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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속 강아지 방치하는 애견숍, 처벌 근거 없다니

“비좁은 유리 상자 안에는 배설물이 가득했고, 강아지들은 그 속에서 파리가 들러붙은 사료를 먹고 있었어요.”
 

4000개 업소 과다경쟁, 폐업 속출
도살 등 일부만 학대로 규정해 처벌
전문가들 “사고파는 구조가 문제”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한 펫숍(Pet Shop)을 찾은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반려견이 방치돼 있다는 주민들의 제보를 받고 간 조영수 선임활동가는 “오물이 쌓인 비좁은 공간에서 강아지 네 마리가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서울 관악구청 공무원들도 같은 날 현장에 나왔다. 박은혜 관악구청 반려동물팀 주무관은 “6월 초 수차례 동물 학대가 의심된다는 주민 제보를 받았지만 강제 진입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가 근거로 든 건 현행 동물보호법이다. 법에 따르면 비위생적인 환경에 동물을 가두는 것만으로는 학대가 인정되지 않는다. 법 8조1항은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는 행위▶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만 학대로 인정한다. 명백한 학대로 인정되는 경우 지자체가 강제 격리에 나설 수 있지만 봉천동  펫숍의 경우 업주가 한 달에 한 두 번 사료와 물을 준 흔적이 있어 법적으론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구청의 설명이다.
 
결국 강아지들을 구출한 것은 법이 아닌 돈이었다. 이날 저녁 현장에 나타난 가게 주인에게 동물보호단체와 관악구청 측은 “입양처를 찾아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보다 못한 봉천동 주민들이 값을 부르기 시작했다. 말티즈·치와와·요크셔테리어가 각각 15만원에 주민들에게 팔려갔고, 한쪽 눈에 상처가 있어 ‘상품 가치’가 떨어진 또 다른 치와와는 동물자유연대가 데려가기로 했다.
 
주변 주민들에 따르면 이 펫숍이 들어선 건물은 주변 다른 건물과 함께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지만 펫숍 업주는 건물주에게 이주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업주의 입장을 듣기 위해 관악구청과 관악경찰서 구암지구대를 통해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애견 문화가 확산하면서 동물을 사고파는 업소는 크게 늘었다. 2012년 2152개소이던 동물판매업소는 지난해 3991개소로 증가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업체들이 과당 경쟁으로 폐업에 내몰리고 있지만 폐업 과정에서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채수지 동물자유연대 자문 변호사는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판매 업자는 폐업 시 동물 처리 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지만 실제 계획서대로 후속 처리가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명시돼 있지 않다”며 “폐업 신고 없이 장사를 접는 업주를 제재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법이 정하는 학대 유형과 처벌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방치’를 학대 유형 중 하나로 규정하고 처벌하지만 국내법은 적극적인 상해와 도살만을 학대로 규정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으로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온라인으로도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시카고·로스앤젤레스 등 60개 도시에서 반려 동물의 판매를 금지해 유기 동물 입양을 통해서만 반려 동물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의 일부 주에서는 이론 시험 등을 치러 자격을 인정받은 이들에게만 입양이 허용된다.  
 
동물권을 연구해 온 이혜윤 변호사는 “현재는 동물 학대 전력이 있는 사람도 펫숍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관련 법제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반려 동물에 대해 일정 소양을 갖춘 사람만이 동물 판매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허가제를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반려 동물의 상업적 판매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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