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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성적 수치심 안 느꼈다는 피해자 말, 그대로 믿어선 안 돼"

성희롱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써줬더라도, 이를 근거로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취소해선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법 행정1부(부장 김수일)는 지난달 27일 두 동료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공 교육행정직 공무원 박모씨를 강등처분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박씨는 같은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는 미혼인 A씨에게 "남자친구와 휴가 가느냐. 볼 장 다 봤겠네"라고 말하고, 기혼인 B씨에게는 "애인과 식사하러 가느냐"고 말한 것이 문제 돼 지난 2016년 12월 강등처분을 받았다. 품위 유지 의무 위반(지방공무원법 55조) 등의 이유였다.
 
전라북도교육청. [사진 다음 로드뷰]

전라북도교육청. [사진 다음 로드뷰]

 
그 전에 피해자인 A씨와 B씨가 가해자 박씨에 대해 써준 탄원서가 있었다. "박씨의 발언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 "박씨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이런 내용 등을 근거로 "성희롱 발언이 아니므로 징계사유가 없다"며 강등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전주지법. [연합뉴스]

전주지법. [연합뉴스]

 
하지만 재판부는 "탄원서는 A·B씨과 박씨와의 관계 또는 박씨의 부탁에 의해 징계처분 직전에 작성한 것으로 그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로 인해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신고한 후에도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성희롱 소송 기준' 제시한 대법원 판례는
또 "설령 탄원서 기재대로 A씨와 B씨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 해도, 박씨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런 언동을 한 것은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박씨는 성희롱 건 외에도 학교 안에서 흡연·음주를 한 전력도 있다. 재판부는 "비위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박씨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강등 처분이 명백하게 부당하고 사회 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등은 파면이나 해임보다는 약하지만, 정직이나 감봉 등보다는 엄한 처벌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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