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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대통령은 정예 예비군 요구, 현장에선 50년 전 무기 사용

버젓한 직장에 다니고 멀쩡한 사람들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해괴한 추태를 벌인다. 예비군 훈련 중에 강의 시간만 되면 대놓고 조는 것은 당연하고 아무데서나 드러눕거나 볼일을 보기도 한다. 이런 예비군들이 유사시 상비병력을 대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비군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장비나 대우는 더 형편없다. 예비군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40.1%(국방연구원·2017.8)로 낮게 조사됐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예비군 전투력은 보강하지 않고 여전히 중요한 임무만 맡기고 있다.
 
과거 전쟁에서 예비군의 공헌은 컸다. 미국은 걸프전에서 예비군을 22만8000명 동원했고, 이라크전에도 21만명을 보냈다.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노먼 스와츠코프 전 미 중부사령관은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실패한 원인을 예비군 투입을 하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1, 2차 대전 땐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과 나치 독일군 모두 100만~1200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해 싸웠다.
 
한국은 어떤가. 최근 북한 비핵화 추진과 남북 화해로 군축협상론까지 나오는 한편, 인구 절벽으로 우리 군 규모가 급속히 줄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62만 명인 상비병력을 2022년까지 50만 명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군 복무기간 단축과 남북간 군축협상이 본격화되면 병력 감소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한반도 주변은 여전히 강한 나라들로 둘러싸여 있고, 북한은 128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국방부는 국방개혁 과제로 예비병력 정예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런 차원에서 국방부가 예비군 창설 50년만인 지난 4월 육군 동원전력사령부를 만들었지만 성과는 아직 없는 상태다. 2016년 국방백서도 “전쟁 억제력을 확보하고 전쟁 지속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예비군을 상비군 수준으로 정예화하겠다”고 적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예비군 창설 50주년 기념 축전에서 “예비역 한 사람이 평화를 지키고 만드는 일당백의 전력”이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예비군 관련 올해 예산은 고작 1320억원으로 국방예산의 0.3%다. 이는 국방비의 9%(520억 달러)를 예비군 예산으로 할당하고 있는 미국에 비하면 턱도 없는 수준이다. 우리 예비군의 수(275만 명)는 미국(87만 명)의 3배인데 예산은 1/500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예비군 모두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예비군 훈련 보상비는 최저임금(7530원)에 훨씬 못 미치는 시간당 2000원에 불과하다. 하루에 1만6000원을 받는다. 예비군들은 이를 두고 ‘애국 페이(pay)’라 부르며 헛웃음을 짓는다. 애국심을 내세워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배달 등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일부 예비군들에게는 생계 위협까지 준다. 이러고도 예비군의 자긍심이 서겠는가. 이에 비해 미국은 계급에 따라 하루에 8~22만원을 받는다. 이스라엘도 8~10만원 수준이다. 국방부가 예비전투력이 중요하다면서도 막상 예산 배정에는 인색한 게 현실이다.
 
예비군의 전투장비를 보면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전역한 지 1~4년 차 예비군으로 구성된 동원사단의 전차는 M48계열의 구형이다. 야포는 1960~70년대 사용하던 105㎜ 견인포다. 현역 때 자동화된 최신형 K-9 자주포를 운영하던 이들이 생전 처음 본 수동식 구형 야포로 전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형 야포는 방위각 계산 등 몇달씩 숙련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동원사단은 전쟁이 발생하면 곧바로 전방에 투입되는 부대인데도 그렇다. 동원사단 예비군에게는 그나마 K-2 소총이라도 주어지지만, 나머지 예비군들에게는 한 번도 쏘아보지 못한 M16 소총이 지급되고 있다. 예비군의 모포나 판초 우의 지급률은 60%대이고, 개인화기와 방탄헬멧은 50%대로 기본이 안 돼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군사 선진국들은 예비군에게 현역과 대등한 전투장비를 지급한다. 그래서 유사시에 동원령을 내려도 예비군이 상비군을 대체해 곧바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예비군 훈련내용도 겉치레로 이뤄진다. 매년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동원 예비군훈련은 첫날 개인화기 사격, 2일 차에 주특기 훈련과 작전지역 숙영, 3일 차 안보교육과 퇴소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짧은 기간에 다양한 훈련을 하다 보니 주마간산식이다. 지난달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에 설립된 예비전력연구센터 윤진영 센터장은 “제대로 훈련하려면 적어도 4박 5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비군 창설 초기였던 1968년엔 동원훈련 기간이 2주였는데 대통령 선거 때마다 선심성으로 줄여준 결과다. 이에 비해 미국의 동원예비군은 연간 38일을, 이스라엘은 55일, 스위스도 14일 훈련한다. 북한은 40일이다. 선진국들은 이들의 장기간 훈련으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전국 200여 곳의 대부분 예비군훈련장은 매우 낡았다. 경기도 금곡훈련장과 충북 증평훈련장 2곳만 서바이벌게임식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현대화돼 있다. 국방부는 2023년까지 전국적으로 40개로 늘릴 계획이다. 2015년 낙후된 서울 송파-강동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에 따른 조치다. 아침 식사도 거르고 오전 9시까지 입소해 6000원짜리 식사와 교통비만 주어지는 데다 느슨한 훈련으로 예비군들의 사기와 전투력이 오를 수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애국심을 호소한들 허공 속에 메아리라는 것이다.
 
예비군 훈련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향토예비군 설치법 제5조(동원)’의 단서 조항에 따라 국회의원·광역 및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 시장·군수·구청장을 비롯한 판·검사, 대학생 등의 동원훈련을 보류(면제)해주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해 현재 전체 275만 명 중에서 63만 명(22.9%)이 훈련을 받지 않는다. 특히 이 가운데 67%가 전투력이 가장 왕성한 대학생인데 연간 하루만 훈련받는다. 그러나 대학생 훈련 보류제도를 대학 진학률이 80%나 되는 최근까지 적용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비판이 많다. 지금은 대학생의 학습보장권보다 대학진학을 하지 못한 20%의 사회 약자층에 대한 생활 보호권이 더 중요하다. 또한 병역의무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나 여성 예비역도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방부는 병력 감소와 남북간 군축에 대비해 예비군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보강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몰려있다. 이에 맞춰 제도 또한 현실에 맞게 전반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최근 선진국에는 현역은 전쟁 초기에 활용하고 본격적인 전쟁 수행에는 예비군을 활용하는 추세다. 그래서 예비군에게 드론과 AI 활용법도 가르치고 사이버 예비군도 창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선진국처럼 예비군이 긍지를 갖고 일당백의 능력을 갖추도록 정예화에 필요한 예산을 제대로 투입하기 바란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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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