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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했던 아들, 군 복무 후 난폭해져" 조현병이 가져온 비극

경북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의 한 주택가. 40대 조현병 환자가 난동을 부리다 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집 뒤편에는 신당이 있다. 영양=백경서 기자

경북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의 한 주택가. 40대 조현병 환자가 난동을 부리다 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집 뒤편에는 신당이 있다. 영양=백경서 기자

어머니는 점쟁이였다. 집 뒤편에 작은 신당이 있었다. 실제 점을 보러 오는 사람은 없었지만, 다른 점쟁이들이 와선 "이 집에 귀신이 득실득실한다"고 했다. 어머니가 리어카를 끌고 나가서 주워오는 각종 집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어 마분지·고철을 주워 팔아 돈을 벌었기에 일을 하면서 어머니가 가져오는 잡동사니들을 조금씩 갖다 버렸다. 아버지는 10여 년 전쯤 돌아가셨다.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졌고, 두 명의 형제와는 연락이 끊겼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조현병은 군대에 가서 심해졌다. 난폭한 성향도 군대에 다녀온 이후 발현됐다. 상사의 죽음 때문인지, 괴롭힘 때문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약을 제때 먹지 않으면 난동을 부렸다. 정신이 없어지면 어머니와 키우던 개를 때렸다고 했다. 제정신을 차린 뒤에는 난장판이 된 집 청소를 했다.
40대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관이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한 경북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의 한 주택가. 영양=백경서 기자

40대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관이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한 경북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의 한 주택가. 영양=백경서 기자

7년 전인 2011년 환경미화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가 고물을 줍는 나에게 주변을 어지른다며 타일렀다. 어머니에게 환경미화원이 싫다고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내가 고물을 주울 때 따라다녔다. 그러다 일주일 정도 어머니가 인근 식당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에 환경미화원과 다퉜다. 그는 중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해 있다 사망했다. 나는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갔다. 
 
위 이야기는 경찰, 어머니의 진술, 마을 주민을 취재해 조현병 환자 A(42)씨의 시점으로 구성한 글이다. 지난 8일 경북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의 자택에서 난동을 부리던 A씨는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케 했다. 영양파출소 소속 고(故) 김선현(51) 경감과 오모(53) 경위는 이날 낮 12시30분쯤 "아들이 난동을 부린다"는 어머니(67)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화분을 깨부수던 A씨는 이를 말리는 오 경위에 덤벼들었다. 흉기로 오 경위를 위협했고 뒤에서 이를 제압하려던 김 경감의 목 부위가 찔렸다. 김 경감은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지난 10일 오전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에서 엄수된 고(故) 김선현 경감 영결식에서 경찰관이 위패를 들고 영결식장에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일 오전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에서 엄수된 고(故) 김선현 경감 영결식에서 경찰관이 위패를 들고 영결식장에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주민들은 "평소에는 인사를 잘하고 착한 청년이었다"면서 "무서우면서도 딱해서 마을을 떠나라는 얘긴 못했다"고 말했다. 50대 마을 주민은 "지나가다 만나면 늘 반갑게 안부인사를 했다"며 "무릎이 다쳤다고 말하니 나을 때까지 와서 괜찮냐고 물어보더라"고 했다. 다른 주민은 "똑똑해서 일도 야무지게 했지만, 난폭해지면 무서워서 거리를 뒀다"고 했다. 
10일 오전 주택에서 난동을 부리던 주민을 제지하다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故) 김선현 경감의 영결식이 경북 영양군민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뉴스1]

10일 오전 주택에서 난동을 부리던 주민을 제지하다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故) 김선현 경감의 영결식이 경북 영양군민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뉴스1]

주민들에 따르면 10여 년 전쯤 경북 청송군에서 이 마을로 이사 온 A씨와 어머니는 마을 주민들과 교류가 적었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어머니는 농사일 등 마을 소일거리를 도왔다. A씨가 7년 전 감옥에 다녀온 뒤에도 주민들은 모자(母子)를 딱히 여겼다. 다만 어머니에게 A씨를 정신병원에 놔둬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80대 주민은 "엄마 마음이 그렇다"면서도 "아들이 정신병원에서 힘들다고 하니 한 달도 못 있다 데리고 나왔다가 이주 만에 난동을 부려서 데려가는 게 반복돼 동네가 조용할 날이 없었다"고 했다. 
40대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관이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한 경북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의 한 주택가. 영양=백경서 기자

40대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관이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한 경북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의 한 주택가. 영양=백경서 기자

 
A씨는 감옥에서 나온 뒤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다 결국 한 달 전 청송군의 한 병원에서 나왔다. 퇴원이 가능했던 이유는 '본인 거부'였다. 안수현 영양군 보건소장은 "(A씨가) 병원에서 퇴원한 사실을 몰랐다. 현행 정신보건법에는 퇴원을 우리한테 통보하게 돼 있지만 그게 안 돼 우리가 상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5월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본인의 동의를 받거나 의사능력이 미흡하면 보호자 동의를 받아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보건소에 통보하도록 규정했다. A씨가 6년간 다니며 10번의 입·퇴원을 반복했던 청송군 병원의 관계자는 "환자가 보건소 통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10일 오전 주택가에서 난동을 부리던 주민을 말리다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 김선현 경감 영결식이 열린 경북 영양군민회관에서 동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주택가에서 난동을 부리던 주민을 말리다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 김선현 경감 영결식이 열린 경북 영양군민회관에서 동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영양경찰서는 A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지난 10일 오후 구속했다. 영양경찰서 관계자는 "(A씨와 어머니) 둘 다 진술이 어려운 상태"라며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경찰관 2명만 출동했냐고 한다. 방검복을 입지 않아서 사건이 커졌다고도 한다. 난동 부릴 때마다 경찰 전체가 다 출동해야 하나. 당장 어머니를 때리고 있는데 3㎏ 나가는 방검복을 입고 어떻게 다 큰 성인남성을 제압하냐"고 되물었다.   
 
영양=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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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