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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0%가 '마의 벽'···"좋은 대본은 다 tvN·JTBC로"

지상파 드라마 포스터. 왼쪽부터 KBS2 월화극 '너도 인간이니?', MBC 수목극 '이리와 안아줘', SBS 수목극 '훈남정음' [사진 각 방송사]

지상파 드라마 포스터. 왼쪽부터 KBS2 월화극 '너도 인간이니?', MBC 수목극 '이리와 안아줘', SBS 수목극 '훈남정음' [사진 각 방송사]

지상파 드라마, 지난해·올해 성적 비교해보니
지상파 드라마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상파 드라마 볼 것 없다’는 얘기가 나온 게 하루ㆍ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상황이 심각해서 하는 얘기다. 각 방송사의 수준을 대변하며, 시청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킬러 콘텐트’ 역할을 했던 평일 미니 시리즈가, 이제는 한정된 시청 층만 보는 아침 드라마보다 못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가볍게 봤던 시청률 10%가 어느덧 ‘마의 벽’이 된 상황이다.
 
현재 지상파의 평일 미니시리즈는 모두 6편(월화극 3편, 수목극 3편)이다. 최고 시청률을 기준으로 보면 성적이 가장 좋은 건 KBS2 월화극 ‘너도 인간이니?’다. 사고로 쓰러진 재벌 3세와 똑같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 ‘남신Ⅲ’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월드컵 중계로 경쟁사 드라마가 모두 결방하면서 평소 시청률의 거의 2배 수준인 9.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가 나왔다.
 
다음으로는 SBS 월화극 ‘기름진 멜로’(9.3%), MBC 월화극 ‘검법남녀’(8.2%), MBC 수목극 ‘이리와 안아줘’(5.9%) 순이다. 3사 모두 최고 시청률 10%를 넘는 드라마가 없다. 최고 시청률이 아닌 최근 시청률을 기준으로 보면 더 암담하다. SBS 수목극 ‘훈남정음’은 초반 5%대 시청률이 반 토막 나며 애국가 시청률이라 불리는 2%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드라마 ‘조작’ ‘김과장’을 통해 흥행 수표로 등극한 배우 남궁민이 주연으로 나섰지만 식상한 로맨스에 질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최근 시청률. 10% 초반대의 아침드라마보다 못한 수준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단위: %, 6일 현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최근 시청률. 10% 초반대의 아침드라마보다 못한 수준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단위: %, 6일 현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지난해 대박치고, 올해 참패한 지상파 드라마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방송된 지상파 미니시리즈는 총 21편. 이중 시청률 10%를 넘긴 드라마는 5편(24%)이다. KBS는 성공만을 향해 달렸던 가장이 다른 이의 영혼을 갖게 되면서 인간적으로 변하는 가족극 ‘우리가 만난 기적’을 포함해 ‘흑기사’ ‘슈츠’ 등 3편이 10%를 넘겼다. SBS는 ‘키스 먼저 할까요?’, 선정성 논란에도 최고 시청률 17.4%를 기록한 ‘리턴’ 등 2편이 10%를 넘겼다. 오래전 ‘드라마 왕국’으로도 불렸던 MBC는 단 한 편의 드라마도 10%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사정이 달랐다. 총 34편의 미니시리즈를 방영했는데 이 중 20편(59%)이 시청률 10%를 넘겼다. 특히 SBS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배우 한석규가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을 연기한 ‘낭만닥터 김사부’(27.6%),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가 누명을 푸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피고인’(28.3%) 등 총 4편이 시청률 20%를 넘겼다. KBS2 ‘김과장’(18.4%)이나 ‘쌈, 마이웨이’(13.8%)처럼 대중의 현실 속 아픔을 작품에 녹여내고, 이를 시원하게 풀어준 ‘사이다’ 드라마들의 활약 또한 돋보였다.
 
제작 여건 안 좋고, 위상도 흔들리고
MBC '위대한 유혹자'. 최고 시청률이 3.6%였다. [사진 MBC]

MBC '위대한 유혹자'. 최고 시청률이 3.6%였다. [사진 MBC]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이토록 무너진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준 낮은 지상파의 제작 역량과 ▶시청 환경의 변화로 흔들린 지상파의 위상 때문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1995년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이 시작될 때만 해도 방송 채널은 24개에 불과했다.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등록된 방송 채널만 309개(올해 1월 말 기준)다. 여기에 통신사들의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 유튜브 등 OTT(over the topㆍ인터넷동영상서비스) 환경이 조성되면서 지상파뿐 아니라 TV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드라마 PD들 "좋은 대본은 다 tvN·JTBC로"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7'(tvN)에서 시원 역을 맡은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7'(tvN)에서 시원 역을 맡은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

 
이에 반해 후발주자인 유료채널은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우수 인력을 끌어모으고, 양질의 콘텐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tvN은 2012년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꾸준히 ‘응답하라’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콘텐트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시그널’ ‘또 오해영’ ‘디어 마이 프렌즈’ ‘도깨비’ ‘비밀의 숲’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재 유료채널에서 드라마 연출을 맡고 있는 한 PD의 얘기다.
 
“예전에는 괜찮은 드라마 대본이 ‘지상파→tvN→JTBC’ 순으로 제안이 갔다. 그런데 tvN과 JTBC의 잇따른 드라마 성공과 함께 지난해 지상파 파업 등 제작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최근 1년 새 ‘tvN→JTBC→지상파’ 순으로 대본이 가는 경향이 확고해졌다. 지상파가 지금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것도 시청자들의 시청습관 내지는 지상파 플랫폼 덕분일지 모른다.”
 
지상파 PD "남은 이들도 여건 좋은 곳으로 옮기려 해"
23일 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라이프' [사진 JTBC]

23일 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라이프' [사진 JTBC]

 
여기에 지난해 방송 재승인 심사 때 고충을 겪고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일부 종편 방송사들이 시사·보도 중심 편성에서 벗어나 예능ㆍ드라마 제작에도 힘을 쏟으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상파의 한 드라마 PD는 “우선 좋은 대본 자체가 잘 오지 않으면서 좋은 배우 캐스팅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제작비 여건도 안 좋고 인력 유출도 심한데, 더 큰 문제는 남아 있는 지상파 PD 중에서도 적지 않은 이들이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서 제작 여건 좋은 곳으로 옮기자’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지상파의 상황은 좋지 않다. 당장 7일부터 tvN에선 이병헌ㆍ김태리와 스타작가 김은숙이 만난 ‘미스터 션샤인’이 방송된다. 제작비만 430억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JTBC도 23일부터 ‘라이프’를 방송한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연출했던 홍종찬 감독과 tvN ‘비밀의 숲’으로 데뷔했던 이수연 작가, 그리고 배우 조승우가 합을 맞춘 의학드라마로, 라인업만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강준석 부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유료방송 채널의 프로그램과 온라인 동영상 콘텐트의 품질 향상 및 수량 증가가 지상파 프로그램의 상대적 경쟁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지상파가 콘텐트 품질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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