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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쓰니 그냥 아빠에서 친근한 아빠로

기자
더오래 사진 더오래
[더,오래] 인생환승샷(8) 그냥 아빠에서 육아일기 쓰는 아빠로, 김교철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요즘 우리 사회에 맞벌이 부부가 점점 많아지면서 이제 아빠들도 가정에서 육아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시대다. 나도 두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두 딸과의 즐거운 기억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하지만 그 추억의 조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서서히 잊혔고, 그것이 안타까웠다. 어느 순간 이 소중한 추억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글 쓰는 재주는 없지만 난 무작정 육아일기를 쓰게 됐다.
 
마트에서 과자 쌓기 이벤트를 했는데 과자를 쌓는 만큼 가져가면 되는데 애들이 내게 같이 쌓아 보자고 했고 다른 사람이 하는것도 보고 같이 방법을 고민하니 그 마트에서 가장 많이 쌓았다. 애들은 쌓인 과자를 보며 서로를 뿌듯하게 생각하게 됐고 친구들에게 나눠줄 생각에 한껏 들떠 있다. [사진 김교철]

마트에서 과자 쌓기 이벤트를 했는데 과자를 쌓는 만큼 가져가면 되는데 애들이 내게 같이 쌓아 보자고 했고 다른 사람이 하는것도 보고 같이 방법을 고민하니 그 마트에서 가장 많이 쌓았다. 애들은 쌓인 과자를 보며 서로를 뿌듯하게 생각하게 됐고 친구들에게 나눠줄 생각에 한껏 들떠 있다. [사진 김교철]

 
처음 일기를 쓰던 날의 충만했던 의욕과는 달리 고통스러웠다. 한동안은 한 페이지를 적는데 며칠이 걸리기도 했고, 계속 고민하다 한 줄도 쓰지 못한 날도 많았다, 하지만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참고 꾸준히 일기를 쓰려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이지만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겼고, 나도 모르게 내 삶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일기를 쓰려면 두 딸과 의미 있던 추억을 되새겨 봐야 한다. 딸들에게 잘해준 기억에는 혼자 웃고, 잘 못 해준 미안함에는 자신을 반성해 본다. 이런 습관이 생기면서 난 평소에 잘 보지 못하던 애들의 사소한 일상에 관해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됐다. 관심은 대화로 이어지고, 대화는 두 딸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두 딸과 함께한 날들을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애들과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됐다. 가끔은 일기에 쓰고 싶은 내용을 너무 많이 선물해서 다 쓸 수 없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사진 김교철]

두 딸과 함께한 날들을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애들과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됐다. 가끔은 일기에 쓰고 싶은 내용을 너무 많이 선물해서 다 쓸 수 없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사진 김교철]

 
자연스럽게 아이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나를 보며 웃어도 본다. 이제 두 딸의 친구들 이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학교에서 있었던 고민과 즐거웠던 이야기들을 집안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도 있다.
 
나도 내 일기를 보여주고 애들도 자신들이 쓴 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대화를 통한 글쓰기 토론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애들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그런 하루하루는 그냥 즐겁다. 가끔은 이런 일상들이 내게 일기 쓰고 싶은 내용을 너무 많이 선물해서 다 쓸 수 없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어느 날 ‘육아일기는 내게 있어 무엇일까?’를 조용히 생각해 보니 육아일기를 쓰면서 정말로 소중한 변화는 나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쓰고 싶은 일기를 쓰며 집중하게 되니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잊히고 기분이 좋아진다.
 
애들에게 관심이 적었던 '그냥 아빠'던 시절에 학예회에서 다른 부모들처럼 나는 민채가 좋아서 안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민채는 뭔가 어색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어색함이 살아 있다. 나만 만족한 사진이다. [사진 김교철]

애들에게 관심이 적었던 '그냥 아빠'던 시절에 학예회에서 다른 부모들처럼 나는 민채가 좋아서 안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민채는 뭔가 어색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어색함이 살아 있다. 나만 만족한 사진이다. [사진 김교철]

 
일기를 쓰면서 생각이 점점 더 많아지고 그 생각을 글로 옮기려니 나도 모르게 조금 더 논리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평소에 논리적인 사고를 하게 되니 일상에서 하는 말도 조리 있어 지고, 회사에서 하는 일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어쩌면 육아일기를 쓰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육아 부담이 조금 줄어든 아내나 아빠와의 시간이 많아진 두 딸이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일기를 쓰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와 내 주변의 일상에도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아빠는 이제 육아의 ‘보조참가자’가 아닌 ‘공동참가자’가 되어 간다. 어쩌면 육아일기는 내게 있어 마법과 같은 힘으로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있다. 나를 한 단계 더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이제 애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나란 사람은 ‘그냥 아빠’가 아닌 ‘친근한 아빠’ 정도는 될 것 같다.
 
요즘의 핫 한 트렌드 중 하나는 ‘요섹남(요리를 잘하는 섹시한 남자)’이지만, TV 프로그램처럼 ‘육섹빠(육아를 잘하는 섹시한 아빠)’가 대세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어도 보인다. 아빠들이 육아일기를 많이 쓰면 ‘육섹빠’가 우리 사회에서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아빠들의 이런 작은 노력이 우리나라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실천하는 작은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더,오래] 인생환승역 개통 이벤트
 
인생 환승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더,오래]가 새 홈페이지 오픈 기념으로 독자 여러분의 인생 환승 사연을 공모합니다.
 
인생 환승을 통해 여러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무엇이 힘들었고 어디서 보람을 찾았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눠주세요.
인생 환승에 도전한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지인도 응모할 수 있습니다. 한달 동안 공모한 사연 가운데 4분을 뽑아 가족 여행상품권을 드립니다.
 
▶보내실 내용: 과거와 현재 달라진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상세한 사진 설명 포함)과 1000~1500자 분량의 사연 글
▶보내실 곳: 중앙일보 시민마이크 인생환승샷 이벤트 페이지(http://peoplemic.joins.com)
▶응모 기간: 6월 30일(토)~7월 31일(화)
▶시상:
1등 여행 상품권(1명, 300만원)
2등 여행 상품권(1명, 100만원)
3등 여행 상품권(2명,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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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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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