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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만큼 힘든 곳 찾아라 … 대체복무 ‘악마의 디테일’들

[SPECIAL REPORT] 대체복무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2019년 말까지 군 대체복무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정비돼야 한다는 시한이 정해졌다. 2000년대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래 17년 만이다. 그리 오래 걸렸다는 건 그만큼 예민한 문제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로선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해야 한다’는 것 외엔 정해진 게 없다. 디테일에 악마가 있듯 2019년 말까지 18개월은 16년여를 응축한 이상의 험로(險路)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체복무제의 과거부터 장차 제기될 논란까지 짚어본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① 16년 6개월 18일
 
2001년 12월 당시 27세이던 불교신자 오태양씨는 ‘반(反)살생’의 신념에 따라 공개적으로 군 입대를 거부했다. 특정 종교(여호와의 증인)가 아닌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첫 사례였다. 이를 계기로 대체복무제 논란이 본격화됐다.
 
2004년 5월 당시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가 1심 재판에서 병역거부자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해 7월 대법원은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은 합헌이란 결정을 했다.
 
그러다 2014년 12월 법원 내 최대 법관 연구모임이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대한변협과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학술회의를 연 이후 법원에서의 무죄 판결이 늘기 시작했다. 1심에서 2015년 6건, 2016년 7건의 무죄 판결이 나왔다. 2016년 10월엔 항소심에서도 무죄선고가 이뤄졌다. 2005년부터 10년간 나온 무죄 판결은 2007년 한 건뿐이었다.
 
마침내 지난달 28일 헌재가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지 않는 병역법 5조 3항은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렸다. 오태양씨의 문제 제기로부터 16년 6개월 18일 만이었다.
 
 
② 병역거부가 허용되는 ‘양심’이란
 
노무현 정부의 막바지였던 2007년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안을 마련했다.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세계적으로 종교로 인한 병역거부는 용인하는 쪽이다. ‘악마’는 ‘등(等)’에 있다. 종교적 사유가 아닌 경우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이견이 크다. 소수이긴 하지만 평화주의자 등도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왔다.
 
현재 국회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박주민·이철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병역법 개정안 3건이 제출된 상태다. 세 안 모두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적 확신’(전해철), ‘종교적 신념 또는 헌법상 양심’(박주민), ‘종교적 신념 등 개인의 양심’(이철희)으로 종교 외 사유에 대해서도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뒀다.
 
 
③ 집총(執銃) 훈련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거부하는 병역에도 범주가 있다. 상당수는 집총 군사훈련은 물론이고 군과 관련된 업무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호와의 증인 측에선 “군과 무관한 대체근무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전해철·박주민 안은 대체복무 대상에서 전투경찰·경비교도대도 제외했다. 공권력이더라도 폭력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분야도 거부하는 이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일부나마 군사훈련을 받을 수 있으나 군부대에서 복무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거나, 의무병 등 비전투병과는 수용 가능하다는 이들도 있다.
 
 
④ 대체복무기간은 현역의 1.5~2배?
 
2007년 국방부는 대체복무기간을 육군 사병 복무기간의 2배를 제시했다. 현재 국방부가 마련 중인 안도 2배 이상이다. 전해철·박주민·이철희 의원 안의 경우 각각 1.5배(전해철·박주민), 2배(이철희)다. 중앙일보가 최근 상반기 국방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6명 위원 중 7명이 2배, 3명이 2배 이상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⑤ 신체적·정신적 난이도 높은 곳은 어디  
 
2007년 국방부 안을 만드는 과정에 관여했던 한 예비역 장성은 “도서지역 복지시설을 많이 다녔는데 열악했다. 그런 곳에서 더 길게 일하면 (현역과) 형평성도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당시 ▶소록도에 있는 한센(나환자) 병원 ▶경남 마산의 결핵병원 ▶서울등지의 정신병원 등 9개 특수병원과 200개의 치매노인 전문요양시설 등을 예로 들었다.
 
지금도 현역 복무만큼 힘든 곳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철희 의원 안엔 아예 ‘신체적·정신적 난이도가 높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문제는 국방부가 아무리 힘든 곳이라고 주장해도 국민 눈높이에 맞을지다. 합숙 여부도 쟁점이다. 국방부에선 합숙을 원칙으로 검토하고 있다. 매년 600명 안팎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수용할 시설을 구하는 게 난제다. 실행상 출퇴근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⑥ 대체복무 심사와 관리 주체
 
대체복무요원을 판정하는 별도 위원회를 두는 쪽으로 논의되고 있다. 총리실 또는 국방부·병무청 산하가 거론된다. 대체복무요원을 누가 관리할지도 판단 사항이다. 병역이므로 결국 국방부나 병무청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있으나 군 밖에 둬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⑦ 인구절벽으로 입영 자원이 준다
 
인구절벽으로 인해 2020년부터 4만~5만 명 정도의 병력 자원이 부족할 것이란 게 당국의 판단이다. 국방부가 2016년 “2023년까지 산업기능요원(1만5000명 선)·전문연구요원(6500명 선)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자체적으로 의무경찰·해양경찰 등 전환복무인력(2만9986명) 제도의 폐지도 검토했었다.  
 
대체복무제까지 시행될 경우 병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어떻게 입법화하느냐에 따라 대체복무요원 숫자가 늘어날 수도 있어서다.
  
고정애·박성훈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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