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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종전선언 ‘악마의 디테일’ 싸움 … 김정은 못 만났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배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배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실무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평가는 엇갈렸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회담에 나섰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일 “전반적으로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북한 외무성은 “미국 측의 입장과 태도는 유감스럽기 그지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북한은 더 나아가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어디에도 없다”며 비핵화 협상이 파탄 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번 협상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할 때마다 만났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고, 예상됐던 미군 유해 송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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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는 “북·미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협상 전술의 차이 때문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선 협상이 기대만큼 순탄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과는 회담 전부터 예상됐다. 지난달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 이후 북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에서 속도전을 기대했지만 가시적인 진전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이 귀국 후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파괴할 것이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김 위원장은 일주일 뒤(지난달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찾아 전략적 협력을 다짐했다. 미국 역시 북한이 강력히 희망했던 대북제재 해제 대신 제재를 1년 연장하는 조치를 지난달 22일 취했다. 양측 모두 신뢰 구축과 상황 진전을 위한 움직임 대신 오히려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1일 폼페이오 장관의 서한 전달 뒤 방북이 성사됐지만 큰 기대를 걸긴 어려웠다.
 
이를 두고 ‘악마의 디테일’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협상이 이전과 달리 두 정상이 (비핵화에) 합의한 뒤 실무진이 협의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행을 위한 각론에선 서로의 입장 차로 인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신고와 검증, 동결 및 폐기 등 비핵화 시간표(timeline)와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반대급부에 대한 셈법이 서로 달라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역적(irreversible)인 데 반해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나 관계개선은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비핵화의 구체화를 위해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됐다는 명분이 필요하다”며 “종전 선언과 대북제재 완화·해제가 출발점인데 미국이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것이 불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외무성 담화에서 ‘종전 선언’을 세 차례나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등 국내 정치적 요인을 감안해 빠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 것도 트럼프의 계산으론 북한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 초기 조치에 상응하는 그런 수준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까닭에 향후 협상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뮤지컬을 하듯 보여주기식 외교를 하고 있다”며 “그럴 경우 북한도 자신들이 표명한 비핵화 의지를 접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북한 내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실무회담(12일)과 미사일 엔진 시설 폐기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키로 한 것은 양측 모두 당장 협상 테이블에서 먼저 일어나지 않고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이번 회담은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금은 문을 열고 개문(開門)발차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고, 향후 협상도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치겠지만 종국에는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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