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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 월드의 ‘행복 바이러스’, 한국에서도 퍼져나가길”

 한국 첫 개인전 시작한 영국 팝 아티스트 미스터 두들
 
오른쪽 손에 들린 검정 매직펜에서는 그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신나게 기타 치는 사람과 당근을 훔치려는 토끼와 피자를 맛있게 먹는 외계인 등이 끊어지지 않는 검정 실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벽면을 촘촘히 메워나갔다. 밑그림도 없는 즉흥 드로잉으로 거침없는 상상력을 화면에 구현하는 영국의 팝 아티스트 ‘미스터 두들(Mr.Doodle·본명 샘 콕스)’ 얘기다.  
 
명랑하고 유쾌한 그의 라이브 드로잉 작업 동영상은 열흘 만에 36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MTV·컨버스(Converse)·메이시스(Macy’s) 같은 세계적인 기업과 협업하며 가장 핫한 작가로 부상한 그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한다.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시작된 ‘두들 월드(Doodle World·7월 4일~9월 9일)’다. “전세계에 두들 월드의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싶다”는 그를 전시 개막 직전 만났다. 옷차림부터 신발까지, 그는 ‘두들 월드’의 온전한 주인이었다.  
 
그림은 언제부터 그렸나.  
“서너살 때부터 벽이건 책상이건 손이 닿는 모든 표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종이에 그려라’고 하셨지만 난 멈출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비디오 게임과 카툰을 좋아했고, 이것이 나의 ‘두둘링’(doodle은 끄적인다는 뜻)의 모태가 됐다. UFO나 에일리언, 팩맨이 많이 나오는 이유다.”  
 
끝없이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있다면.  
“아주 어렸을 때는 스케치북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그렸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파이널 이미지를 찾다보니 마지막 한 컷보다는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이 모두 좋았다. 과정이 모두 중요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되는 순간, 스케치북 밖으로 나가게 됐다. 계속 이어지는 그림이 나의 스타일이 됐다. 사람들은 내 그림이 국수가락처럼 길게 이어진다고 ‘그래피티 스파게티’라고도 부른다.”  
 
본격적인 작업은 언제부터였나.  
“18살 때 동네 레스토랑에 가서 ‘벽화를 그려줄테니 식사를 제공해달라’고 했다. 그 뒤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미지가 다양하다.  
“구체적인 이미지가 머릿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면서 캐릭터들을 새로 창조해낸다. 내 머릿속을 여행한다고나 할까. 하나를 새로 만들면 또 다른 것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내 머리는 창고가 아니라 시작점이다. 캐릭터 제작 과정은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그림이 스스로 자란다. 퍼즐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것과도 같다.”  
 
영감은 어떻게 얻나.  
“돌아다니며 세상을 많이 보려고 한다. 음악에서 받는 영감도 많다. 무의식에 도움을 많이 주는 듯하다.”  
 
미스터 두들의 작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미스터 두들의 작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행복한 표정을 많이 그렸다.  
“긍정·기쁨·행복·미소 같은 좋은 느낌을 내 그림에서 받아갔으면 좋겠다. 나는 이것을 ‘두들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내 생각에 원이 가장 행복한 형태같다. 태양, 따뜻함, 오가닉한 느낌이 모두 들어있다. 반면 네모는 기계적이고 차가운 느낌이다.”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그리는데, 똑같은 그림도 있나.  
“반복하려고 하지 않는다. 약간은 비슷한 그림도 있겠지만 조금씩 다 다르다. 기억해서 그리는 것보다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더 편하다.”  
 
그림에서 대단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내가 그렇게 에너제틱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림에 대한 에너지는 가득하다. 뭔가 발산하지 않으면 몸이 가려울 정도다. 보통 매일 15시간은 그림을 그린다. 내 삶 자체가 아트 프로젝트다.”  
 
세계 리더 11인, 대표 도시 랜드마크도
그렇게 분출하는 듯 그려낸 700여 점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런던의 타워브릿지 등 전세계 유명 도시의 랜드마크를 그 도시만의 키워드 이미지와 색채로 그려낸 시리즈, 기쁨과 슬픔과 분노를 각각 노랑과 파랑과 빨강의 단 하나의 선을 이용해 표현한 ‘원 라인 드로잉’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미스터 두들의 각국 정상 초상화 시리 즈 중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미스터 두들의 각국 정상 초상화 시리 즈 중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지구촌을 이끌고 있는 각국 정상 11명을 해당 국가의 이미지와 색채로 그려낸 시리즈는 올해 그린 신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도 보인다. 문 대통령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학·허수아비·한옥 등이 들어있다. V자 표시를 하며 웃고 있는 젊은이들의 표정도 눈길을 끈다. 그는 “한국에 와보니 셀피를 찍을 때 항상 손가락으로 V자 표시를 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표현하기 위해 평양냉면, 줄맞춰 행진하는 모습 등을 형상화했다고 들려주었다.  
 
미스터 두들이 형상화한 '행복 바이러스'의 캐릭터들.

미스터 두들이 형상화한 '행복 바이러스'의 캐릭터들.

‘크레이지 타이거’ 등 세 점으로 한국을 표현했다.  
“한국인들이 호랑이를 좋아한다는 이유가 좀 신선했다. 무서우면서 귀엽다는 모순적 컨셉트다. 한옥의 지붕,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 하회탈도 그림 속에 있다.”  
 
미스터 두들이 형상화한 대한민국 이미지

미스터 두들이 형상화한 대한민국 이미지

지난 5월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의 홍보대사로 새로 위촉됐다.  
“이 세상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런던에서는 50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는 ‘두들 마라톤’을 벌여 수익금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한국에서 여러 이유로 부모님과 같이 살지 못하고 위탁 가정에서 지내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 싶어 캐릭터도 기증했다. 전시 수익금의 일부도 내놓을 생각이다.”  
 
보통 흰 바탕에 검정색 그림인데, 검정 바탕에 흰 색으로 그린 그림은 뭔가.  
“내 기분을 전달하는 방식을 둘로 표현했다. 미스터 두들이 밝고 명랑하다면, 조금 어둡고 우울함을 표현하고 싶을 때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다. 닥터 스크리블(Dr. Scribbles’)이다. 닥터 스크리블을 만든 이유는 굿 사이드가 있으면 배드 사이드도 있어야 균형이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은 쌍둥이 형제지만, 지킬과 하이드처럼 전혀 다른 인물이다. 미스터 두들은 오른손으로, 닥터 스크리블은 왼손으로 그린다. 색깔도 다르다. 닥터 스크리블은 선도 삐뚤빼뚤하고, 파괴와 분노의 느낌을 담았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미스터 두들과 닥터 스크리블의 목소리는 서로 달라보이지만, 둘 다 내 목소리다.”  
 
‘미스터 두들’이 가득 그려진 옷은 매일 입고 다니나.  
“그렇다. 처음엔 티셔츠에 손으로 그려 친구들에게 주었는데, 너무 좋아하더라.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옷을 입고 다니면 내가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인지 말 안해도 알 수 있지않겠나. 진지한 가족행사 외엔 거의 항상 입는다. 색상도 8가지가 있고, 양말과 신발도 있다.”  
 
오디오 가이드에 증강현실을 넣는 등 첨단 방식을 구현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음성으로만 듣는 대신 증강현실 영상을 넣고, 나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만든 애니메이션 ‘두들리 두들’과 캐릭터 찾기 게임도 집어넣어 관람객이 색다른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한국 관람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분이건 별로 없는 분이건, 내 그림을 보면서 자기 자신 안에 숨어있던 동심을 다시 느꼈으면 좋겠다.” ●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주)시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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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