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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서비스’를 조르는 자식들에게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52)
“눈치가 없는 건지, ‘작전’인 건지…. 에휴.”
 
한 친구가 말을 꺼내자 자리는 이내 자식 성토장이 됐다.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에서였다. 할 말 못할 말이 없는 사이였기에 자식의 성화에 가슴 철렁했던 경험담이 나오자 너도나도 한마디씩 보탰다. 결혼까지 시킨 자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손을 벌리는 바람에 흰 머리가 는다는 얘기였다.
 
듣다 보니 대체로 두 가지 유형이었다. 하나는 사돈댁 ‘지원’과의 비교, 다른 하나는 손주를 볼모로 한 일종의 ‘앵벌이’였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친구는 자식들이 부모를 영원한 봉으로 여기는 것 같아 영 서운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중앙포토]

경제적으로 넉넉한 친구는 자식들이 부모를 영원한 봉으로 여기는 것 같아 영 서운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중앙포토]

 
한 친구의 딸은 “시아버님이 남편 차 사는 데 몇백만 원을 보탰다” “해외여행 가는 데 비행기 삯을 전액 부담했다”고 하더란다. 다른 친구는 “가족 모임으로 외식할 때마다 장인이 계산한다” “생일에 시아버지에게서 몇백만 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무슨 뜻으로 하는 걸까? 나 들으라고 하는 이야긴가’ 싶어 밤늦도록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그날 모인 친구들의 형편은 제각각이었다. 골프채 세트를 선물하거나 아들에게 차를 사준 넉넉한 친구도 있지만 100만원 조금 넘는 국민연금에 주로 의지하는 궁색한 처지의 친구도 있었다. 한데 이런 ‘비교’에 신경 쓰이기는 모두 마찬가지였다.
 
넉넉한 친구는 ‘괘씸하다’ 했다. 자기를 영원한 봉으로 여기는 것 같아 영 서운한 생각이 들더란다. 사돈의 지원을 빌미로, 부모의 주머니를 노리는 잔꾀로 들려 불쾌하다고도 했다.
 
이건 약과다. 형편이 궁색한 친구는 ‘야속하다’ 했다. ‘어찌 그리 부모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가’ 싶어 자식이 맞는지 모르겠더라고도 했다. 무심코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그토록 생각이 짧게 키운 자기 잘못이라는 자탄도 흘러나왔다.
 
어린 손녀를 내세워 자신의 부모에게 장난감이나 옷을 사달라고 시키는 '볼모형' 자식들. [중앙포토]

어린 손녀를 내세워 자신의 부모에게 장난감이나 옷을 사달라고 시키는 '볼모형' 자식들. [중앙포토]

 
이게 ‘경쟁 유발형’ 자식이라면 ‘볼모형’은 더 지능적이다. 한 친구는 딸이 잊을 만하면 어린 손녀를 내세워 “할아버지에게 백화점에서 옷 사 달라 그래라” “할아버지에게 어린이 자동차 사 달라 그래라”하는 통에 딸 보기가 무섭다고 했다. 슬그머니 옷값이며 자동차 값을 알아봤더니 무슨 유아 옷이 백화점에서 50만원, 어린이 자동차는 몇십만 원대 전기자동차까지 있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전에도 썼지만 손주는 자식보다 귀엽다. 더 잘해주고 싶다. 그러나 그것도 스스로 내킬 때 능력 안에서 할 일이다. 앞으로 20년은 더 살아야 할 처지에, 물려받은 재산도 뾰족한 수입원도 없는 ‘낀 세대’ 부모에게 그런 은근한 손 벌림은 ‘비수’나 다름없다.
 
제 자식 귀여운 줄만 알지 자기 부모 어려운 줄은 모르는 자식들에 대한 처방은 한 가지였다. 그날 모였던 친구들은 “아무개 집 아들은 혹은 딸은 부모에게 한 달에 몇십만 원씩 용돈을 드린다더라”로 선제공격을 해서 자식들의 말문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설 때 한 친구가 마무리했다.
 
“평균수명은 갈수록 길어질 텐데 지들도 나이 들어 보라지.”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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