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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나는 바가지요금에 지갑을 여는 까닭은 …

사람들은 왜 허투루 돈을 쓰나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
제프 크라이슬러 지음
이경식 옮김, 청림출판
 
『신약성서』 누가복음 12장 16~21절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는 자신이 그날 밤 세상을 뜨게 된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여생을 흥청망청 즐기며 살아갈 계획을 세운다. 어리석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혹은 부자도 가난한 자도 아닌 보통사람이나 모두 자신의 수명을 알 수 없다.
 
수명은 늘어났는데 별다른 노후계획이 없는 사람이 많다.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이 인용하는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의 30%는 별다른 노후대책이 없기 때문에 80세까지 일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 기대수명이 78세다. 결국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는 이야기. 놀랍게도 노후 설계 상품을 판매하는 재무설계사 중 46%가 정작 본인의 은퇴설계는 등한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왜 이런 일이….
 
『댄 애리얼리의 부의 감각』의 주저자인 댄 애리얼리는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미국 톱 5~10위권 대학인 듀크대에서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가르치는 ‘대학석좌교수(university professor)’다. 정교수보다 위 등급인 대학석좌교수는 듀크대에 49명밖에 없다. 2013년 경제 전문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는 그를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50인’으로 선정했다.
 
공저자인 제프 크라이슬러는 직업이 여러 개다. 변호사·코미디언·작가다. 크라이슬러는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돈 문제에 유머라는 ‘양념’을 친다. 미국인들은 그의 유머 수준을 ‘아주 우습다(hilarious)’ 등급으로 평가한다. 그는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속임수로 부자가 되라(Get Rich Cheating)』(2009)의 저자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1606~1669)가 그린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1627). 『신약성서』 누가복음(12:16~21)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는 놀고먹는 계획을 세우지 만 그날 밤 사망한다.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은 합 리적인 경제생활을 못하는 ‘어리석은 보통사람’들의 문제를 다룬다. [사진 라이프치히대학]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1606~1669)가 그린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1627). 『신약성서』 누가복음(12:16~21)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는 놀고먹는 계획을 세우지 만 그날 밤 사망한다.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은 합 리적인 경제생활을 못하는 ‘어리석은 보통사람’들의 문제를 다룬다. [사진 라이프치히대학]

미국에서 돈은 첫째가는 이혼 사유다.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기도 하다. 가장 큰 사회적·개인적 문제다. 저자들은 확증편향·만족지연·기회비용·손실회피·매몰비용과 같은 심리학·경제학 개념을 동원해가며 돈 문제를 쉽게 풀어간다. 저자들이 보기에 우리는 돈에 대해 생각이 너무 많거나 반대로 너무 적다. 그런데 생각이 많건 적건 잘못 생각한다. 오히려 많이 생각할수록 악수를 둔다. 합리적인 선택을 못하고 결과적으로 후회한다.
 
『댄 애리얼리의 부의 감각』은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돈의 상대성·저장성·대체가능성 등 돈의 속성 10가지를 제시한다. 2부는 사람들을 경제적 함정에 빠뜨리는 심리학적·행동과학적 요인을 설명한다. 3부는 우리가 비합리성을 극복하고 현명한 돈 관리의 길에 들어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돈과 관련해 나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로 인간의 특성”이라고 말하는 저자들은 우리가 ‘이치에 맞는(make sense)’ 소비가 아니라 ‘기분 좋은(feel good)’ 소비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지출을 지배하는 것은 머리·이성이 아니라 가슴·감정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가장 흔한 일련의 ‘돈 남용’ 사례를 지목한다.
 
예컨대 우리는 바캉스에 가서는 바가지요금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집 주변에서는 1달러짜리 콜라를 살까 말까 하면서, 휴가지에서는 4달러라고 해도 지갑을 연다. 세일 기간에 10만원짜리 셔츠를 6만원에 사며 뿌듯해한다. 실은 4만원을 아낀 게 아니라 6만원을 지불한 것이지만. 우리는 큰돈 지출에 대한 결정은 빨리, 적은 돈 지출 결정은 천천히 하는 경향이 있다. 잠긴 문을 2분 만에 손쉽게 따주는 열쇠 수리공과 1시간 동안 끙끙거리는 열쇠 수리공이 우리에게 같은 금액을 청구한다면, 우리는 ‘2분 수리공’에게 돈을 지불하는 걸 더 아까워한다. ‘1시간 수리공’과 비교한다면, 그가 58분이나 되는 시간을 절약해줬지만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휴가여행 비용 1만 달러는 아깝지 않지만, 무료 주차장을 찾느라 매일 20분씩 허비한다.
 
우리 언어생활에서 ‘남의 돈 먹는 게 쉽겠냐’는 말을 흔히 한다. 그런데 기업들은 우리 손아귀에서 돈을 빼앗아 가기 위해 각종 첨단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수십 년 전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고통스럽다’는 인간 심리를 우회하기 위해 신용카드가 탄생했고, 또 계속 진화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면, 현금을 지불할 때의 뇌와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뇌는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정 자체가 과다소비를 부추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돈을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감정을 제압해야 한다. 어떻게 이성이 감정을 이겨낼 것인가. 저자들은 우리가 돈에 대한 ‘어웨어니스(awareness)’, 즉 의식·관심·인식을 제고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마음과 돈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펴보는 데 핵심은 기회비용이다. 저자들은 기회비용이 사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기회비용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요구한다. “나에게 이것의 가치는 무엇일까? 이것을 얻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까? 이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무엇일까?”
 
어렵지만, 일말의 희망은 있다. 저자들은 우리의 ‘돈습관’을 바꾸는 것이 적어도 우리의 ‘식습관’을 바꾸는 것보다는 쉽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지출 습관을 관찰하고, 돈 관리 계획을 시작하려면 한 달 단위보다는 일주일 단위로 하는 게 좋다는 게 저자들 권장 사항이다. 그들은 고통이 더 크더라도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으로 지불하라고 한다. 심지어는 돈을 쓸 때마다 자신을 주먹으로 한 방 먹이라고 한다(아마도 이 대목은 코미디언인 공저자 제프 크라이슬러의 아이디어 같다).  또 외식은 가급적 피해야 한단다. 과식·과음에 이은 과다 지출로 후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 책 마지막 장의 제목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이다. 이 말이 눈에 쏙 들어온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어리석다는 것을 알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 지갑을 활짝 열고 모든 의심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어버린다.” 책의 마지막 세 문장은 이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다. 우리 저자들은 더러운 머그잔에 맛있는 포도주를 가득 따라서 높이 들고, 보다 나은 내일을 기원하며 건배를 한다. 위하여!”(저자들이 포도주잔을 새로 사지 않고 포도주를 머그잔에 따라 마셨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의 원제는 ‘달러와 감각(Dollars and Sense)’이다. 같은 제목으로 적어도 10권이 이미 출간됐는데 ‘달러와 감각’을 제목으로 선택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이야기인 듯.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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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