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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번진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 “하면 된다식 경영이 부른 참사”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등 이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등 이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6일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는 후드티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아시아나항공 직원 100여명이 LED 촛불을 들고 모였다. 기내식 대란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하청업체 대표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검정색 옷을 입거나 스카프를 매고 나선 이들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 기내식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시작된 ‘노밀(No Meal) 사태’가 최고 경영진의 책임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급 업체 변경, 사태 수습 과정 등에서 적어도 세차례는 문제를 피해가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직원들은 “고질적인 ‘하면 된다’는 식의 일방통행 경영이 불러온 참사”라고 주장했다.
 
◆기내식 대란 왜 일어났나=아시아나는 지난 15년 동안 기내식을 루프트한자스카이셰프그룹(LSG)으로부터 공급받았다. 하지만 2년 전 계약 관계를 청산하기로 하고 지난해 중국 하이난항공(HNA)과 합작으로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설립했다. 올 7월부터 기내식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중이던 GGK 영종도 공장에 지난 3월 불이 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아시아나는 GGK 납품업체인 샤프도앤코 등과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단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할랄식품 전문업체인 샤프도앤코의 기존 공급량은 하루 3000명분이었다. 아시아나가 필요한 1일 기내식 물량은 3만 명분에 달한다. 공급 불안을 우려하는 실무진에 경영진은 “샤프도앤코가 1만5000명분, CSP가 1만5000명분을 만들면 가능하다”며 밀어붙였다. 그러나 여러 업체에서 기내식을 만들고 이를 다시 옮겨 포장하는 것은 예상보다 오래걸렸다. 문제는 첫날부터 터져나왔다. 기내식 탑재가 늦어지면서 1일 오후부터 항공편이 몇시간씩 줄줄이 지연됐다. 급기야 기내식 없이 출발해 승객들이 배를 곯는 일까지 벌어졌다.
 
◆화인CS 대표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나=지난 2일 샤프도앤코의 하청업업체인 화인CS의 윤모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화인CS는 LSG의 하청업체로 각종 음식이 도착하면 기내식 용기에 담아 포장한다. 아시아나가 GGK로 기내식 공급처를 바꾸면서 화인CS도 따라 옮겼다. 유족 측은 “LSG에 남을  경우 전체 직원 250명 가운데 150명을 해고할 수밖에 없어 따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부터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원청 업체인 샤프도앤코는 화인CS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부터 28시간 동안 현장을 지키던 윤 대표는 빗발치는 항의에 견디다 못해 2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지인에게 “내가 다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라고 한다”는 말을 남겼다.
 
◆첫번째 기회=멀리 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던 것에서 문제가 시작됐다. 무리하게 인수했다 다시 내놓는 과정에서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지분을 내놓고, 금호렌터카는 롯데로 넘기는 등 수습에 나섰다. 아시아나가 2016년 LSG에 지주사인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달라고 요구한 배경이다. LSG가 이를 거절하자 공급처를 GGK로 바꿨다. LSG는 이를 ‘갑질’로 보고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현재 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GGK의 모회사인 하이난항공 그룹은 최근 해당 BW를 1600억원에 인수했다. 결국 무리한 자금 유치 시도가 없었다면 기내식 대란의 싹은 처음부터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두번째 기회=GGK 공장에 불이 나자 LSG는 공장이 정상화될때까지 기내식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아시아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직접 납품을 받는 대신 GGK에 납품하라고 요구했다. LSG가 이를 거부하자 물량은 샤프도앤코 등에 떨어졌다. LSG와의 계약을 연장하고 공장 정상화에 집중했다면 이번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시아나 측은 “현재 대부분의 장거리 노선에서 기내식이 정상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부리토 등 간편식이 포함된 콤보박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번째 기회=기내식 대란 초기에 일본·중국 등 2시간 이내의 단거리 노선에서 식사 제공을 중단하는 대신 요금을 일부 환불해주거나 쿠폰 등을 제공했다면 사태 확산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4분기 매출 기준으로 중단거리 비중이 65%에 달해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기내식을 우선 탑재했다면 운항 차질을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뒤늦게 식사를 받지 못한 승객에게 제공한 30~50달러 상당의 면세품 바우처(TVC)도 문제를 키웠다. 익명 채팅방에서 승무원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바우처를 기내에서 바로 사용하려는 승객 때문에 착륙 직전까지 판매를 하느라 세이프티 체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 입장은=아시아나는 3일 홈페이지에 김수천 사장 명의로 올린 사과문에서 “대체 업체를 통해 필요한 기내식 생산 능력을 확보했지만, 첫날 포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선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박삼구 회장은 4일 출장에서 귀국해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박 회장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협력업체 대표의 죽음에 대해서도 조의를 표했다. 하지만 “LSG와는 지난 몇 년간 기내식 단가를 둘러싼 갈등으로 신뢰가 깨져 계약을 종료한 것”이라며 1600억원 BW 관련설을 부인했다. 공장 화재 후 LSG와 공급계약을 단기 연장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뢰성 및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어 샤프도앤코를 선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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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