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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총지배인 된 파워블로거가 말하는 '성공한 덕후'가 되는 법

[인터뷰] 레스케이프호텔 김범수 총지배인
김범수 레스케이프 호텔 총지배인. [사진 신세계조선호텔]

김범수 레스케이프 호텔 총지배인. [사진 신세계조선호텔]

신세계그룹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독자 브랜드 호텔 '레스케이프(L’Escape)'를 이끄는 총지배인은 호텔리어가 아니다. 이동통신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파워 블로거로 뜬 뒤 신세계에 스카우트된 인물이다. 

 
김범수(46) 레스케이프 호텔 총지배인을 지난달 30일 레스케이프 7층 티 카페 ‘르살롱’에서 인터뷰했다. 레스케이프는 신세계조선호텔이 독자 브랜드로 처음 선보이는 부티크 호텔로 오는 19일 문을 연다.
 
그는 16년 동안 다닌 이동통신사를 그만두고, 지난 2011년 신세계에 합류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스카우트했다. 지난 2014년 ‘정용진 맥주’로 알려진 수제 맥주 카페 데블스 도어를 비롯해 올반, 베키아에 누보 등 신세계가 새로 시작하는 외식 브랜드와 파미에스테이션·스타필드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정용진의 실험을 현장에 적용하는 복심'이란 말도 돈다. 최근까지도 정 부회장이 해외 출장을 갈 때 늘 동행한다.
레스케이프 아틀리에 스위트 객실. [사진 신세계조선호텔]레스케이프 아틀리에 스위트 객실. [사진 신세계조선호텔]레스케이프 아틀리에 스위트 객실. [사진 신세계조선호텔]
 
김범수 레스케이프 호텔 총지배인. [사진 신세계조선호텔]

김범수 레스케이프 호텔 총지배인. [사진 신세계조선호텔]

김 총지배인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그가 운영하는 ‘팻투바하(Pat2Bach)’라는 블로그 덕분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2004년 시작한 외식·여행 관련 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2~3년 만에 파워 블로거가 됐다. 지금도 그가 계속 운영하고 있는 이 블로그는 가장 팬이 많을 때인 2016~2017년 무렵엔 하루 방문자가 20여만명에 달했다. 김 총지배인은 “정 부회장도 오래전부터 팻투바하의 팬이었다”고 했다. 신세계로 스카우트 될 당시에 유통업계 뿐 아니라 사이버 세상이 시끌시끌했다. '덕질'을 직업으로 승화시킨 부러운 경우였기 때문이다.  
 
팻투바하는 ‘보여주기 위해 너무 비싼 곳만 소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 총지배인은 이에 대해 “5박을 하면, 1박은 부티크 호텔 나머지는 저렴한 호텔에 묵는 식이었다”며 “그동안 다닌 음식점이 1만여 곳, 그중 해외는 5000곳 정도 된다. 포스팅하지 않은 곳이 그만큼 된다”고 말했다. 또 “돈을 받고 글을 쓰지 않았다. 블로그를 위해 그동안 투자한 비용이 수억원, 어쩌면 수십억원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레스케이프 라이브러리. [사진 신세계조선호텔]레스케이프 라이브러리. [사진 신세계조선호텔]
처음엔 2~3년 정도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1만 시간을 투자해 보자’고 마음먹은 후 하루 평균 3시간씩 10년을 해 보니 자연스럽게 인사이트와 전문 지식이 생겼다고 한다.
 
성공한 '덕후(일본어 오타쿠(御宅)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 그는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김 총지배인은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돈벌이가 목적이다. 상업성이 치우친 SNS는 오래 못 간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한 분야를 10년 이상 파고 들면 전문가가 되고 수익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레스케이프는 신세계조선호텔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부티크 호텔이다. 최근 4~5년새 호텔이 급증하며 공급 과잉이 된 현실에서 신세계는 부티크 호텔을 내세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정용진 부회장이 구상하는 ‘유통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김 총지배인은 “호텔도 유통 채널처럼 하나의 플랫폼”이라며 “으리으리한 건물이 아니라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모여 에너지를 발산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레스레이프 티 카페 '르 살롱' [사진 신세계조선호텔]레스레이프 티 카페 '르 살롱' [사진 신세계조선호텔]
 
업계에선 호텔리어 수업을 받지 않은 이가 총지배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김 총지배인은 “솔직히 호텔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레스케이프는 기존 호텔과 컨셉트가 다르다. 레스케이프의 총지배인은 호텔 매니저라기보다는 프로듀서이자 플랫폼 크리에이티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와 외관이 아닌 콘텐트로 경쟁의 축을 바꾸면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레스케이프에는 그가 팻투바하로 쌓은 안목과 인사이트(Insight)가 곳곳에 녹아 있다. 호텔은 프랑스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가 디자인했다. 그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부티크 호텔 ‘코스테(Costes)’와 뉴욕의 ‘노마드(Nomad)’를 디자인하며 “부티크 호텔의 아버지”로 불린다. 또 레스케이프의 F&B를 책임지게 될 셰프, 공간 디자인, 스태프 등도 팻투바하로 김 총지배인이 쌓은 인맥에서 출발했다.  
 
김 총지배인은 “지난 14년간 친분을 쌓은 셰프와 글로벌 푸디(Foodie·식도락가)가 500명은 될 것”이라며 “돈 없이 여행 다녀도 굶어 죽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런 노하우를 발휘한 호텔의 식음료 매장 중 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쓴 곳은 중식당 ‘팔래드 신’이다. 김 총지배인은 “홍콩에서 딤섬·베이징덕을 가장 잘하는 모트32(Mott 32)와 협업을 통해 론칭했다”며 “중식당만큼은 한국 최고가 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레스케이프는 80개의 스위트룸 포함 204개의 객실을 20만~60만원 대의 가격으로 선보인다. 김 총지배인은 “가격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티크 호텔에 어울리는 객실 가격을 고수하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의 레스토랑·음료 서비스를 제공해 늘 북적이는 호텔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9층 객실 14개는 반려동물 전용 층이다.
 
핵심 타깃은 소비력을 갖춘 중국·동남아의 밀레니얼 세대다. 김 총지배인은 "외국인 손님에게 ‘아시안 라이징 스타(Asian Rising Star)’ 호텔로 자리매김해 서울에 오면 ‘거기는 꼭 가봐야지’ 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컨템포러리(동 시대의) 트렌드를 쫓는 20~30대 한국인 여성”도 핵심 타깃이다. 김 총지배인은 “이들에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그에 걸맞은 호텔 라이프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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