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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보장 '종전선언'요구에 폼페이오 "베트남을 보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8일 “베트남의 기적이 김정은 위원장의 것이 될 것”이라며 베트남 모델을 강조했다. 
평양과 도쿄를 거쳐 베트남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현지 경제인과의 만찬에서 “과거 상상할 수도 없었던 베트남의 번영 및 미국과의 동반자 관계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메시지를 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나라(북한)도 똑같은 길을 따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를 잡기만 하면 당신(김정은) 것이며 북한에서 당신의 기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진행한 회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진행한 회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베트남과 북한은 모두 미국과 전쟁을 치른 나라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에 따르면 미국과 베트남의 무역은 최근 20년간 80배 커졌다. 베트남은 1985년부터 베트남전 실종 미군 유해 송환을 놓고 미국과 협의하면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는데 북한과 미국은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의 송환을 추진 중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베트남 모델’은 지난 6~7일 평양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협상 후 나왔다는 점에서 뼈가 담긴 대북 메시지로 풀이됐다. 당초 북한 측은 평양에 온 폼페이오 장관에게 종전선언을 전면에 내걸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9일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을 맞으면서 보여준 가장 큰 관심은 종전선언 일정 확정”이라며 “미국은 북한 비핵화 및 북ㆍ미 관계 개선 등 현안을 전반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북한은 ‘가장 상징적이고, 일정이 바쁜(빠듯한) 종전선언부터 하자’는 기류였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은 폼페이오가 평양을 떠난 직후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하자고 제의했다”고 공개했다. 종전선언은 미국과 북한 간에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인 만큼 북한 입장에선 북ㆍ미 관계 개선을 보여주는 전환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선글라스 착용)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회담을 한 뒤 미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마이크 폼페이오(선글라스 착용)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회담을 한 뒤 미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북한이 종전선언에 조급했던 이유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낸 약속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전직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에선 수령(김정은)의 결정에는 오류가 없다는 무오류성이 진리”라며 “김 위원장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 종전선언이 담겼고, 북ㆍ미 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평화체제 구축이 포함됐던 만큼 북한 관료들로선 이를 구체화하는 게 중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종전선언을 가시화해 대내에 김정은의 대미 업적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때문에 ‘종전선언’이라는 체제보장을 요구한 북한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베트남 모델’을 언급한 것은 ‘비핵화가 체제 번영’이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대응 논리를 제시한 게 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선택은 북한과 그 국민에게 달려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김 위원장은 한민족의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9일엔 트윗을 통해 “이 나라(베트남)는 놀라운 길을 걸었다. 번영과 안보가 넘치며 오늘 우리는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동반자 관계를 누리고 있다”며 “북한도 이 길을 따라 갈 수 있으며 기적도 똑같이 북한의 것이 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선 베트남 모델의 숨은 함의가 중국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지난달 12일 북ㆍ미 정상회담 직후에 종전선언 발표를 검토했다고 한다. 종전선언에 한국 참여까지 고려했다는 게 정부 고위 당국자의 전언이다. 그런데 중국이 “정전협정 당사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며 참여의 뜻을 밝히자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선 동북아에서의 중국 영향력 증대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ㆍ미 담판으로 북한 핵 문제를 풀려고 했던 백악관 입장에선 중국의 개입으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트남은 남중국해 문제 등 안보 현안에서 중국과 긴장 관계다. 북한 역시 대중 관계에서 보다균형있게 행동하라는 메시지까지 담았다는 지적이다. 

서울=정용수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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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