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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의 나우 인 재팬]日은 달랐다, 관광 사령탑에 낙하산 아닌 전문가 발탁

서승욱의 나우 인 재팬 
“나이와 관계없이 그가 최고의 적임자다.”
 
지난 3월말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일본 국토교통상이 일본정부관광국(JNTOㆍ정식명칭은 독립행정법인국제관광진흥기구)이사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기자들에게 한 얘기다.   
 

일본관광의 사령탑으로 JNTO(일본정부관광국)를 이끌게된 세이노 사토시 이사장.[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관광의 사령탑으로 JNTO(일본정부관광국)를 이끌게된 세이노 사토시 이사장.[사진=지지통신 제공]

 
JNTO는 한국의 관광공사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이시이 국토교통상이 이처럼 자신있게 발표한 신임 이사장은 JR히가시니혼(동일본)회장인 세이노 사토시(淸野智)였다. 지난 4월 임기 5년의 JNTO 신임 이사장에 취임한 세이노는 일본 최대 철도회사인 JR히가시니혼(동일본)의 사장(2006~2012년)과 회장(2012~2018년)을 각각 6년씩 지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미션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4000만명으로 내걸었다.  
 
지난 7일 단체 버스에 오르려 줄을 늘어선 긴자 거리의 외국인 관광객들.서승욱 특파원

지난 7일 단체 버스에 오르려 줄을 늘어선 긴자 거리의 외국인 관광객들.서승욱 특파원

이 미션을 수행할 최전선에 철도 경영자 출신인 세이노가 서게 된 것이다.  
 
지난 7일 평일임에도 긴자 중앙로 교차로엔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났다.서승욱 특파원

지난 7일 평일임에도 긴자 중앙로 교차로엔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났다.서승욱 특파원

그는 단순한 철도회사 경영자가 아니다. 일본 관광계를 대표하는 최고 전문가이자 명사다.  
 
1970년 JR동일본의 전신인 일본철도에 입사한 뒤 재무부장 시절인 1993년엔 자회사인 ‘일본여행’ 이사를 겸임하며 관광의 세계에 입문했다.  
 
일본관광의 사령탑으로 JNTO(일본정부관광국)를 이끌게된 세이노 사토시 이사장.[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관광의 사령탑으로 JNTO(일본정부관광국)를 이끌게된 세이노 사토시 이사장.[사진=지지통신 제공]

JR동일본 사장 시절 인기 대하드라마 촬영지와 연계한 관광 코스 개발, 열차가 정차하는 지역의 제안을 대폭 수용해 그 지방의 명소를 관광 상품화하는 ‘타비이치(旅市)'프로젝트' 등에 몰두했다.   
 
일본 혼슈의 동북쪽 끝인 아오모리(青森)에 이어 홋카이도(北海道)로까지 신칸센을 연장해 ‘불편한 항공기로 가시겠습니까, 편안한 열차로 가시겠습니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항공업계와 ‘맞짱’을 뜨기도 했다.  
 
단순한 철도 경영이 아닌 ‘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 재발견’이 그가 내건 모토였다. ‘단순한 이동수단으로서의 철도가 아니라, 관광자원 개발을 통해 수요를 재창출하는 철도가 돼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된 도쿄역의 야경. 세이노 사토시 JNTO 이사장이 JR동일본 사장이던 2010년 도쿄역에 조명을 비추는 아이디어가 채택됐다.서승욱 특파원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된 도쿄역의 야경. 세이노 사토시 JNTO 이사장이 JR동일본 사장이던 2010년 도쿄역에 조명을 비추는 아이디어가 채택됐다.서승욱 특파원

 
2012년 새로 단장해 오픈한 도쿄역에 조명을 비춰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자는 아이디어도 그의 사장 재임때인 2010년에 결정됐다. 당시 세이노 사장은 “중요 문화재이기도 한 도쿄역이 도쿄 관광의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희망대로 ‘도쿄역 라이트 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열광하는 대표적인 인기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된 도쿄역의 야경. 세이노 사토시 JNTO 이사장이 JR동일본 사장이던 2010년 도쿄역에 조명을 비추는 아이디어가 채택됐다.서승욱 특파원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된 도쿄역의 야경. 세이노 사토시 JNTO 이사장이 JR동일본 사장이던 2010년 도쿄역에 조명을 비추는 아이디어가 채택됐다.서승욱 특파원

이런 노력과 열정으로 그는 2015년 6월 '도호쿠(東北)관광추진기구' 회장을 맡았다. 
 
이 지역 경제인들의 모임인 도호쿠경제연합회소속이 아닌 인사가 이 기구 회장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2011년 3ㆍ11 동일본대지진 이후 침체된 지역 관광 인프라를 되살리는 구원투수로 그가 영입된 것이다.
 

그는 ‘휘닉스(불사조)’라는 이름의 관광인재 육성 학원을 세워 관광 프로듀서 교육 사업에도 나섰고, 타이완과 동남아 등을 돌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전에 직접 뛰어들었다. 또 각종 국제 행사나 지역 포럼에서 자주 연사로 나섰다. 
 
JNTO 이사장에 취임한 뒤 그는 “2020년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소비액 8조엔이라는 정부의 목표 달성에 공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2869만명, 반면 한국은 1333만명에 그쳤다. JNTO의 집계 결과 올 1~5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벌써 13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15.6%가 늘었다. 올해 말까지는 30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일요일인 지난 6일 차량이 통제된 긴자 중앙로 '보행자 천국'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서승욱 특파원

일요일인 지난 6일 차량이 통제된 긴자 중앙로 '보행자 천국'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서승욱 특파원

 
세이노 이사장 취임 한 달 여 뒤인 지난 5월 17일 한국에선 안영배 전 국정홍보처 차장이 관광공사사장에 임명됐다.
 
노무현 정부 국정홍보처 차장 출신으로 이후 노무현 재단 사무처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대선 준비 실무팀에 깊숙이 개입했다. 관광분야 경험은 전무하다.  
 
사실 일본 정부도 그동안 관광 전문가들만 JNTO 이사장에 발탁해온 건 아니다. 
 
미쯔이 물산 유럽지사장 출신으로 보츠와나 대사 등을 역임한 마쓰야마 료이치(松山良一)전 이사장, 해운업체인 닛폰유센 대표 출신인 마미야 다다토시(間宮忠敏) 전 이사장 등 명망가 출신들이 세이노에 앞서 JNTO를 이끌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관광의 명운이 걸린 승부처에서 일본 정부는 이 분야 최고 전문가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향후 5년간의 임기 동안 얼마나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도전이 전개될까 일본 내에선 기대가 높다. 이런 가운데 그가 취임 3개월 만에 보여준 변화의 리더십이 벌써부터 화제를 낳고 있다.  
 
세이노 이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JNTO 안팎에 던진 핵심 키워드는 '연계'다. 민과 관의 연계 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 사이의 연계, 또 지방과 지방의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오랜 기간 동안의 현장 경험이 녹아있는 철학이다.   
 
세이노의 관광관(觀)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그는 '관광=평화'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직접 여행을 하거나 아니면 여행 온 사람을 받아들이며 서로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관광이다. 평화롭지 않으면 서로 오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서로 오가면 이해가 깊어져 평화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는 지론이다. 
 
그가 취임한 이후 JNTO 내부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먼저 '사내 평화 지수'가 높아졌다고 한다. 
이사장이 실무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본 조직 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인 상명하복의 경직된 상하관계, 부서 간의 벽 등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4000만명이란 목표달성을 위해 일본 관광이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가 있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 편중돼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구성을 유럽·호주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또 골든 루트(도쿄~나고야~오사카~교토)에 집중된 인기 관광지도 다양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이노 이사장과 JNTO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신만의 취향에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일본을 즐길 수 있도록 '엔조이 마이 재팬(Enjoy my Japan)'캠페인도 시작했다.    
 
한 달 간격으로 이뤄진 한국의 일본의 관광 사령탑 인사는 이렇게 달랐다. 업계에선 “인사만 놓고 보면 어느 나라가 앞서가고 어느 나라가 추격자인지 헷갈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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