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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총 대신 펜으로 싸우는 우리 군대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해외 파병 부대인 아크부대 14진 130여 명이 지난달 28일 민간 항공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났다. 이들은 현지에 무사히 도착한 뒤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는 후문이다. 전세기를 빌린 국군수송사령부(국수사)가 기내 좌석 배치를 제멋대로 하면서다. 국수사는 국수사의 장교와 부사관, 공무원에게 퍼스트클래스와 프리스티지 좌석을 배정했다. 관례에 따랐다고 한다. 국수사를 취재한다는 언론사 관계자 5명에게도 프리스티지 좌석을 내줬다.
 
기내의 좋은 자리를 국수사와 관련 인사들이 많이 차지하면서 대다수 아크부대원들은 이코노미 좌석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특전사 32년 경력에 450여 회 점프(낙하) 기록을 가진 원사는 8시간 넘게 이코노미 좌석에서 몸을 구겨야만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군 지휘부가 불호령을 내리면서 국수사의 ‘갑질’은 없던 일이 됐다. 국수사는 “앞으로 규정대로 처리하겠다”고 보고했다. 규정은 파병부대장이 좌석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2013년 11월 아프가니스탄 파병 근무를 마치고 귀향하던 미국 해병대원 13명은 난데없이 일등석으로 좌석이 업그레이드됐다. 항공사는 즉석에서 남는 일등석 여섯 자리를 이들에게 줬고, 이 소식을 들은 일등석 승객 7명이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한국군은 이런 소식을 들으면 늘 미군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군을 예우하지 않는다고 불평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국수사 건만 보면 군 스스로 야전 군인을 제대로 우대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베트남 전쟁 이후 전투다운 전투를 치르지 못한 한국군은 ‘펜으로 싸우는 군대’가 돼 버렸다. 야전에서 피땀을 흘린 군인은 점점 뒤로 처지고 있다. 쾌적한 사무실에서 서류를 넘긴 군인이 좋은 보직에 오른다. 정권의 향방에 촉각을 세워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주범은 이들이다.
 
한국군은 점점 싸우는 방법을 까먹고 있다. 미군과 함께 훈련했다는 장성은 “우리 군은 아직도 사격훈련에서 PRI(사격술 예비훈련)를 빼놓지 않는다”며 “그런데 미군은 사격 자세 훈련 대신 탄창을 신속히 갈아 끼우는 훈련을 하더라”고 전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러나 전쟁터에선 통하지 않을 소리다. 이달 말 발표하는 국방개혁 2.0을 통해 한국군이 잃어버린 야성을 되찾길 바란다.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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