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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책임지겠다"며 극단적 선택, 그건 명백한 범죄

인천 가족 사망 동정론 경계 목소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Pixabay]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Pixabay]

“책임 지는 게 아니에요. 이건 분명한 범죄입니다.”
 
인천 송도신도시에 사는 40대 여성이 차 안에서 3명의 자녀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7일)는 소식에 대해 9일 자살예방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애 앞길이 막막해지니까 데려간 거다”라거나 “망인의 그 심정을 압니다”는 식으로 숨진 여성을 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반응이 동정으로 흐르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였다.
 
이 사건 발생 지역은 인천시 경서동의 한 야외주차장이다. 제네시스 차량 안에선 주부 A씨(42)가 2ㆍ4ㆍ6살 된 자녀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내 상황을 파악한 경찰은 A씨가 3명의 자녀를 숨지게 한 뒤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건을 흔히 ‘동반자살’로 표현하지만, 자살 예방 전문가들은 극도로 꺼리는 낱말이다. 전명숙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동반 자살’이나 ‘일가족 자살’ 등으로 사건을 규정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생계가 막막해질 자녀를 위해 책임 있는 선택을 한 게 아니라, 분명한 범죄 행위를 했다는 인식이 사회에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실제 이 같은 류의 극단적인 시도에서 부모가 살았을 때, 해당 부모가 영아살해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은 사례도 있다”며 “법적으로도 명확하게 범죄로 규정한 행위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이런 비극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당사자가 겪었을 정신적 고충에 대해 아픔을 함께할 수는 있지만 그런 극단적 선택까지 동정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내 아이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이런 사건의 원인 중 하나가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7일 발생한 인천 주부와 3자녀 사망 사건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명백한 '영아살인' 범죄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사진 Pixabay]

7일 발생한 인천 주부와 3자녀 사망 사건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명백한 '영아살인' 범죄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사진 Pixabay]

이런 일은 얼마나 많이 생기는 걸까. 2014년 서울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06~2013년 자녀살해 후 자살 사건은 연 평균 14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이번 인천 사건 외에도 2015년 2월엔 경남 거제에선 생활고를 비관한 한 남성이 부인과 3명의 자녀를 살해하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지난해 9월에도 경기 남양주시에서 40대 여성이 ‘애들을 데려가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4ㆍ6세 자녀를 숨지게 한 뒤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 송도신도시 전경 [중앙포토]

인천 송도신도시 전경 [중앙포토]

반면 이번 인천 사건은 숨진 부모가 생활고를 겪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 아니었다. 또 A씨가 살던 송도신도시는 인천 안에서 이른 바 ‘잘 사는 곳’으로 꼽힌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원인 추정을 한다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두 살짜리 아기가 있었던 것을 봤을 때, 산후우울증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산후우울증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한다면 이런 비극적인 선택을 막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고 설명했다.
자살 예방 전문가들은 자신의 고민 표현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꼽는다. [사진 Pixabay]

자살 예방 전문가들은 자신의 고민 표현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꼽는다. [사진 Pixabay]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전문가나 일반 여론의 의견이 일치한다. 전홍진 교수는 “A씨가 이런 일을 벌이기 전, 불면증을 겪거나 다른 이상 행동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징후를 누군가 옆에서 발견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이 같은 영아살인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삶에 어려움이 느껴질 수록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얘기하는 자신만의 용기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동우 교수는 “스스로 삶의 의지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정부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적절한 때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시스템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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