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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패스트 패션은 이제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익숙해져야 할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드롭(Drop)이다. 말그대로 떨어뜨리다, 라는 뜻인데 대상은 바로 신제품이다.  
 
지금까지 패션계의 주기는 6개월 단위로 미리 움직였다. 2월에 가을겨울 컬렉션을 열고, 여기서 나온 신제품을 8~9월에 선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물론 2016년 버버리가 이 틀을 깨고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를 선보이며 컬렉션과 신제품 출시를 동시간대로 맞췄지만, ‘6개월 시즌마다 신제품이 나온다’라는 업계의 명제를 깨뜨리진 못했다.  
 
드롭은 이런 시즌 개념을 깨버린다. 한 주도 좋고, 한 달도 좋다. 소량의 한정 수량 신제품을 시즌에 맞추지 않고 매장에 ‘떨어뜨린’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슈프림’이다. 슈프림은 매주 목요일 새 제품을 매장에 드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기 컬렉션을 하지 않는 대신 드롭으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인데, 한번 드롭한 물건이 떨어졌다고 해서 보충되는 건 없다. 드롭 전날 매장 앞에 밤을 새워 줄을 서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다. 유명 아티스트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그 드롭 정보조차 비밀스럽게 통보될 정도다.  
 
어찌됐든 기존 패션의 유통법과는 한참 다른 이 드롭을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도 하나둘씩 따라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소식을 알린 건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다. “우리 고객들에게 6개월에 한 번씩 소통할 수는 없다. 우리는 매일 대화가 필요하다.” 몽클레르 최고경영자인 레모 루피니는 올 여름부터 특정 점퍼 라인에 대해 한 달에 한 번 신제품을 내놓는 ‘몽클레르 지니어스(Moncler Genius)’ 전략을 발표하면서 이런 취지를 밝혔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토즈도 올 7월부터 드롭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라포 엘칸과  협업한 스니커즈가 첫 대상으로, 패션지 GQ 영국판은 이를 두고 “토즈가 기존 룰을 따르지 않는 흐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드롭’의 도입은 럭셔리 패션하우스가 스트리트 브랜드를 따라가는 또다른 예임은 분명하다. “최근 패션계는 루이비통-슈프림 협업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트리트와 손잡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늘어난 게 사실이다. 그리하여 이들의 성공전략 중 하나인 드롭을 차용한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시즌제가 사라진 패션계의 시계가 어떻게 흘러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 안에 계속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어나지 않을까. 학생 입장에서 학기말 시험 1번과 쪽지 시험 6번 중 심적으로 나은 게 뭔지 생각해 보면 될 문제다. 규모는 축소되더라도 더 많은 협업 파트너와 더 특별한 컨셉트를 개발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루피니 CEO 말마따나 “속도·지능·유연성이 합체돼야” 성공한다.  
 
소비자라고 마냥 좋을 거 같지도 않다. 새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요구받을 수 있다. 드롭의 때를 놓치면 구할 수 없다는, 나도 모르게 지나가버렸다는 무언의 경쟁이 압박으로 다가온다면 말이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바빠지는. 진짜 패스트 패션의 시대는 이제부터가 아닐까 싶다. ●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토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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