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인도 게으르고 지저분? 상명하복 문화 버려야 성공"

김광로 前 LG 사장의 인도 비즈니스 성패론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인도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현대기아차·CJ 등이 일찌감치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10% 미만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13억 인구의 구매력과 풍부한 자원만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인도에 투자한 국내 기업 중에는 LG전자의 실적이 돋보인다. 1997년 1월 현지법인을 세운 LG전자는 그해 360억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2조원대로 매출을 키웠다. 지금은 TV·세탁기·전자레인지 등에서 30%대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인도의 ‘프리미엄 국민 브랜드’로 안착했다는 평이다. 
 
김광로 전 LG전자 사장은 ’인도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보다는 권한 위임을 통해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그는 14년간 인도에 머물면서 LG전자 인도법인 대표, 인도 가전회사 비디오콘 부회장 등을 지냈다. [중앙포토]

김광로 전 LG전자 사장은 ’인도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보다는 권한 위임을 통해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그는 14년간 인도에 머물면서 LG전자 인도법인 대표, 인도 가전회사 비디오콘 부회장 등을 지냈다. [중앙포토]

 
이런 성과를 올린 데는 97년부터 10년간 현지법인을 이끈 김광로(72) 전 LG전자 사장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김 전 사장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인도 신화’를 썼다. 이후엔 인도 최대 가전업체 비디오콘그룹 대표이사 겸 가전부문 부회장으로 영입돼 ‘CEO 수출 1호’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은 서양화가로 변신해 인생 2막을 걷고 있다. 
 
김 전 사장은 8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저임금 노동력이라는 환상, 게으르고 지저분한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인도가 제대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인도 비즈니스를 한두 마디로 압축하면. 
 
A. “그게 쉽지 않다. 흔히 ‘인도는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그 근본엔 다원화된 사회라는 배경이 있다. 특히 권력이 나뉘어 있어 속도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한국 기업의 성장 키워드인 ‘빨리빨리’ 문화와 맞지 않는다.”     

Q. LG전자의 성공 키워드가 뭐였나. 

 
A. “무조건 일등을 하겠다는 각오보다는 현지인과 편하게 어울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 전문용어로는 ‘문화 지능’(Cultural Intelligence·컬처럴 인텔리전스)을 키웠다. 조금 과장해서 나는 현지 신문만 열심히 읽었다. 신문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현지인에게 호기심과 애정을 갖고 대했다.”
 



Q. 어떻게 어울렸나. 
 
A. “인도에 발을 디딘 한국 기업 주재원의 첫 마디는 대개 ‘지저분하며 게으르다’는 것이다. 현지 채용인(현채인)에 대해선 ‘운전은 거칠게 하면서 일은 왜 이리 더딘지 모르겠다’고 비난한다. 이런 자세라면 성공하기 어렵다. 인도인은 생각이 다양하고 행동이 조금 느릴 뿐이다. 나는 현채인에게 합리적인 목표를 제시하면서 응당한 보상을 해줬다. 그러면 성과가 난다. 처음에 360억원이던 매출이 10년 뒤 1조5000억원으로 뛰었다. 지금도 LG전자는 3400여 직원 중 현채인 비중이 99%다. LG전자 현채인 출신이 필립스 인도법인장, 인도 가전업체인 오니다 부사장 등으로 발탁됐다. 인도 전자업계에서 LG전자는 ‘CEO 사관학교’로 불린다.”  

 

Q. 처음부터 잘했을 것 같지는 않다. 
 
A. “맞다. LG전자도 처음엔 국내 공장 출신 20여 명을 현지에 파견했는데, 이들은 부지런하고 성실했지만 상명하복하는 군인정신이 지나치게 강했다. 소통이 안 됐고, 이게 현채인에겐 ‘갑질’로 비쳤다. 하나둘씩 바꿔 나갔다.”
 

Q.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  
 
A.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냉동실을 줄이고 냉장실을 키운 냉장고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인도는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안정기를 넣어 전기가 끊겨도 냉기가 유지되는 냉장고, 초음파로 모기를 쫓는 에어컨과 TV 등이 있다. 현지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유용하게 활용했다.”   
  

Q. 다른 외국계 기업 중엔 어디가 잘하나. 
 
A. “지금은 접었지만 혼다가 현지 업체와 합작한 히어로혼다(Hero-Honda)가 인상적이었다. 저소득층을 겨냥한 900달러짜리 소형 모터사이클이 크게 히트했다. 식품회사인 네슬레도 카레 맛 라면 ‘매기면’으로 유명했다. 이 회사는 인도인들이 즐겨 찾는 잔잔한 먹을거리를 많이 만든다. 완전한 현지화를 통해 성공한 것이다.”      
 

Q. 인도에서 모두 성공한 건 아니다. 세계 1위 경쟁력을 보유한 포스코가 인도 동부 오디샤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1200만t의 일관제철소를 지으려던 프로젝트는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A. “인구가 많다고, 자원이 풍부하다고 항상 기회의 땅은 아니다. 다른 회사 얘기를 하는 건 부담스럽다. 다만 인도와 군대 문화는 맞지 않는다. 조금 전 말한 대로 인도는 권력이 분산돼 있다. 중앙정부 따로, 지방정부 따로다. 심지어 작은 마을에도 권력이 있다. 포스코는 중앙정부와 협상에 지나치게 의존한 듯하다.”     
 
김광로 전 LG전자 사장은 ’인도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 중의 하나가 올드델리의 재래시장인 찬드니 초크’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김광로 전 LG전자 사장은 ’인도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 중의 하나가 올드델리의 재래시장인 찬드니 초크’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Q. 인도에서 사업을 하기엔 어떤 장점이 있나.  
 
 
 
A. “인도인은 형편도 어렵고 외국에 나간 적도 없지만 특이하게도 태어나면서부터 세계화가 돼 있다. 옆 동네와 언어가 다르고, 빈부 격차가 뚜렷하다. 종교도, 정당도 스펙트럼이 넓다. 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문화가 있다. 이런 데서 비즈니스 기회를 엿봐야 한다.”    
 
Q. 인도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은.  
 
A. “올드델리에 있는 찬드니 초크를 추천한다. 생긴 지 400년 넘은 재래시장이다. 우리로 치자면 남대문 시장 같은 곳인데, 가장 활기 넘치면서도 소박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종교와 빈부 격차, 교통 등 인도 특유의 다양성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김광로=1946년 충남 강경 출생.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74년 LG전자에 입사했다. 미국과 독일·파나마·두바이·인도·페루 등에서 30여년간 해외영업을 했다. LG전자 동남아지역 대표(사장), 인도 전자업체 비디오콘 부회장, 인도 신용평가회사 오니크라 부회장 등을 지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