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2002년 홍명보 PK 공 주세요” 이집트 심판 찾아 삼만리

[스포츠 오디세이] 축구공 수집가 이재형씨
돼지오줌보·헝겊·비닐공에 펠레·차붐 사인공 … 별별 축구공 다 모였네
인간이 동그란 물체를 발로 차며 논 기록은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지구촌 어디서나 ‘축구’라고 이름 붙일 만한 공놀이가 성행했음은 다양한 문헌과 증거가 보여준다. 내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아프리카 토고·가나를 취재했을 때 그곳 아이들이 동그란 나무 열매를 맨발로 차며 노는 걸 보았다.
 
축구 자료수집가 이재형(57·베스트일레븐 이사) 씨는 4만여 점의 축구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을 맞아 그는 꽁꽁 숨겨놨던 희귀 축구공들을 중앙SUNDAY 독자를 위해 공개했다. 공에 얽힌 스토리와 수집 뒷얘기도 풀어놨다.
 
 
이집트 주심 가족회의 끝 기증 결정
 
(1)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의 사인공. (2) 1950년대 터키서 사용된 공. (3) 삼국유사에 나오는 비단공을 재현한 색실공. (4) 태국 모겐족이 만든 어망 축구공. (5) 1960년대 한국의 김스포츠에서 만든 공. (6) 1930년대 스페인서 사용된 공. (7) 펠레의 사인공. (8) 에우제비오(포르투갈)가 어릴 때 연습하던 공. (9) 1960년대 양지팀 선수들의 사인공. (10) 탄자니아 아이들이 헝겊을 기워 만든 공. (11) 1930년대 영국에서 쓰던 공. 농구공 크기다. (12) 차범근 전 감독의 독일 레버쿠젠 시절 사인공. (13) 1960년대 이탈리아서 사용된 공. (14) 1960년대 국내서 쓰던 공. (15) 에콰도르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공. (16) 1970년대 초반 국내 야간경기에 사용된 공. (17) 1971년 일본에서 잠깐 사용된 공. (18) 국내에서 새끼줄을 뭉쳐 만든 공. (19) 1930년대 경평전에서 사용된 공. (20( 돼지오줌보에 바람을 넣은 공. (21) 이디오피아 어린이들이 비닐을 뭉친 뒤 양말로 감싼 공. [신인섭 기자]

(1)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의 사인공. (2) 1950년대 터키서 사용된 공. (3) 삼국유사에 나오는 비단공을 재현한 색실공. (4) 태국 모겐족이 만든 어망 축구공. (5) 1960년대 한국의 김스포츠에서 만든 공. (6) 1930년대 스페인서 사용된 공. (7) 펠레의 사인공. (8) 에우제비오(포르투갈)가 어릴 때 연습하던 공. (9) 1960년대 양지팀 선수들의 사인공. (10) 탄자니아 아이들이 헝겊을 기워 만든 공. (11) 1930년대 영국에서 쓰던 공. 농구공 크기다. (12) 차범근 전 감독의 독일 레버쿠젠 시절 사인공. (13) 1960년대 이탈리아서 사용된 공. (14) 1960년대 국내서 쓰던 공. (15) 에콰도르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공. (16) 1970년대 초반 국내 야간경기에 사용된 공. (17) 1971년 일본에서 잠깐 사용된 공. (18) 국내에서 새끼줄을 뭉쳐 만든 공. (19) 1930년대 경평전에서 사용된 공. (20( 돼지오줌보에 바람을 넣은 공. (21) 이디오피아 어린이들이 비닐을 뭉친 뒤 양말로 감싼 공. [신인섭 기자]

이재형 씨가 가장 아끼는 공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행을 확정지은 홍명보의 스페인전 승부차기 공이다. 홍명보가 찬 공이 네트를 가르는 순간, 온 국민이 거의 이성을 잃었다. 주심인 가말 간두르(이집트)는 그 공을 유유히 집어들고 퇴장했다. 경기 종료 때 그라운드에 있던 공은 주심이 기념으로 갖는 게 당시까지 관례였다.
 
이씨는 2006년 8월에 이집트로 날아가 간두르 심판을 만났다. “간두르는 카이로대학을 나오고 세무사로 일하는 부유층이었어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갔지만 섣불리 돈 얘기를 꺼내면 독이 될 것 같았죠. 내가 수집한 희귀 자료 사진과 기사를 보여주며 ‘이 공이 이집트에 있으면 집안의 영광이 될 거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가면 한국축구 100년사에 가장 빛나는 유산이 된다. 내가 축구박물관을 지으면 이 공을 전시하고 기증자로서 당신의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도록 하겠다’고 설득했어요.”
 
간두르는 가족 회의를 한 뒤 “당신의 열정에 감복했다. 4강 볼을 한국에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이 공은 지금 하나은행 금고에 보관돼 있다.
 
이씨는 2002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나온 안정환의 골든골 볼도 찾아왔다. 그 공 역시 주심 바이런 모레노(에콰도르)가 갖고 있었다. 이씨는 금형조각가 지재봉 선생이 제작한 모레노 얼굴 동판, 월드컵 기념 히딩크 넥타이, 사진집 등 선물을 한 보따리 안고 갔다. 모레노는 공과 함께 토티를 퇴장시킬 때 썼던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도 줬다. 이 공은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축구박물관에 있다.
 
 
무작정 펠레 찾아가 선물 주고 사인 받아
 
축구 자료수집가 이재형

축구 자료수집가 이재형

이씨는 축구황제 펠레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펠레 관련 자료를 가장 많이 소장한 수집가다. 펠레가 산토스(브라질) 시절 단골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을 때 쓴 보자기까지 갖고 있다.
 
이씨는 1998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펠레를 처음 만났다. 무작정 찾아간 그를 막아서는 경호원들에게 “펠레에게 줄 선물이 있다. 그가 원하지 않으면 돌아가겠다”고 했다. 펠레는 흔쾌히 만나 주겠다고 했다. 기념 액자를 선물로 받은 펠레는 자서전과 축구공에 사인을 해 줬다. 2006년에는 국내에서 이씨 소장품 100여 점을 모아 ‘펠레 전시회’를 열었다. 펠레는 독일 월드컵 브라질-호주전에 함께 식사를 하며 경기를 보는 VIP 초대권을 보내줬다.
 
1930년대 경평전(경성-평양 축구대항전)에 쓰인 공은 축구원로 고(故) 이광호 선생으로부터 받았다. 평양 소속으로 경평전을 뛴 이광호 선생은 한국전쟁 때 월남했다. 숟가락 하나도 짐스러웠을 피난길에 이 선생은 경평전 축구공과 기념배지 등을 챙겼다고 한다. 해외출장 때 산 양주를 선물하는 등 정성을 다한 끝에 이씨는 이 선생의 유물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었다. 이씨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쓴 북한 대표팀 유니폼·축구화·보호대 등도 갖고 있다.
 
이씨가 공개한 공 중에는 ‘모양만 축구공’인 것도 꽤 있다. 어떤 소재든 둥글게 뭉쳐 뭔가로 꽁꽁 싸매면 축구공 역할을 할 수 있다. 축구 선교사인 강성민씨로부터 받은 어망(漁網) 축구공도 그 중 하나다. 태국과 미얀마 접경의 이 섬 저 섬을 떠돌아 다니는 모겐족이 만든 이 공은 스티로폼과 헝겊을 뭉친 뒤 고기잡이 그물로 꽁꽁 싸맸다. 강 선교사는 이 공을 갖고 놀던 아이들을 가르쳐 태국 남부지역 유소년 축구대회에 출전한다. 이 스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모겐족의 월드컵>이다.
 
이씨는 자신이 수집한 희귀 축구공을 공개할 전시회의 명칭을 ‘축구공은 아름다워’로 정해 놨다. 수집 과정의 땀과 열정이 밴 축구공을 어루만지며 그가 말했다. “돼지오줌보나 새끼줄 축구공은 ‘전설’이 되겠지만 그 시절의 추억과 스토리는 영원히 남겠죠. 헝겊 축구공도, 홍명보의 4강 볼도 제겐 똑같은 보물입니다.”
 
독일전 승리 공, 축구협회 직원이 챙겨 … 2006년 월드컵 결승전 PK 공 26억원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공과 손흥민 축구화. [정영재 기자]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공과 손흥민 축구화. [정영재 기자]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공은 어디에 있을까. 대표팀 장비담당 직원이 챙겨서 가져왔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 보관돼 있는 공을 축구협회 장비담당 김재윤 씨가 갖고 나왔다. 아디다스 텔스타(러시아 월드컵 공인구)는 발로 찬 흔적이 두 개 정도 있지만 새 공이라 해도 될 만큼 깨끗했다. 경기 날짜(21 JUNE 2018)와 팀(KOREA REPUBLIC GERMANY), 장소(KAZAN) 등이 새겨져 있다.
 
김씨는 “경기에 쓰인 공은 13개인데 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 양팀에 한 개씩 나눠줬다. 경기 중에 공이 계속 바뀌므로 이 공이 김영권이나 손흥민이 골을 넣은 공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손흥민이 이번 월드컵에서 착용한 끈 없는 축구화도 사인을 해 기증했지만 어느 경기에서 쓴 건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재형 씨는 “내가 환수해 온 2002 월드컵 안정환의 골든골 공 스토리가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제축구협회(FIFA)가 공의 가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 결승골(이탈리아 그로소) 공은 FIFA가 경매에 내놨는데 카타르 왕족이 240만 달러(약 26억원)에 사 갔다”고 말했다.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