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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희대의 폭우 피해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

서승욱 일본지사장

서승욱 일본지사장

“정부가 재해 대응에 전력을 쏟도록 정쟁 중단을 검토하자. 우리도 전력을 다하겠다”, “빠른 단계에서 순방을 취소한 걸 높이 평가한다”
 
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18일로 잡혔던 4개국 순방을 취소하자 제1,제2 야당 대표가 보인 반응이다.
 
벨기에·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방문은 사실 폭우 발생 전부터 뜨거운 이슈였다. 야당은 “사학재단 스캔들 추궁을 피하기 위한 순방”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혁명 기념일 행사 참석은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이후 전례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총리관저도 단호했다. “벨기에에서 유럽연합과의 경제연계협정(EPU)에 서명하고, 파리에선 일본박람회와 정상회담 참석이 예정됐다”며 “국익과 직결된 외교”라고 맞섰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하지만 폭우 피해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긴(10일 오후 4시 NHK 집계 148명) 9일 아베 총리는 순방을 전격 취소했다. ‘강대국 외교’를 추구한다는 일본에서 일정이 확정된 총리의 주요국 순방을 취소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이다. 그러자 야당도 물러섰다. 카지노법 등의 법안 심의를 지연시키기 위해 준비했던 내각불신임안 제출을 보류하며 ‘정쟁 중단’을 제안했다.
 
전 세계 정치판이 모두 그렇듯 정치인의 양보에 순수한 의도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9월 말 자민당 총재경선에서 3선을 노리는 아베 총리로선 “재해 대응에 소홀했다간 사학 스캔들보다 더 무서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게다. 야당에도 “정쟁을 중단하면 자민당이 법안처리를 강행하지 못할 것”이란 노림수가 없지 않았다. 자민당이 법안 심의 강행 의사를 밝히는 등 앞으로도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어쨌든 일본 정치는 전면 충돌을 피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베의 술자리’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도 특이하다. 일부 지방에 이미 큰 비가 오기 시작한 5일 저녁 아베 총리가 자민당의 젊은 의원들 모임에 참석했고, 술잔도 오갔다는 것이다. 예고된 일정이었지만 야당 일각에선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모임에 참석했던 중진 의원들이 “피해가 이렇게 커질지 솔직히 5일 시점에선 예상 못 했다. 비난은 받아들이겠다”고 사과했다. 이후 경제에 미칠 영향과 복구 상황, 피해 원인 분석 등의 이슈에 밀려 이 술자리 뉴스는 일본 언론에서 거의 부각 되지 않는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일본 언론의 지인은 “지금은 비난하고 싸우기보다 복구에 최선을 다할 때 아니냐”고 했다.
 
서승욱 일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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