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임정욱의 스타트업 스토리] 스카이 다이빙에 텐트 회의 … 노르웨이식 스타트업 축제

노르웨이의 창업 생태계를 알리기 위해 2015년 시작된 민간 콘퍼런스 ‘스타트업 익스트림’은 풍광이 아름다운 교외에서 진행된다. 천막(텐트) 안에 마련된 무대에서 스타트업들이 발표를 하고 참가자들은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면서 노르웨이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사진 스타트업 익스트림]

노르웨이의 창업 생태계를 알리기 위해 2015년 시작된 민간 콘퍼런스 ‘스타트업 익스트림’은 풍광이 아름다운 교외에서 진행된다. 천막(텐트) 안에 마련된 무대에서 스타트업들이 발표를 하고 참가자들은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면서 노르웨이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사진 스타트업 익스트림]

‘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에도 스타트업이 있을까. 답은 “있다”다. 노르웨이 신성장 산업을 지원·육성하는 정부 기관인 ‘이노베이션 노르웨이’의 초청으로 지난달 중순 이 나라 제2의 도시인 베르겐(Bergen)에서 열린 ‘스타트업 익스트림(Startup Extreme) 2018’에 다녀왔다. 2015년 시작된 민간 콘퍼런스다.
 

창업가들 모여 익스트림 스포츠
국민소득 7만 달러에도 혁신 고민
경력 많은 4050 중장년 창업 활발
북유럽 4개국 스타트업 육성 경쟁

노르웨이는 세계 최고의 부국(富國) 중 하나다. 인구 500만명의 소국이지만 1970년대부터 북해 유전 개발로 석유 산업이 발전했고 이에 힘입어 1인당 국민 소득은 7만 달러가 넘는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스타트업 육성에 일찍이 관심을 갖고 생태계를 키운 스웨덴·덴마크·핀란드 등 다른 노르딕 국가와 달리 노르웨이는 스타트업에는 무관심한 편이었다. 그러다가 2014년 유가 하락으로 석유 산업이 타격을 받자 비로소 노르웨이는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럽에는 이미 핀란드에서 열리는 ‘슬러쉬’나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파이오니어스 페스티벌’ 등 유명한 스타트업 축제가 많다. 하지만 스타트업 익스트림이 다른 행사와 차별화한 부분은 ‘익스트림’이다. 콘퍼런스는 노르웨이 제2의 도시인 베르겐에서 하루만 열고 나머지 1.5일은 베르겐으로부터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도시 보스(Voss)에서 진행된다. 이곳에선 텐트에서 스타트업들이 발표하는 데모 데이(demo day)를 하고, 반나절 동안 스카이 다이빙·패러글라이딩·마운틴 바이크·스탠드업 패들(SUP) 등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며 친목을 다진다. 약 300명 규모의 작은 콘퍼런스라 서로 스포츠를 즐기며 다른 어느 행사보다 참가자들과 더 친숙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도 로프에 매달려서 나무 사이와 계곡을 누비는 집 라이닝을 즐기며 다양한 참가자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아시아와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중국·일본·한국 등에서도 참가자를 초대했다.
 
노르웨이 보스(Voss)에서 스탠드업 패들(SUP)을 즐기는 스타트업 익스트림 참가자. [사진 스타트업 익스트림]

노르웨이 보스(Voss)에서 스탠드업 패들(SUP)을 즐기는 스타트업 익스트림 참가자. [사진 스타트업 익스트림]

첫날 스타트업 익스트림 콘퍼런스의 주제는 ‘스케일 업(scale up·성장)’이었다. 스타트업 익스트림 창업자인 마야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가 늘어나면서 노르웨이에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며 “이제 생태계의 지식과 구성을 스케일업 단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2017년 북유럽 노르딕 국가 벤처 투자액을 보면 스웨덴이 45%를 차지한다. 노르웨이는 15%로 가장 적다. 스웨덴은 스포티파이(Spotify)·마인크래프트(Minecraft), 아이제틀(iZettle)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이 계속 나오면서 스톡홀름이 유럽에서 가장 활발한 스타트업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 행사를 통해 접한 노르웨이 스타트업들의 수준은 높은 편이었다. 장년층 창업자들이 많은 점도 인상적이었다. 세계 최대의 연어 산업과 석유 시추 산업이 발달한 베르겐은 인구 25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해양기술 전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해치(Hatch)’등이 자리잡고 있다. 콘퍼런스 피칭 대회에서 우승한 팀은 ‘시푸드 포털’로 수산물회사 출신 40~50대 중년 남성들이 창업한 회사였다. 주목을 받은 회사 중에는 ‘노펜스(Nofence)’라는 회사도 눈에 띄었다. 이 회사는 양의 목에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매달고 모바일 앱으로 정한 가상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약한 전기 충격 경고를 주는 방법으로 가축을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씽크아웃사이드(Think Outside)’라는 팀은 눈사태 예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스키어들의 스키에 IoT 센서를 장착해 눈이 약하게 쌓인 지대를 일찍 감지해 경보를 보내준다는 것이다.
 
내가 해외 사람들과 화상 회의를 할 때 애용하는 어피어인(Appear.in)이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 서비스를 만든 스타트업 창업자를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나 놀라기도 했다. 이 좋은 제품을 노르웨이 회사가 만든 줄은 몰랐었다.
 
한편 노르웨이 북쪽에 위치한 제3의 도시 트론헤임 출신의 뛰어난 하드웨어 스타트업들도 많았다. 알고 보니 트론헤임에 명문 과학기술대 NTNU가 위치한 덕이었다. 자율비행 드론으로 석유 시추선의 내부 검사를 수행하는 기술을 개발한 ‘버서(Versor)’ 고화질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헤드셋을 만든 ‘무비마스크(Moviemask)’ 액션 카메라를 줄에 매달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와이랄(Wiral)’ 같은 회사들이 NTNU 출신들이 창업한 인상적인 회사들이었다.
 
노르웨이 스타트업들도 ‘스케일업’이 도전 과제였다. 현지의 한 공유경제 플랫폼 스타트업 창업자는 “규모 있는 투자가 가능한 벤처캐피탈을 만나려면 런던이나 베를린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투자자는 “노르웨이에서는 아직도 돈을 벌려면 아파트·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믿음이 강하다. 스타트업에 큰돈을 투자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운영자 션은 “노르웨이 창업자에게는 워낙 정부 지원이 많고 또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 성공하겠다는 ‘절실함’이 떨어진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인건비가 워낙 비싸서 현지에서 개발자를 구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많은 노르웨이 스타트업들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에서 개발자를 원격으로 아웃소싱해서 이용한다.
 
노르웨이는 부국이긴 하지만 인구수로 보면 한국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시장이다. 게다가 다른 노르딕국가를 다 합쳐도 3000만명이 안 되기 때문에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절실하다. 스타트업 익스트림에서 내가 만난 스타트업 중 5년 안에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곳이 얼마나 나올지, 노르웨이가 스웨덴처럼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jlim@startupall.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