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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식히는 소설 바캉스 떠나볼까

책 속으로
놀러 가자고요

놀러 가자고요

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작가정신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문학동네
 
단 하루의 영원한 밤
김인숙 지음, 문학동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조경란 지음, 문학과지성사
 
여름에는 소설이 잘 팔린다는 게 출판가 속설이다. 언제부턴가 여름 판매가 두드러졌고 그에 따라 출판사들이 의도적으로 소설을 쏟아대다 보니 연례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가 서점에서 소설책 한 권을 집어 들 때 속설은 현실이 된다. 출판 창달 같은 문화적 행위를 하자는 게 아니다. 잘 팔리는 외국의 장르소설 말고도 숨은 진주가 많다. 이를테면 여기 한 자리에 모은 국내 소설들이 그렇다. 김인숙·김종광·이기호·조경란(이름 가나다순). 46~55세.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라고 해도 좋겠다. 문단의 중추, 중진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한데 묶었지만 넷의 성격과 지향점은 제각각이다. 재미와 예술성, 전통과 모던? 아무튼 그런 잣대로, 실제로는 상당히 주관적으로, 넷을 재배열하면 김종광·이기호·김인숙·조경란의 순서를 얻게 된다. 순서가 빠를수록 주로 재미, 뒤로 가면 예술성이다.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김종광. [중앙포토]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김종광. [중앙포토]

먼저 김종광. 8년 만에 다섯 번째 소설집을 내며 그는 “내 소설은 왜 이렇게 못 읽히는지 반성”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작가의 말’에서다. 그러나 그는 일찍이 이문구의 농촌소설을 잇는 적자(嫡子)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다. 한창훈, 성석제까지 엇비슷한 부류로 묶을 수도 있다. 소설이 웃기고 서글프면서도 푸근하다는 얘기다. 영농행위를 외국 춤사위와 결합시킨 제목의 2002년 『모내기 블루스』 같은 소설집에서 당대 농촌 병리의 최신 사정을 발 빠르게 그린 바 있다. 그가 안 읽힌다면 기시감 때문일 것 같다. 하지만 고비를 넘기면 여전히 낄낄거리며 읽게 된다.
 
‘만병통치 욕조기’ 같은 작품이 압권이다. 역시 새로울 건 없는 얘기다. 어리숙한 시골 노인에게 이상한 제품을 팔아먹으려는 상술이 있고, 갈등하는 아들, 단호한 며느리가 나온다. 하지만 푹 빠져 읽었다.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이기호. [중앙포토]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이기호. [중앙포토]

이기호를 두고 순서를 망설였다. 재미로 치면 첫 번째에 배치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그의 최근 소설은 상당히 모던해서다. 뒤에 둘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일본의 사소설과 또 다르게, 작가 자신을 소설 속에 직접 출연시켜 소설과 실제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을 해왔다. 상복도 많은 편이다. 이효석·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다(지난해 황순원 수상작 ‘한정희와 나’가 소설집 안에 들어 있다). 우아하게 말하면 미학적으로, 쉽게 말해 평단의 인정을 받는다는 얘기다.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김인숙. [중앙포토]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김인숙. [중앙포토]

단 하루의 영원한 밤

단 하루의 영원한 밤

웃기면서도 어딘가를 쿡 찌르는, ‘허허실실 이기호’답게 이번 소설집에서는 뜻밖에도 작가의 말이 작품만큼 재미있다. 단편분량에 기승전결까지 갖췄다. 실제 겪은 일일 테니(진짜 겪은 일 맞을까) 실감 난다. 이기호가 교통사고를 낸다. 하지만 비굴해진다. 합의금을 줄여보기 위해서다. 비굴한 이기호를 보며 나는 얼마나 떳떳한지 돌아보게 된다.
 
김인숙부터 재미는 줄어든다(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대신 의미가 풍성해진다. 2014년 장편 『모든 빛깔들의 밤』을 읽으며 ‘정말 잘 쓰는 작가구나’, 감탄했던 적이 있다. 김인숙은 누구보다 찰진 문장을 쓰는 작가다. 존경하는 대학 스승의 사생아 딸을 사귀는 중년의 대학교수(‘단 하루의 영원한 밤’), 몸과 마음이 뒤엉킨 착잡한 연애를 끊지 못하는 직장 여성(‘아홉번째 파도’), 27년 결혼생활 끝에 아내 몰래 마음속 성채를 구축하는 남편(‘빈집’, 2012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이다). 김인숙은 이런 인물들의 뒤틀린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어떤 이들에게 인생은 모욕을 꿀떡꿀떡 삼키며, 더러운 방귀 냄새를 풀풀 풍기며 견뎌내야 하는 무엇이다. 그런 가차 없는 생각이 김인숙의 맵찬 손끝에서 피어난다.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조경란. [중앙포토]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조경란. [중앙포토]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조경란의 작품집이 네 권 가운데 가장 시에 가깝지 않을까. 시가, 함축을 통한 말의 경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열린 장르라고 할 때 말이다. 첫 번째 실린 작품 ‘매일 건강과 시’부터가 그렇다. 제목부터 시 같다. 특별한 사건도 없다. 로마로 짐작되는 도시에서 한 달간 머무르게 된 직장 여성이 과거 흠모했던 시인이 한때 머물렀던 도시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이야기다. 비슷한 메시지가 표제작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에서도 되풀이된다. 사람은 어떻게 친구를 사귀게 되나. 친구를 잘 사귀려면 어떤 기술 같은 게 필요한 건가. 나의 선의를 타인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 이런 소설의 질문들은 타자와 결국 어떻게 공존해야 하나, 하는 보다 넓은 주제로 연결된다. 밥을 꼭꼭 씹어 먹듯 천천히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마지막에 실린 ‘저수하에서’가 특히 유쾌하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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