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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받은 뉴욕 실험 극단 … ‘라마마’ 대표는 유치진 손녀

브로드웨이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을 수상한 한국계 유미아 대표.

브로드웨이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을 수상한 한국계 유미아 대표.

1960년대만 해도 뉴욕 맨해튼 남쪽의 이스트빌리지 일대는 우범지대였다. 마약과 노숙자들이 넘쳐났다. 여성 아트디렉터 엘런 스튜어트가 이곳에 ‘라마마’ 극장을 연 1961년부터 거리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돈은 없지만 열정이 넘치는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거리엔 활력이 돌았다. 상업적인 브로드웨이 문화에서 탈피하자는 취지의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운동이 이스트빌리지에서 꽃을 피웠다. 이후 라마마는 뉴욕의 대표적인 실험 극단이자 아방가르드 드라마와 다문화 집합소로 명성을 떨쳤다.
 
5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라마마가 지난달 브로드웨이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지역극장 부문)을 수상했다. 2009년 엘런 스튜어트가 일찌감치 라마마의 공동대표로 점찍고, 그가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2011년부터 라마마 극단을 이끌어온 한국계 유미아(47) 대표가 트로피를 받았다. 유 대표는 극작가 유치진의 손녀이고, 유덕형 서울예술대 총장(연출가)의 딸이다. 3대를 이어오며 연극계의 명가를 일궈온 셈이다. 유 대표를 지난 2일 라마마 뮤지엄에서 만났다. 유 대표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76개국 예술가들과 5000편 넘게 제작
 
수상을 축하한다. 토니상은 어떤 의미가 있나.
“다양하고 실험적이면서 환상적인 작업을 50년 이상 해온 데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라마마에서 첫발을 디딘 수많은 예술가들이 브로드웨이로 갔다.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대니 드비토, 다이안 레인과 같은 걸출한 배우들이 라마마 출신이다. 줄리 테이머(라이언 킹), 안드레이 서번(트로이의 연인들), 톰 호건(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과 같은 세계적인 연출가 또한 라마마 출신이다.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예술 그 자체만을 생각하는 예술가들에게 아이디어를 뽐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무엇보다 성공과 실패에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뿜어져 나왔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브로드웨이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을 수상한 한국계 유미아 대표가 이끌고 있는 뉴욕 라마마 극단. [최정 기자]

브로드웨이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을 수상한 한국계 유미아 대표가 이끌고 있는 뉴욕 라마마 극단. [최정 기자]

라마마를 소개해 달라.
“한국에서는 공연그룹 블루맨을 배출한 극장으로 알려져있다. 1990년대 초 여기서 시작해 인근 아스토 플레이스로 옮겨갔다. 워낙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었다. 라마마의 전체 상호는 ‘라마마 실험극장 클럽’이다. 상호에 실험이 있는 만큼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실험적 연극을 추구한다. 미국 실험극의 메카라고 불리어도 될 것 같다. 또 라마마는 클럽이다. 전세계 76개국의 예술가들과 함께 5000편 이상의 실험적 작품을 제작했다.”
 
실험적인 극단에서 ‘성공’의 의미는.
“우선 토니상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이 알게 되어 기쁘다. 우리의 중심은 예술가들이다. 예술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그만큼 성공과 실패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뭐라도 만들 수 있다는 그런 플랫폼이 구축돼 있다는 게 제일 만족스러운 성공이다. 상업적인 성공을 바라지는 않지만 극단을 운영해야 하는 만큼 경제적인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운영경비의 55%는 재단을 비롯한 기부금이고, 나머지 45%가 입장수입이다. 현재 극장을 이루고 있는 4개 건물을 차례로 리노베이션 작업을 하고 있어서 기부금을 모으는 펀드 레이징 작업을 하고 있다.”
 
실험극의 구체적인 사례를 얘기해 달라.
“올해 실험극에서 유명한 존 제스런과 타케시 카와무라가 함께 희곡을 쓴 작업을 예로 들겠다. 이들은 e메일을 통해 한쪽에서 10분을 써서 보내면 다른 쪽에서 10분을 덧쓰면서 내용을 만들어갔다. 그 대본으로 1시간15분짜리 연극을 했다. 또 다른 예로는 ‘트로이의 여인들’이라는 연극을 들 수 있다. 객석을 따로 두지 않고 무대와 객석을 섞어 배우와 관객의 스킨십도 가능케 했다. 여배우의 옷을 강제로 벗기는 장면도 나왔는데, 전쟁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당연한 설정이어서 관객이 외설적이라고 느끼는 경우는 없었다.”
 
 
예술가, 테크놀로지 연구하는 게 중요
 
엘런 스튜어트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었나.
“한국에서 외국인학교를 나와 미국 대학(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을 졸업한 뒤 엘런 밑에서 열심히 일만 했다. 배우와 연출 작업을 열심히 배우면서 자아를 키워나갔다. 내가 대표가 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엘런은 아버지(유덕형 총장)를 아들처럼 생각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그래서 나 또한 엘런과 깊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유치진

유치진

할아버지(유치진 극작가), 아버지(유덕형 총장)에 이어 연극인 3대 집안이다.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리얼리즘 극을 개척한 뒤 거기에 머물지 않고 시적 리얼리즘과 상징주의 극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간 극작가였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미국에서 주목받은 연출가였다. 그의 여러 작품들이 미국 언론에 보도됐다. 아버지가 나에게 연극계에서 일하라고 등 떠민 적이 없다. 아버지 또한 할아버지로부터 연출가로 이름을 날리라는 압박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냥 핏속에 연극과 관련된 DNA가 있는 거 같다.”
 
라마마는 한국의 서울예대와 유독 관계가 깊다. 협연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있다.
“엘런 여사와 유 총장 간 인연으로 라마마와 서울예대는 1970년대부터 50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1월 뉴욕 라마마 극장에서 이탈리아 모투스 극단, 서울예대 교수·학생과 협업해 ‘파노라마’라는 작품도 올렸다. 특히 서울예대는 인터넷 화상공연 시스템인 ‘컬처 허브’를 개발해, 뉴욕 라마마와 서울예대 예술공학센터의 두 무대에서 서로 떨어져서 공연해도 관객이 하나의 무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공연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연극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하는 시도가 많았던 거 같다.
“예술가들이 테크놀로지를 연구하는 게 중요해졌다. 요즘은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한 연극이 화두다. 관객이 VR기기를 착용하면 배우가 신는 신발을 직접 신어보는 경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객석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실험적인 혁신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지치지 않나.
“나는 오히려 더 기분전환이 되는 편이다. ‘아 이렇게 새로운 게 있구나’라는 생각에 피로를 잊게 된다.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에너지를 더 받는 거 같다. 때문에 계속되는 혁신이 예술을 존재하게 하는 것 같다. 뿌리와 같다.”
 
한국 연극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연극에서도 한류를 꿈꾸고 있다. 당연히 한국의 실험극이 뉴욕에 소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선은 서울예대 학생들을 매년 20명 이상 라마마로 초대해 글로벌 현장학습을 돕고 있다. 어차피 우리는 서로 부대끼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만큼 국경이 무의미해진 상태다. 문화교류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국인만의 정체성으로 한류를 유지할 수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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