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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 지나 도버해협 건너 … 축구가 돌아온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지난 7일 스웨덴과 8강전 직전 어깨를 걸고 필승을 다짐하는 잉글랜드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지난 7일 스웨덴과 8강전 직전 어깨를 걸고 필승을 다짐하는 잉글랜드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축구가 고향으로 돌아온다(Football is coming home).”
 

52년 만에 월드컵 우승 꿈 잉글랜드
축구 종가 무색하게 월드컵선 부진
모처럼 선전, 잉글랜드 전역이 축제

승승장구 배경 사우스게이트 감독
유연한 전술로 젊고 강한 팀 만들어

감독 인기에 감독 조끼 판매도 불티
결승 오르면 추가 소비 4조원 예상

요즘 잉글랜드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국민가요’다. 199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1996) 당시 영국밴드 ‘라이트닝 시즈(lightning seeds)’가 발표한 노래 ‘삼사자(Three Lions)’의 한 소절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1966년 이후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슬픔이 담겨있다. 그러나 2018년 다시 불리기 시작한 이 노래는 ‘희망가’로 재탄생했다. 잉글랜드 축구 전설 앨런 시어러는 소셜미디어에 ‘It’s coming home’이라고 적었고, 한 축구 팬은 ‘Football is coming home’이란 글귀를 문신으로 새겨넣기도 했다.
 
축구대표팀이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오르자 잉글랜드는 지금 축제 분위기다. 잉글랜드는 12일 오전 3시(한국시각)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크로아티아와 월드컵 4강전을 치른다.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8강전이 열린 지난 8일 잉글랜드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약 3000만명이 중계방송사 ITV로 경기를 지켜봤다. 결혼식 도중 하객들이 축구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한꺼번에 퇴장하는 진풍경도 나왔다.
 
사실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란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았다. 월드컵 초창기인 1930년대엔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갈등으로 불참했다. 1950년 처음 출전해 68년 동안 우승은 딱 한 차례 뿐이다. 홈에서 열린 1966년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최근 국제대회에서도 잉글랜드는 망신만 당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유로2016 16강에서는 인구 34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에 발목을 잡혔다. 잉글랜드는 프리미어리그의 스타 데이비드 베컴, 스티븐 제라드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보유했다. 하지만 모래알 같은 조직력 탓에 번번이 무너지면서 ‘배부른 돼지’란 조롱을 받았다. 공격수 웨인 루니는 A매치 기간 만취한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고, 샘 앨러다이스 대표팀 감독은 2016년 에이전트와 관련된 부정 스캔들로 2개월 만에 물러났다. 말 그대로 ‘콩가루 집안’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우주의 기운’이 잉글랜드로 모이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파나마, 튀니지 등 약체를 상대했다. 16강에서는 콜롬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꺾었다. 역대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3차례 패한 징크스를 깼다.
 
상징과 같은 조끼 차림의 사우스게이트 감독. [AP=연합뉴스]

상징과 같은 조끼 차림의 사우스게이트 감독. [AP=연합뉴스]

잉글랜드가 승승장구하는 건 2016년 팀을 맡은 ‘괴짜 신사’ 가레스 사우스게이트(48·영국) 감독의 힘이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11골 중 8골을 세트피스로 넣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미국프로풋볼(NFL) 시애틀 시호크스, 미국프로농구(NBA) 미네소타 팀을 직접 찾아가 풋볼과 농구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공간창출 능력을 배운 뒤 잉글랜드 대표팀에 이식시켰다.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처럼 선수들과 군사훈련소에 함께 입소해 흙탕물에 들어가 극기훈련을 받았다.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대처 능력을 키울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를 평균연령 26.1세의 젊은 팀으로 변모시켰다. 불과 2년 전까지 관중석에서 친구들과 대표팀 경기를 지켜봤던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25·레스터시티)도 깜짝 발탁했다. 매과이어는 스웨덴과 8강전에서 헤딩골을 터트렸고, 이번 대회에서 공중볼 다툼을 33차례나 이겨냈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잉글랜드는 예전의 단조로운 킥앤러시 ‘뻥 축구’가 아니다. 스리백을 기반으로 유연성이 더해진 3-3-2-2 전술을 펼친다. 예전에 비해 이름값이 떨어지더라도 전 포지션에 맞춤형 선수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공격수 해리 케인(토트넘)은 골 결정력이 뛰어나고, 뒤를 받치는 델리 알리(토트넘)는 기술이 좋다. 오른쪽 윙백 키에런 트리피어(토트넘)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날린다.
 
FIFA는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4개국의 전력을 분석하면서 각 나라의 강점을 소개했다. 프랑스는 융통성, 벨기에는 팀 정신, 크로아티아는 중원을 꼽으면서 잉글랜드의 강점은 ‘다양성(Variety)’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팀 잉글랜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도 승리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고 평가했다.
 
잉글랜드 역대 월드컵 성적

잉글랜드 역대 월드컵 성적

‘꽃 중년’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잉글랜드 의류 공급업체 마크 앤 스펜서에 따르면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입는 양복 조끼의 주문량이 35%나 증가했다. 그의 양복 조끼(9만6000원)를 비롯해 상·하의, 넥타이, 행커치프, 구두를 구매하려면 모두 428파운드(63만원)가 든다. 그의 조끼에는 세로로 ‘Coming Home’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잉글랜드의 선전과  함께 영국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 영국 소매업 리서치센터는 잉글랜드가 결승에 진출할 경우 27억2000만 파운드(4조원)의 추가 소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잉글랜드 팬들이 4강전에 플라스틱컵 30만 개, 케밥 15만 개, 피자 10만 박스, 잉글랜드 국기 5만 개를 소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반면 영국 내 잉글랜드의 이웃인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는 ‘ABE (Anyone But England·잉글랜드만 아니면 된다)’는 정서가 여전하다. 영국 내에서 면적이 넓고, 지원도 많이 받는 잉글랜드를 향한 반감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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