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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탐]저축왕이 된 국회의원, 비결은 특수활동비?

안녕하세요. [잉여로운 탐구생활]의 데이터 삽질 담당 이경희 기잡니다.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결제 내역에서 전국 동네 맛집 정보를 캐내는 삽질을 하던 와중이었는데요. (아직 연재 안 끝났음.) 
파고 파고 또 파고...

파고 파고 또 파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큰 건을 던져줬습니다. 바로 국회 특수활동비입니다. 지난 5일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자회견도 열었죠. 
 
의정활동과 의원외교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며 특수활동비 정보를 못 내놓겠다던 국회사무처와 3년 소송 끝에 얻어낸 소득입니다. 그러니 안 보고 넘길 수는 없고, 잠시 구덩이를 옮겨 삽질을 해보았습니다.
 
#저축왕이 된 국회의원, 비결은
올 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데이터를 뜯어보며 참 신기했던 부분 중 하나가 별다른 소득원 없이 - 건물주라거나, 주식과 펀드를 굴린다거나, 배우자가 수입이 많다거나 - 예금이 한 해 1억원 이상 차곡차곡 늘어가는 국회의원들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추후에 자세히 분석해 전해드리기로 하고요.)
 
이번에 공개된 특수활동비 내역을 보니 그 의문이 약간 풀리더군요. 매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증빙도 필요 없는 돈 80억원이 (세금도 안 떼고) 국회의원들 '제 2의 월급'처럼 쓰였으니까요. 비록 2011~13년의 지출결의서 내역이긴 하지만 특수활동비 제도는 달라진 게 없으니 20대 국회도 비슷할 겁니다. 
아무리 삽질 해도 1원 하나 안 나오고..

아무리 삽질 해도 1원 하나 안 나오고..

공직자 재산분석
 
국회사무처에선 지출결의서 1296건을 이미지 파일로 건넸다고 하는데요. 참여연대에선 그걸 연도별 엑셀 파일로 정리해 공유했습니다. 잉탐에선 그 데이터의 사업명이나 적요 등을 정제해 다시 분석해봤습니다. 국회의원이 된다면 챙길 수 있는 쌈짓돈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급여성 인센티브를 받아요
국회 특수활동비 2011-2013 사업별 총액. (단위: 원) https://goo.gl/eNmDdx

국회 특수활동비 2011-2013 사업별 총액. (단위: 원) https://goo.gl/eNmDdx

국회의원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입법과 정책개발이죠. 특수활동비도 입법 및 정책개발비(3년간 59억 2288만원)로 가장 많이 쓰였는데요.
 
특수활동비가 가장 많이 지급된 계좌는 '농협은행(급여성경비)'입니다. 연평균 19억 7400만원이 이 계좌로 흘러 들어갔어요. 이 계좌의 지출 명목은 '입법 및 정책개발 인센티브'입니다.

 
인센티브는 균등과 특별 두 종류로 나뉩니다. 간혹 농협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수령한 의원들까지 포함해 균등 인센티브는 의원당 월 50만원씩, 연평균 17억 5700만원이 배달됐습니다. 
 
연말인 12월에는 특별 인센티브도 지급됐습니다. 선정된 의원당 400만~600만원씩, 매년 2억여 원 규모입니다.
뭘 잘했다고?

뭘 잘했다고?

 
그다음으로 큰 덩어리는 위원회 활동지원금입니다. 각종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 활동비·정책지원비 등으로 3년간 46억 5654만 원이 나갔네요. 
 
예를 들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연평균 12억여 원을 받아갔는데요. 이 위원회는 총 17명으로 구성됐으니 1인당 매달 60만원씩 나눠 받은 셈이에요. 그런데 어떤 상임위원회에 지급했는지 명시하지 않은 돈이 훨씬 더 많답니다.
 
특별위원회 수당도 있습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경우 월 400만원을 수령했네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인사청문특위는 13명으로 구성되니 1인당 월 30만원가량을 챙긴 셈이군요. 특별위원회 운영지원금도 3년간 25억여 원이 나갔어요.
인사청문에서 "사퇴하십시오!" 외친 대가로 수당 30만원! [사진 연합뉴스]

인사청문에서 "사퇴하십시오!" 외친 대가로 수당 30만원! [사진 연합뉴스]

 
#가을은 국회의원이 살찌는 달?

연보라색이 특수활동비 중 국정감사 및 조사 관련 예산. 3년간 지급한 내역을 이체일자 기준 월별로 합산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전체 내역이 담긴 인터랙티브 차트를 볼 수 있다. https://goo.gl/eNmDdx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9월과 10월은 특히나 풍족한 달이에요. 국정감사 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이죠. 연평균 4억원이 국정감사 수당으로 나갔어요. 의원 1인당 133만원꼴로 나눠 가질 수 있는 규모예요.
 
증빙도 필요 없는 보너스는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의원들의 공부를 독려하는 연구단체 활동 지원비가 있답니다. 이 예산 역시 연간 4억 4000만원 규모로 지급됐는데요. 경제정책포럼·다문화사회포럼·스마트컨버전스연구회·한류연구회·선거제도개선방안연구회 등 다양한 연구 모임이 특수활동비를 타갔어요. 
 

회색이 의원연구단체 활동비. 3년간 지급한 내역을 월별로 묶어 표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전체 내역이 담긴 인터랙티브 차트를 볼 수 있다. https://goo.gl/eNmDdx

연구단체 활동 지원비는 연초 2~3월에 몰립니다. 하반기(7월, 11월)에 신규 신청해 추가 지급을 하기도 했어요. 단체별로 적게는 72만원부터 많게는 290만원까지 지급됐는데요. 어떤 단체에 지급했는지 기록하지 않은 돈이 연간 3억원에 이릅니다.
3억... 3억... 3억이면.... 껌 값이네

3억... 3억... 3억이면.... 껌 값이네

 
게다가 최우수 및 우수 연구단체에 선정되면 500만~1000만원 상금을 받아요. '친박 경제통'이라 불린 정희수 전 새누리당 의원은 3년 연속 1000만원을 받아 3관왕을 기록했네요. 
 
#'의원님 납시오~' 움직이면 돈
2012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제헌절 행사가 열렸다.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강창희 국회의장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제헌절 행사가 열렸다.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강창희 국회의장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의원들이 국경일 등 행사 참석만 해도 의전경비 100~200만원이 예사로 들었습니다. 국회의장이 해외순방이나 국제회의에 참석할 땐 공항 행사비 150만원이 정액 책정됐어요. 2013년 강창희 국회의장의 3.1절 기념식, 광복절 경축식 참석 의전비용은 100만원이었네요. 
 
국회 신년행사 의전비는 매년 400만원이 들었습니다. 제헌절 경축식 행사 의전비는 2011년 350만원, 2012년 200만원, 2013년 250만원으로 매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해외 인사 초청 비용보다 의원님 의전비가 더 들기도 했어요. 2011년 파트릭 보두앙 프랑스의원친선협회 회장 일행 초청 비용으로 150만원을 썼거든요. 

그쪽에서 알면 섭섭해 하겠다...

그쪽에서 알면 섭섭해 하겠다...

 
특수활동비 중엔 예비금(연평균 12억원)으로 분류된 것도 있습니다. 예비금 역시 국회특수활동비(2억원), 의정활동지원(2억원) 등으로 쓰였어요. 하지만 2011년엔 경호경비(3864만원)에 목돈이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 돈으로도 비행기 타셨네요

국회 특수활동비 중 분홍색이 해외방문에 쓰인 돈. 3년간 지급한 내역을 월별로 합산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전체 내역이 담긴 인터랙티브 차트를 볼 수 있다. https://goo.gl/eNmDdx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의 돈으로만 해외 시찰을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3년간 특수활동비 약 13억원이 해외 방문에 쓰였어요. 국회의장의 해외 순방에 절반 가까운 6억 2000여만 원을 썼네요. 당연히 2등은 국회부의장(1억 9400만원)입니다. 국회사무총장(5800만원), 국회사무차장(1600만원), 국회사무처(1200만원) 등도 이 돈으로 기내식을 먹었어요. 
 
고소공포증 있어요. 그냥 기내식만 배달 해주세요...

고소공포증 있어요. 그냥 기내식만 배달 해주세요...

그 외 각종 의원친선협회 상대국 방문 비용으로도 9300만원이 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국회 운영위원회는 2013년 그리스와 터키 해외시찰을 가는 데 597만 6600원을 특활비에서 꺼내 썼네요.
 
그런데 특활비만으로 국외 출장을 갔다고 보기엔 건별 액수가 좀 작았어요. 가령 2013년 5월 8일 '정무위원회 유럽 방문 자금' 396만원을 건네줬다고 돼 있는데요. 19대 국회 의원외교 예산을 찾아보니 마침 정무위 안덕수 의원이 5월 9일부터 15일까지 독일과 러시아의 해양금융기관을 방문했다고 나옵니다. 당시 1578만원의 예산이 집행됐습니다. 즉, 특수활동비는 기본 출장비 외에 얹어주는 돈으로 쓰였을 수 있다는 거죠. 
얼마니? 얼마면 되겠니?

얼마니? 얼마면 되겠니?

하나하나 뜯어보니 특수활동비를 공개한다고 의정활동과 의원외교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줄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잉여로운 탐구생활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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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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