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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골 마을 찻길 가에 그물망을 친 까닭

[삶의 방식] 서른다섯 번째 질문
한적한 스위스 마을에 사는 지인은 집에 날아 들어온 벌레 한 마리도 죽이지 않는다. 어떻게든지 다치지 않게 살짝 잡아서 창문 밖으로 다시 보내 준다. 마을 길을 산책하다가 달팽이를 발견하면 나뭇잎으로 떠서 길옆 풀숲에 놓아 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차에 깔려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내 눈에는 안 보이는 달팽이들이 그의 눈에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보이는지 놀라울 정도다. 그의 집 마당에는 항상 물과 고양이 밥이 있다. 그가 키우는 고양이는 물론 집 없는 고양이들도 그곳에 와서 밥을 먹을 수 있게 신경 써서 채워 둔다. 몇 달 전에는 그 집의 단골손님인 나이 많은 길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보내 아픈 곳을 수술받게 해 주기도 했다. 그를 보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들에 저렇게 세심하게 배려한 적이 있나 돌아보게 된다.
 
모든 스위스인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최근 스위스를 자주 오가게 되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 속의 생명체들과 더불어 사는 소소한 방법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푸른 초원이 많은 스위스의 시골 마을에는 풀밭과 차도가 만나는 경계에 높이가 낮은 그물망이 설치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땅의 소유를 나타내는 경계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개구리 보호망이라고 한다. 봄이 되어 물을 찾아가는 개구리들이 도로에서 자동차사고를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풀밭 끝에 설치된 그물망에서 멈추게 하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개굴개굴 우는 소리를 들으면, 개구리를 찾아서 손에 들고 길 건너 풀밭에 내려 준다. 일종의 안전하게 길 건너기 서비스다.
 
그뿐만 아니다. 도로변을 비롯해 곳곳에 나무로 만든 역삼각형의 안테나같이 생긴 설치물들이 있다. 새들을 위한 것이다. 편안하게 앉아서 먹잇감들을 찾을 수 있게 배려한 의자다. 새들은 이곳에 앉아 있다가 날카로운 눈으로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기도 하고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을 치우는 청소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작은 생명체들의 생명도 귀하게 대하고, 종의 다양성 유지와 자연의 선순환을 위해 기울이는 이 같은 노력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두 생명이라는 큰 틀 안에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자연 속에 혼자 있을 때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오가던 생각들이 가라앉고 나면 고요한 가운데 그저 생생한 생명의 기운만이 느껴질 때가 있다.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나,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나를 비롯해 나를 규정하는 모든 이름표의 경계가 무너지고 생동하는 삶 그 자체 안에 존재하고 있음이 온몸으로 다가온다.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 흐르는 생명 에너지를 느끼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세상의 모든 것과 교감한다. 모든 삶이 귀하게 느껴지고 그만큼 겸손함도 커진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은 공생하는 모든 것을 위한 구원같이 느껴진다.
 
영성가이자 저자인 에카르트 톨레는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당신은 누군가의 또는 그 무엇인가의 생생한 존재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당신 스스로 자신의 생명력에 이미 둔감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남과 맺는 관계는 곧 당신이 자신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반영할 뿐이다.
 
이지현 쥴리안 리 앤 컴퍼니 대표·아르스비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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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