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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자동차 직격탄 … 최악의 경우 수출 6.4% 줄듯

[SPECIAL REPORT] 미·중 무역전쟁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6일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 장관은 ’무역 분쟁의 확대와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 경각심을 갖고 경제와 기업에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6일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 장관은 ’무역 분쟁의 확대와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 경각심을 갖고 경제와 기업에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우선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1300여 개 핵심 수출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두 나라 모두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한 해 1조 달러에 이를 만큼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79%에 달한다. 미국 수출을 위해 중국에 소재나 부품 생산 공장을 둔 기업도 많다. 무역분쟁이 격화할수록 수출 위축은 물론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두 나라가 무역전쟁으로 치닫자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여는 등 긴급하게 움직였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서울 한국기술센터에서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백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제1, 제2 수출 대상국인 중국과 미국 간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수출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장관은 “오늘부터 시행이 예고된 340억 달러 규모의 수입에 대한 관세와 추가적인 160억 달러 관세를 부과해도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두 나라의 충돌이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은 직접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무역충돌을 바라보는 업계는 걱정이 많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의 중간재를 수입해 조립가공한 뒤 미국 수출에 나선다”며 “중국에 대한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직접 수출물량뿐 아니라 중국에서 수출용으로 생산하는 제품도 많아 미국의 수입 관세가 어떻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나 소재·부품업계는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경우가 많아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나 소재 등에 관세를 물릴 경우 우리의 ‘우회수출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자본재 같은 간접 수출까지 고려하면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감소폭은 282억6000만 달러(3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철강·선박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무역전쟁의 가장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 수입 10% 줄면 한국 성장률 1.6%P 하락
 
무역 감소는 수출에 기대 사는 한국 등엔 한결 음울한 소식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수입이 10% 줄어들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6%포인트 정도 떨어진다. 지난해 국내 성장률은 3% 남짓이었다. 대만은 한국보다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3%포인트 정도 낮아진다. 홍콩도 1.8%포인트 정도 떨어진다. 하지만 범중국 경제권인 대만·홍콩을 제외하면 우리보다 타격이 큰 나라는 말레이시아(2.2%포인트)뿐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로이터 통신 역시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싱가포르·헝가리 등이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와 대만·싱가포르 등은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고, 헝가리는 자동차와 부품이 수출 1·2위 품목이다.
 
금융시장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주식과 채권 등의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올 들어 2조 달러(약 2240조원) 정도 줄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15% 가까이 추락했다. 반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 남짓 내렸다.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폭은 2% 정도다. 한국 코스피는 8% 조정받았다. 원화 가격은 미 달러와 견줘 4% 가량 하락했다. 무역전쟁 당사국인 중국 위안화의 하락폭은 2% 선이다. 중국 외환시장의 하루 등락폭이 제한돼 있어서다.
 
다만 무역전쟁의 총성이 울린 6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주가는 소폭 상승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1.12%, 한국 코스피는 0.68% 올랐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 역시 0.49% 상승 마감했다. 리 리우양 중국초상은행(CMB)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있으며,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 피해는 더 커진다. 미·중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도 전쟁에 말려들 경우 세계 경제는 침체에 빠진다. 국제통화기금(IMF)과 JP모건 등에 따르면 주요국이 관세를 20% 부과하면 교역량이 2021년엔 7.8%포인트 준다. 글로벌 성장률은 1.3%포인트 낮아진다. 무역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경우를 기준으로 해서다. 세계은행(WB)은 “무역전쟁 침체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낳은 침체에 버금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침체는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심한 침체였다.
 
 
코스피는 이미 8% 조정받아 소폭 상승
 
한국무역협회는 미·중 간 무역충돌이 EU 등으로 확전될 경우 글로벌 무역량이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에 따라 우리 수출 역시 6.4%(367억 달러·41조원)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무역전쟁 장기화는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와 그에 따른 우리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과 대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중 의존도 완화와 통상 갈등 유발형 산업에 대한 산업구조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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