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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금융위기 일어날까] 터키·아르헨티나 위기 신흥국에 영향 미미

올 들어 신흥국 주식시장에 54조원 유입… 국가별 위기 대응력도 갖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은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물가상승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JP모간의 신흥시장통화지수(EMCI)는 지난 6월 5일 65.937로 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신흥국 채권지수(EMBI)와 선진국 채권지수 간 차이를 의미하는 EMBI+ 스프레드는 올해 1월 3.1%에서 5월 말 3.8%로 상승했다. 신흥국 통화가치와 채권 가격 하락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가능성과 함께 금융시장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신흥국의 금융 불안에 불을 붙인 것은 아르헨티나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이다. 지난해 말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자본 유출과 함께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25% 떨어졌다. 리보 금리(국제 단기 자금 거래에서 기준이 되는 금리)도 최고 50%대로 급등하며 은행 유동성 위험이 확대됐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300억 달러 규모의 단기 채권 상환을 위한 국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 3년 간 500억 달러(약 53조 4750억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의 이 같은 소식은 다른 신흥국에게 불안감을 가중시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신흥국 위기설’이 퍼졌다.
 
2000년 이후 국지적 사태로 그쳐
신흥국 금융위기는 역사적으로 계속됐다. 1995년 멕시코의 데킬라 위기(외환위기)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이 위기에 휩싸였다. 1997~1998년에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2000년 이전에는 특정 국가의 위기가 주변국으로 전염돼 광범위한 금융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일부 국가에 한해 국지적인 금융 불안 사태로 그쳤다. 2002년 우루과이, 2011~2012년 포르투갈과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 불안 사태, 2014년 우크라이나 등 금융 불안이 일부 국가에서만 고조됐다. 1990년대 신흥국들의 광범위한 금융위기는 당시 이들의 대외 건전성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가 도래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흥국의 경상수지는 적자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신흥국이 부상하면서 이들 국가의 세수가 증가했다. 글로벌 교역 확대로 경제 성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의 재정수지는 2005년 흑자 전환돼 금융위기 직전까지 흑자를 유지했다. 흑자를 통해 유입된 달러는 외환보유액 확충으로 이어졌다. 2000~2014년 동안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7조4억 달러 증가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중국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들은 화폐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신흥국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가량 감소했으나,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지난해 1650억 달러 증가했다. 신흥국들의 재정건전성은 악화됐지만 대외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내외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이 말은 재정 적자로 인한 자금의 수요를 대외에 의존하기보다 대내로부터 조달했다는 의미다. 지역별로 세분화하면, 아시아는 2000년대 초반 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이 30%를 상회했는데 현재 10% 후반으로 낮아졌다. 이와 달리 중남미는 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 불안에 취약하지만 부채 대부분이 장기 채무로 이뤄져 단기적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 작아
신흥국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 경기가 회복국면에서 상승국면으로 진입한 데 이어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크지 않아서다. 2013년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 종료를 시사하자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자본 유출)’으로 신흥국으로부터 유출되던 투자 자금이 2016년부터 유입되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식시장에는 624억 달러(약 68조9400억원), 채권시장에는 910억 달러(약 100조5200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올 들어서는 주식에는 493억 달러(약 54조4600억원), 채권에는 58억 달러(약 6조원)가 유입됐다.
 
금융시장 환경 또한 신흥국에게 우호적이다. 2013년 긴축 발작 당시 명목달러지수는 평균을 못미쳤고, 원자재 가격도 1990년대 후반과 2013년 급락했었지만 올해는 유가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위기에 대한 신흥국들의 국가별 위기 대응력도 대부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위기판단지표로 제시한 지표인 물가상승률·재정수지·정부부채·경상수지·단기외채/외환보유액에 경제성장률과 자본 유입 등의 지표를 추가해 각국별 위기 징후를 판단한 결과 한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 아시아 국각들의 위기 대응력을 살펴보면 모두 저위험군으로 포함됐다. 각 지표는 실물과 재정, 금융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 모든 카테고리에서 위험 징후가 포착되면 고위험군, 두 개의 카테고리에 해당되면 중위험군, 한 개 이하는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아르헨티나·터키·그리스 등 일부 신흥국은 금융위기 가능성도 있다. 터키는 성장세가 양호하지마 물가 불안과 함께 경상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재정 악화 부담까지 가중된다. 특히 금융시스템이 취약하다. 2014년 이후 자본이 집중적으로 유입됐고, 단기외채 의존도가 높다. 지난 2010년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그리스는 구조 개혁 중이지만 여전히 단기외채 의존도가 높아 금융 불안에 쉽게 휩싸일 수 있다.
 
그러나 터키·아르헨티나·그리스 등의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2.1%에 불과하다.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미미하다. 주식시장은 1% 미만, 채권시장은 2% 미만이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국가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글로벌 전체로 위기가 전염되기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미약하다. 해외 금융회사의 고위험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도 금융위기 이후 점차 줄어 현재 3000억 달러에 그친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IMF 구제금융 신청 금액이 500억 달러에 불과해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이 미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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