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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반대한 민변에 “위헌 얘기만은 말아달라” 부탁한 양승태 사법부

2014년 9월 24일, 양승태 사법부가 마련한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가 대법원에서 열렸다. 해마다 늘어나는 상고사건 처리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이 자리에 참석해 상고법원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안은 고등법원을 하나 더 늘리는 것에 불과해 국민들이 대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하며 “과도한 재판 부담은 대법관 수를 늘려 지적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민변 변호사에 전화해 “상고법원 위헌 얘기하지 말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앙포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앙포토]

이 변호사가 공청회에 참석하기 전날, 평소 알고 지내던 한 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11일 이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학 동기인 한 고등부장 판사가 전화해 ‘상고법원이 위헌이라는 이야기만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앞서 하창우 당시 대한변협 회장과 함께 양승태 사법부의 상고법원 도입이 ‘위헌’이라며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양승태 사법부가 나와 친분관계가 있던 판사를 이용해 나를 회유하려고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 전 회장의 경우 상고법원에 반대한단 이유로 대법원으로부터 탄압을 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상황이다.
 
설득에도 불구하고 이 변호사가 상고법원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법원행정처는 ‘민변 대응전략’이라는 미공개 문서에서 이 변호사를 ‘설득할 수 없는 인물’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행정처는 각 지방변호사회에도 접촉해 상고법원 찬성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다녔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한 지방변회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관계자와 교류차 만나면 상고법원 찬성에 협조해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고 전했다. 2014~2015년은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 및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전방위로 접촉하던 시기였다.
 
민변이 ‘통진당 소송’ 제기하자 “회유할 기회”…커지는 ‘재판 거래’ 의혹
 정당해산심판 선고 당시 변호를 맡았던 민변 변호사들.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된 김선수 변호사(가운데)와 이재화 변호사(오른쪽). [중앙포토]

정당해산심판 선고 당시 변호를 맡았던 민변 변호사들.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된 김선수 변호사(가운데)와 이재화 변호사(오른쪽). [중앙포토]

문제는 양승태 사법부가 민변처럼 당시 상고법원에 반대했던 세력들에 대해 ‘회유’ 또는 ‘재판 거래’까지 검토했다는 의혹이다.
 
2014년 12월29일 작성된 ‘민변 대응 전략’ 문건에는 이 변호사를 비롯해 민변에 대한 전반적인 대응 및 회유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사건을 대리한 이 변호사가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등에 대한 지위 확인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소송을 이용해 민변을 ‘상고법원 찬성’ 쪽으로 회유하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주일 뒤인 2015년 1월7일 작성된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보고(대외비)’ 문건에서 법원행정처는 이 소송이 “민변 등 헌재 결정에 비판적인 세력을 우군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법원행정처에서 하급심 재판과 상고법원을 연계해 영향을 미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만으로도 ‘재판 거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이날 오후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을 불러 ‘민변 대응 전략’ 문건이 실제 실행됐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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