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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이행” 비장한 폼페이오, 이번엔 비핵화 성과 낼까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6일 마침내 시작됐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24일 만이다. 과거 두 번의 방북이 당일치기 일정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1박2일 일정이다.
 
이날 오전 11시50분쯤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오찬에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백화원초대소에서 김 부위원장과 회담에 돌입했다. 방북에 동행한 6명의 기자 중 한 명인 미 ABC방송 타라 팔메리 기자는 이날 오후 3시47분(한국시간) 올린 트윗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방금 1시간가량 진행될 회담을 위해 착석했다”며 “모든 대화가 잘 진행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은 예정보다 긴 2시간45분 동안 진행됐다.
1박 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첫날인 6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회담 후 백화원초대소 정원에서 협상팀과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다. 왼쪽부터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리사 케나 국무장관 비서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 성 김 주필리핀 대사, 폼페이오 장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 [AP=연합뉴스]

1박 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첫날인 6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회담 후 백화원초대소 정원에서 협상팀과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다. 왼쪽부터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리사 케나 국무장관 비서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 성 김 주필리핀 대사, 폼페이오 장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 [AP=연합뉴스]

 
회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팔메리 기자의 트윗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이 ‘한 번 더 북한에 오면 세금을 내야겠다고 농담했었죠’라고 말하자 김 부위원장은 ‘더 많이 올수록 서로 더 많은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미 CNN방송 윌 리플리 기자는 트윗에서 “북한 안내인에게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고 묻자 ‘여러분 대통령이 말했듯 지켜봐야 한다(We’ll have to see)’고 답했고, 이어 ‘이 차 안에는 가짜 뉴스(언론)는 없겠죠?’라고 웃으며 반문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에서 처음 하룻밤을 보내는 폼페이오 장관을 위해 북한은 주로 외국 정상들이 묵는 백화원 초대소를 제공하며 환대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 공세’를 이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방북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5일(현지시간) 몬태나주를 방문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매우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처음 악수할 때부터 매우 잘 지낼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회담 분위기와는 달리 회담 내용은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선의’에 김 위원장이 ‘선의’로 화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를 전격 결정했지만 김 위원장은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공동성명 4조)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김 위원장 구두 약속) ▶공동 성명의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 등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번 김 위원장에게 속은 것”이라는 회의론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6일 중앙SUNDAY에 “최근 미 조야에서는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며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과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 조치 등 이미 약속한 것은 이행하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시간을 끌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육성으로 밝힌 이번 방북 목적에서도 비장함이 묻어났다는 평가다. 그는 이날 오전 경유지인 일본 도쿄 요코타 공군기지에서 “나는 이번 방북에서 합의의 세부 사항을 채우고 두 정상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모멘텀을 계속 추구할 것이며 북한도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합의의 세부 사항을 채우겠다는 것’은 비핵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미 정보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최소한 핵시설 장소와 재고에 대한 초기 리스트 신고를 북한과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완전한 신고 → 검증 → 폐기로 이어지는 3단계 비핵화 로드맵 중 첫 단추를 이번 방북을 통해 꿰겠다는 것이다. 통신은 또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문제도 우선 순위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방북이 1박2일 일정이라는 점과 방북 수행단에 미 행정부 내 대북 협상통이 총출동했다는 점도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수행단에는 국무부에선 판문점 실무협상을 이끈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알렉스 웡 동아태 부차관보, 정보당국에선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KMC) 센터장, 백악관에선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보좌관, 국방부에선 랜들 슈라이버 아태 담당 차관보 등이 포함됐다.
 
한편 회담은 7일 오전 9시에 속개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는 6일 오후 11시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때마다 면담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이 높다.
 
서울=차세현·유지혜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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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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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