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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에 깃든 도회미, 21세기에 더 뜬 김환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미술평론가들에게 한국 근현대 대표작가를 물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환기의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중앙포토]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미술평론가들에게 한국 근현대 대표작가를 물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환기의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중앙포토]

다시 김환기(1913~1974)다.
 

미술평론가가 꼽은 한국대표 화가
백남준 2위, 박수근 3위에 올라
한국미술 경매서도 잇단 신기록
동양정서에 바탕한 현대적 감각
구상·추상, 자연·인공 경계 넘어

최근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끊임없이 소환되고,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 시장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한 그 김환기 얘기다. 이번에는 평론가들이 그를 꼽았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관장 김달진)이 10주년 기념전시 ‘한국 미술평론의 역사’(11월 10일까지)를 열며 국내 평론가 37인에게 한국근현대 대표작가를 물은 결과,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가 1위를 차지했다. 37명 중 18명이 그를 꼽았다.
 
2위는 17명의 지지를 받은 백남준(1932~2006), 3위는 11명의 표를 얻은 박수근(1914~1965)이었다. 미술대 교수, 큐레이터 등 미술계에서 활동 중인 평론가 37명이 3명씩 추천하는 방식으로 답한 결과다. 2위로 꼽힌 백남준과 겨우 1표 차이지만, 지난 2011년 김달진미술연구소가 평론가 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백남준이 38명, 김환기가 22명의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나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동안 김환기는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계속 갈아치워 왔다. 지난 5월 27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1972년작인 그의 붉은색 전면점화(254×202㎝)가 85억 3000만원에 낙찰되며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직전의 최고가 작품도 그의 것이었다. 지난해 4월 케이옥션 서울경매에서 65억 5000만원에 낙찰된 푸른색 전면점화 ‘고요 5-IV-73 #310’(1973)다. 현재 한국 근현대미술 경매 최고가 10위 안에 든 김환기의 작품은 여덟 점. 이중섭의 ‘소’(47억원), 박수근의 ‘빨래터’(45억 2000만원)는 각각 7위와 9위에 랭크돼 있다.
 
김환기 추상화가 가진 어떤 매력이 이토록 미술품 애호가들을 사로잡는 것일까.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김환기가 차지하는 자리는 어떤 것일까. 평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했다=신항섭 평론가는 “김환기는 초기에는 파울 클레를 통해 조형적인 세계에 눈을 뜨면서 점차 독자적인 조형언어와 어법을 발전시켜 나갔다”며 “구상작업에서 보여준 세련된 형태 감각은 가히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신 평론가는 “추상작업에서도 색채 대비와 조화, 구성이 탁월하고,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이미지가 고상하고 우아하다”고 덧붙였다.
 
윤진섭 평론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환기는 달항아리, 학, 매화 등 한국 선비의 세계를 표상하는 소재들을 바탕으로 전통적 미의식을 세련된 현대 조형언어로 전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작업으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미의식을 추구하며 시대성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백자를 사랑한 김환기의 유화 ‘항아리’(1955~56).

백자를 사랑한 김환기의 유화 ‘항아리’(1955~56).

◆자연의 숨결, 그리움의 정서를 담았다=이선영 평론가는 김환기를 “자연, 또는 자연적 삶을 추상의 언어로 표현한 작가”로 보았다. 그는 “서양미술사에서도 몬드리안이나 칸딘스키의 작품 변화를 보면 자연과의 관련성이 존재하지만 이후 현대 회화에선 화면의 평면성이 두드러진다”며 “ 김환기의 작품은 자연에 완전히 얽매여 있지 않다. 동시에 자연과 분리된 인공 언어도 아니다. 자연과 언어 그 중간 어디에서 매순간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는 긴장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환기는 1913년 전남도 신안군 기좌면(현 안좌면)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동경 일본대에서 수학했으며, 귀국해 신사실파를 창립해 활동하며 서울대와 홍익대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44세에 홍익대 학장 자리를 버리고 파리로 떠나 그곳에서 4년, 이후 50세에 뉴욕으로 건너가 11년을 머물렀다. 파리 시절까지 달항아리와 매화, 한국의 산과 강, 달 등의 자연을 담았던 그의 화폭은 ‘뉴욕시대’ 이후 완전한 추상, 즉 전면 점화로 접어든다.
 
서성록 평론가는 “김환기의 점화는 매우 서정적인 추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숱한 점이라는 게 하늘의 별을 상징할 수도 있고, 머나먼 고국에 있는 그리운 사람들을 의미할 수 있다”며 “실제로 작가는 친구와 벗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캔버스에 점을 찍었다고 했다. 그는 화가인 동시에 곱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시인 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동·서양의 정서와 감각을 세련되게 융합했다=최열 평론가는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특히 강조했다. 문인화와 민화 등이 지닌 동양과 한국 특유의 감각을 서양 20세기의 모더니즘으로 소화해냈다는 점에서다. “한국의 전통과 근대의 융합으로 미술 창조의 대안을 제시”하고 (김영호 평론가), “토착적 정서의 근대화를 모색”(김병수 평론가)했다는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신항섭 평론가는 “그의 조형언어는 지극히 탐미적”이라고 했으며, 이재언 평론가는 “절제와 밀도 있는 화면의 성취가 탁월하다”고 했다. 최 평론가는 “과거 전후 삶의 궁핍함 속에서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며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고 첨단 산업사회에 접어든 지금은 굉장히 도시화되고 귀족적인 우아함을 지닌 김환기 작품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적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평론가들은 한목소리로 “김환기가 한국 현대미술의 디딤돌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성록 평론가는 "김환기는 추상회화를 전혀 알아주지 않고 모던 아트에 대한 기반이 없던 시절, 이를 돌파하고 개척해나갔다”며 "50세에 그는 뉴욕으로 건너갔다. ‘뉴욕시대’가 없는 김환기는 상상할 수 없다. 화가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나간 도전의식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섭 평론가도 "요즘 한국 미술이 단색화 작가를 필두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그 앞에 김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평론가들은 최근 미술 경매시장에서 김환기가 ‘낙찰가 기록의 주인공’으로만 조명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서성록 평론가는 "미술사적으로 김환기의 삶과 작품 세계가 더 깊이 연구되고 평가돼야 한다”며 "앞으로 미술 담론이 더욱 풍부해지고 해외에서의 대규모 회고전도 기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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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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