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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 바게트가 왜 폭신폭신하지?

 빵요정 김혜준의 빵투어: 서울 연남동 ‘브레드 랩’
 
2011년 7월, 억수같이 내리는 장맛비를 창밖으로 바라보며 여의도로 향하는 버스 안에 있었다. 그날은 ‘브레드 랩’이 여의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자리를 옮겨 문 연 첫날이었다. 강남 쪽에서 오던 일행이 교통통제에 막혀 도착하지 못할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고, 여의도라는 지역이 한강을 사이에 둔 말 그대로 ‘섬’과 같은 상권이구나 생각했던 날이었다. 이날 이후 종종 여의도 하면 ‘브레드 랩’이 연관 검색어처럼 떠오르곤 했는데, 그것도 이미 옛일. 브레드 랩은 4년 전 ‘육지’ 연남동으로 옮겨와 단단하게 터를 닦았다.  
 
둥지를 옮겨 다녀도 어디서든 입소문이 나는 이곳의 유기헌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연극영화과 출신의 잘나가는 광고 감독으로 커리어를 쌓았던 그는 어느날 “평생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고, 그래서 찾은 답이 바로 빵이었다. 당시 서른여덟의 그는 일본 제과제빵 학교로 떠났고 독서실에서 히라가나, 가타카나부터 시작해 일본어를 익혔다. 귀국해서 르 꼬르동 블루 숙명 아카데미에서 프랑스 제과를 수료하고 마흔 살이 되던 해 다시 일본 도쿄에 위치한 동경 제과 학교에서 본격적인 빵 공부를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2년 여의 과정을 마친 후 귀국, 함께 학교에 다녔던 동기이자 돈독한 관계였던 동생들과 함께 작지만 알찬 빵집을 연 게 바로 브레드 랩이다.
 
여의도에서부터 우유 크림빵의 열풍을 이끌었던 그는 연남동으로 건너와서는 메뉴에 대한 확장보다 품질의 발전에 꾸준히 집중했다. 한창 앞다투어 문을 열던 작은 빵집들과 차별성을 어디에 둘지 고민에 고민을 더했다. 답은 역시나 ‘정석’으로 귀결됐다. 신선도를 유지하고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되, 일상에서 쉽게 찾게 되는 익숙한 빵들을 보다 더 맛있게 구현하자! 말만 아니라 실천에 옮겼다. 가령 오픈 초기부터 온도와 습도에 취약한 크루아상 반죽들을 위해 큰 비용을 들여 냉장 파이실을 설치했다. 그 결과 데니쉬·크루아상 종류의 빵을 만드는데 실패율이 줄고, 고른 맛을 얻게 되었다.
  
인기 1등 앙버터

인기 1등 앙버터

이곳의 인기 1위를 꼽자면 단연 클래식 메뉴인 우유 크림빵과 앙버터다. 하지만 요즘엔 새롭게 뜨는 메뉴가 있다. 바로 일본식 조리빵 중 하나인 명란 바게트다. 한 입 먹고 나면 뭔가 궁금증이 생기는데, 여느 명란 바게트와 다른 점이 분명해서다. 보통 바게트라 하면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크러스트의 힘과 두께가 느껴지기 마련.  
 
명란 바게트

명란 바게트

하지만 브레드랩의 명란 바게트는 폭신폭신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발효종 반죽의 폭신한 탄성을 살린 데다 시너지를 올리기 위해 중간에 칼집을 내고 안쪽에 버터를 충분히 발라주었기 때문이다. 버터나 명란 함량이 늘어난다는 점이 가게로서는 손해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신세계의 맛이다. 짭조름한 명란의 풍미와 쫄깃한 반죽의 조합이라니.  
 
이 외에도 단호박과 밤앙금 등으로 채워진 만주는 오픈 때부터 선물용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효자 아이템이요, ‘나폴리’ 라는 빵은 크림치즈와 감칠 맛 나는 말린 토마토가 들어있어 살짝 데워 먹어도 그 맛을 풍부히 즐길 수 있다. 중국집의 자장면처럼, 빵집의 기본이라 불리 우는 식빵 또한 매일 들르는 손님들의 쟁반에 등장하는 스테디셀러다.  
 
만주

만주

휴무일인 월요일 저녁에 이곳을 들려보는 것도 추천한다. 작은 음악회가 열려 보통 동네 사람들, 연남동을 일부러 찾은 외지인들, 요리에 어울리는 빵을 사러 나오는 근방의 레스토랑 직원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꽃길만 걷는 것 같던 브레드 랩이 최근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름의 상표권 등록 문제다. 서비스표 등록증, 상표등록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사한 이름으로 가맹점 사업을 하는 업체와 법적 분쟁을 벌이는 중이란다. 이는 작은 동네 빵집이 겪을 수밖에 없는 외로운 싸움의 한 예일 터. 부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술자이자 창작자로서 만들고, 지켜온 브레드 랩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브레드 랩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67
02-337-0501
10:00~22:00
월요일 휴무 
 
『작은 빵집이 맛있다』 저자. ‘김혜준컴퍼니’대표로 음식 관련 기획·이벤트·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 숙명에서 프랑스 제과를 전공했다. ‘빵요정’은 그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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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