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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혐오를 혐오로 되갚는 혐오전쟁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6만 명의 여성이 모인 지난 주말 서울 혜화역 시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재기해”라는 외침이 나왔다. ‘재기해’란 남성의 자살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극단적인 여성주의 사이트 ‘워마드’에는 가톨릭 성체 훼손 게시물까지 올라왔다. 도 넘은 신성모독에 비판이 쏟아졌다. 이처럼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혐오 전쟁’을 바라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그간 온라인에서 여성들이 겪었던 혐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지적도 있지만, 혐오의 총량을 늘려가는 ‘혐오의 무한루프’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이같은 혐오 발언이 확대 재생산되는 데는 극우 사이트 ‘일베’의 공이 크다. 지난 보수 정권이 한국 사회에 끼친 최고 해악이 일베를 묵인·방조·양성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극우·여혐·반호남을 기치로 내건 일베는 남성들의 사회적 좌절을 여성에게 분풀이하는 프레임을 고착화했다. ‘김치녀’ ‘삼일한’(한국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말을 듣는다) 같은 혐오 표현은 기본이고, 일반인 미성년자 사진을 올려놓고 성적 대상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술 취한 여성에 대해 집단 강간을 공개 모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베 문화가 일부 인터넷 1인 방송으로 옮겨왔고, 이들의 여혐 발언을 초등학생들이 따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이 같은 ‘일베’의 여혐 콘텐트에 맞서 등장한 것이 ‘워마드’의 남혐 콘텐트다. 상대의 문제 행동을 거울에 비추듯 따라 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미러링’ 방식이다. 그러나 미러링이 단순 혐오·성 대결로 흐르거나 여성주의 운동의 외연 확대와 정당성을 해치는 부메랑이 된다면 큰 문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일부의 극단적인 흐름이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미투’로 이어지는 페미니즘의 큰 흐름을 깎아내리거나 호도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워마드나 일베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이 발화를 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혐오 표현 하나하나에 반응하자면 끝이 없다. 오히려 혐오 표현을 늘려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미러링에만 초점을 맞추면 본질적 이야기는 사라진다”고 진단했다. 또 남혐이라는 미러링이 있는 것은 여혐이라는 원본이 있기 때문이니, 그 원본이 사라지면 당연히 미러링도 사라진다고 여성학자들은 강조한다.
 
이 와중에 시사평론가 김어준은 tbs ‘뉴스공장’에서 워마드 등의 남혐을 비판하며 극우 운동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대인 혐오에 기반한 유럽 네오나치 등을 예로 들면서 “여성 운동의 외피를 쓰고 극우정당의 토대로, 진보의 분열점으로 작동할 것이다” “어떤 정치 기획이 배후에서 작동한 것이 아닌가”라며 특유의 ‘기획설’을 또다시 제기했다. 최근 페미니즘 운동이 진보좌파와 각을 세우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런 사고, 즉 여성들의 정치적 액션 뒤에는 늘 누군가의 사주가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여성비하고 여혐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는 걸까. 여성들이 진보정권과 각을 세우는 것은 공작에 동원돼서가 아니라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와 그 지지자 그룹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 인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왜곡된 성 인식으로 문제가 된 탁현민 행정관이 “잊혀질 영광, 사라질 자유”를 말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자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눈물겨운 ‘연시’로 화답한 것이 청와대다. 여권의 유력 정치인과 여배우의 ‘불륜 공방’에 개입한 주진우 기자는 여배우의 SOS에 묵묵부답이었다. 일찌감치 ‘미투 공작설’로 ‘정봉주 구하기’에 나섰던 김어준은 네오나치까지 들고 나왔다. 더 예가 필요한가.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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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