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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대구 학생들은 평양으로 수학여행

기자
송의호 사진 송의호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26)
평양과 압록강, 만주, 일본….
 
1930년대 대구 지역 학교의 수학여행 장소다. 최근 남북한 철도 연결과 현대화사업이 논의되면서 남북을 자유로이 여행하던 시절을 돌아보았다.
 
1932년 대구고보 압록강 수학여행. [사진제공 올댓플랜창]

1932년 대구고보 압록강 수학여행. [사진제공 올댓플랜창]

 
경북고의 전신인 대구고보 학생들은 1932년 압록강 철교를 배경으로 수학여행 기념사진을 남겼다. 경북중고등학교동창회가 펴낸 『경맥 117년사』(1899∼2016)에 실려 있다. 2006년 대구 계성고등학교가 펴낸 『사진으로 본 계성 100년』에는 1939년 6월 평양 부벽루로 보이는 사적지 앞에서 수학여행 간 학생들이 단체로 찍은 사진이 들어 있다.
 
모두 어깨띠를 두른 제복에 교모를 쓴 모습이다. 또 1930년대 후반 계성 학생들이 신사가 보이는 일본 나라(奈良) 사슴공원에서 찍은 단체사진도 있다. 대륙 만주로도 여행했다. 일제강점기 암울하고 궁핍했을 시절에 이들은 어떻게 이런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었을까.
 
1939년 6월 계성학교의 평양 수학여행. 유적은 대동강가 부벽루로 보인다. [사진제공 대구교육박물관]

1939년 6월 계성학교의 평양 수학여행. 유적은 대동강가 부벽루로 보인다. [사진제공 대구교육박물관]

 
계성고는 사진 옆에 수학여행의 내력을 적어 두었다. ‘매년 4월 신 학년을 맞아 4학년은 3년간 적립한 여행기금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약 2주일 정도로 일본 각지를 여행했다. 1937년에는 간사이(27회), 1938년(28회), 1940년(30회), 1941년(31회)에는 도쿄를 다녀왔다. 1939년 29회는 만주 하얼빈을 여행했다.
 
수학여행은 1942년 모두 중단됐다.’ 대구은행이 최근 펴낸 『향토와 문화』는 수학여행이 대한제국 시기에 처음 등장했다고 정리했다. 이어 1900년 경인선, 1905년 경부선‧경의선 등 철도가 잇따라 개통되면서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졌다. 여행지는 볼 만한 근대 시설물과 유적이 있는 서울‧평양‧개성‧경주 등지가 인기였다.
 
1930년대 계성학교의 일본 수학여행 사진. 나라 사슴공원 뒤로 신사가 보인다. [사진제공 대구교육박물관]

1930년대 계성학교의 일본 수학여행 사진. 나라 사슴공원 뒤로 신사가 보인다. [사진제공 대구교육박물관]

 
일제가 강점한 뒤에도 수학여행은 계속된다. 특히 3‧1운동 이후 일본이 문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도 생겨났다. 경부선을 타고 부산에 도착해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배로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교토‧도쿄 등지를 방문했다. 신사와 궁궐이 포함되기 일쑤였다.
 
일제가 1932년 만주국을 세운 뒤엔 한동안 조선 학생의 만주 수학여행을 장려했다고 한다. 당시 수학여행 뒤엔 이런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1930년 4월 경주 수학여행. 학생들이 다보탑 기단에 걸터앉아 있다. [사진제공 올댓플랜창]

1930년 4월 경주 수학여행. 학생들이 다보탑 기단에 걸터앉아 있다. [사진제공 올댓플랜창]

 
경주는 일제강점기에도 국내 수학여행지로 인기였다. 경주 수학여행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사진에 남아 있다. 첨성대는 꼭대기와 중간에 학생 수십 명이 빼곡히 올라가 있다. 사진 귀퉁이에는 “별나라로 산보 갔드니”라고 적혀 있다.
 
한 번만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러고도 견딘 첨성대가 신기할 정도다. 다보탑도 탑의 기단에 학생 수십 명이 걸터앉아 있다. 당시에는 선생님도, 누구도 그런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모양이다.
 
1935년 4월 계성학교의 경주 수학여행. 첨성대 꼭대기까지 학생들이 올라가 있다. [사진제공 대구교육박물관]

1935년 4월 계성학교의 경주 수학여행. 첨성대 꼭대기까지 학생들이 올라가 있다. [사진제공 대구교육박물관]

 
1943년 태평양전쟁이 벌어지면서 수학여행은 중단된다. 학생들은 대신 군사 훈련과 각종 행사, 근로에 동원됐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15일 대구 북구 산격동에 교육 관련 유물 2만여 점으로 ‘대구교육박물관’을 개관했다.
 
각종 학교의 시대별 교복과 교구‧교과서, 개인이 기증한 사진‧기록물 등이 망라돼 있다. 80년 전 앨범 속 사진처럼 학생들이 북한으로 마음껏 다시 수학여행을 떠날 그 날이 기다려진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 중앙일보 객원기자 yeeh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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