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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편집, 그 섞음의 예술

한참 전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자기가 직접 만든 와인으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였습니다. “음악과 와인이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와인을 만들어보니 이게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더라고요. 좋은 것들을 잘 섞어서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그동안 소리를 어떻게 섞을까 하는 고민은 꽤 해왔는데, 그런 경험 덕분인지 맛을 섞는 일도 아주 흥미로웠어요.”  
 
음악에 프로듀서가 있다면 책에는 편집자가 있죠. 저도 매주 작은 ‘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편집자로서 이 ‘잘 섞는다는 것’의 의미와 재미를 느껴왔는데, 요즘 새로운 ‘편집’에 눈을 떴습니다. 음식 만들기입니다(요리라는 말은 아직 어울리지 않습니다!).  
 
한 달 여 전부터 아침 밥상을 꼬박꼬박 차려내는 역할을 자임하게 되면서, ‘오늘은 또 뭘 해먹지’ 하는 아내와 주부들의 고민에 처절하게 공감함과 동시에 냉장고 문을 열면 ‘오늘은 요놈과 요놈으로 이걸 해봐야겠다’는 전투 의지가 갑자기 불타오릅니다(요리 초보자 엔돌핀 과다분비일 수 있겠습니다).  
 
굽고, 볶고, 끓이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밥상에 구현하는 일이 이상하게 즐겁네요. 여러가지문제연구소 김정운 소장이 이미 “창조는 편집”이라고 했죠. 이것저것 모아 새것을 만들어내는 ‘부리부리 박사’의 보람이 쏠쏠합니다.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니 갑자기 젊어진 느낌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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