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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간첩조작사건·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훈·포장 취소

1969년 4월 인천 덕적도 근해에서 조업 중이던 이병규씨(당시 20세)는 나포돼 북한으로 끌려갔다가 6개월 만에 돌아왔다. 귀환 직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4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영창호 선원 정삼근씨 등 2명과 고인이 된 강인준씨와 유재철씨의 유가족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4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영창호 선원 정삼근씨 등 2명과 고인이 된 강인준씨와 유재철씨의 유가족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뉴스1]

 
그는 강원도 탄광에서 일하던 1985년 국군보안사령부 107보안부대에 구속영장 없이 연행돼 구타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이씨가 북한에 억류된 동안 지령을 받고 귀환한 뒤 국가기밀을 탐지하고 태백시에서 발생한 소요사태를 선동했다는 누명을 씌웠다.
 
이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6년간 복역하다 1991년 가석방됐다. 당시 이씨를 수사했던 보안부대 관계자 3명이 보국훈장(광복장·삼일장), 2명이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10년 이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있는 결정 이후 곧바로 재심을 신청해 이듬해 서울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3년 5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는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씨와 가족에게 국가가 10억여원을 지급하라는 배상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1984년 1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간첩 소탕작전에 공이 많은 육군 제6128부대 등 14개 기관에 대해 표창하고 있다. [중앙포토]

1984년 1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간첩 소탕작전에 공이 많은 육군 제6128부대 등 14개 기관에 대해 표창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병규씨 사건 등 1980년대 이뤄졌던 간첩조작사건을 비롯해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들에게 수여됐던 서훈(훈장·표창 등)이 대대적으로 취소된다.
 
행정안전부는 1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부적절한 서훈 취소(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취소되는 서훈은 무죄판결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45명과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관련자 1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7명·2개 단체 등이다. 이들에게 수여된 56점의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등이 최소 대상이다. 취소 의결된 서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1984년 5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제기획원에서 박인량씨(부산 형제복지원원장)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1984년 5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제기획원에서 박인량씨(부산 형제복지원원장)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행안부는 지금까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권고 무죄 사건 9건과 언론사 보도 간첩조작사건 3건,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등 13건의 사건 관련자 서훈을 파악해 관련 부처별로 공적심사위원회, 당사자 소명 등 취소절차를 진행했다.
 
간첩사건 관련 서훈 취소는 재심에서 법원으로부터 무죄가 확정된 사건과 관련 유공으로 포상을 받은 사람들이 대상이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부랑인 보호 사업에 대한 공적으로 1981년 당시 원장, 1984년 당시 대표가 각각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하지만 불법감금과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 불법 암매장 등이 확인되면서 서훈 취소가 결정됐다.
인권유린 행위로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옛 부산 형제복지원의 수용자 신상기록카드 원본이 지난 3월 공개됐다. [연합뉴스]

인권유린 행위로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옛 부산 형제복지원의 수용자 신상기록카드 원본이 지난 3월 공개됐다. [연합뉴스]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에 대한 훈·포장(68명)은 ‘5·18 민주화운동법’으로 모두 취소했지만,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은 그동안 관련 규정이 없이 취소하지 못했다. 정부는 2016년 11월 대통령령인 ‘정부표창규정’을 개정, 이번에 취소를 결정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서훈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정부 포상의 영예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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