 영상(사진을 누르면 해당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쳐]

 
네거티브규제로 전면 개혁해 기업이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상적이고 온당한 정부의 역할이다. 혁신 의지를 짓밟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하고 반기업적 행위에 대해 최소 10배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손배제를 도입하는 등 책임 강화를 위한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지원도 지원 대상을 먼저 선별하고, 누가 봐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성과를 달성했을 때만 ‘후 지원’ 형태로 바꾸는 것이 좋다. 성과가 예측 불가능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에 맡기는 것이 상식적이다.


스타트업 애로 해결하는 ‘5분 타격대’ 만들어야
대기업은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분명한 목적의식과 책임의식을 갖고 임하는 기업가정신을 상실한 지 오래다. 결국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한 스타트업 등이 시대의 변화에 맞는 혁신과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따라서 스타트업 정책을 주도하는 중기부는 시장상인과 하청업체를 관리하는 역할에 더해 혁신 부처로 거듭나야 한다. 혁신과 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정부 부처 간의 모든 갈등과 이해 상충을 해결하는 ‘5분 타격대’와 같은 부서를 만들어 혁신 주도형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공격적으로 해결해주면 어떨까.
 
규제와 무분별한 지원만을 반복하는 과거의 구습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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