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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달러 관세폭탄 쏜 트럼프···"中 반격땐 5000억달러 더 간다"

 
 “역사적인 날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이 내뱉은 말이다. 반세계화와 미국 중심을 부르짖는 ‘대안우파’(극우)의 사령관격이던 그는 “중국은 20년 동안 우리와 무역전쟁을 벌여왔다. 누군가가 이에 맞서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날”이라고 설명했다. 
 
마침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불이 붙었다. 미국이 6일 0시 1분(현지시간)을 기해 중국에서 수입하는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를 개시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확정한 산업부품ㆍ설비기계ㆍ차량ㆍ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자동으로 발효된 것이다. 관세부과 방침이 정해진 500억 달러(약 56조원) 가운데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에 대해서는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예정이다.
 
전반적으로 항공우주ㆍ정보통신기술ㆍ로봇공학ㆍ산업기계ㆍ신소재ㆍ자동차 등 중국이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 정책에 해당하는 제품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에 앞선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몬태나주로 가는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먼저 340억 달러어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선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것”이라며 관세 강행 방침을 확인했다.
 
 
500억 달러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 3750억 달러 가운데 15%에 육박하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가운데 2000억 달러의 적자를 중국이 부담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세탁기 등에 고율의 관세를 매긴데 이어,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조치를 공언했다
 
중국 정부 또한 “같은 규모, 같은 강도로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당분간 앞뒤 가리지 않는 무역전쟁 양상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 무역대표부의 관세가 발효하는 순간 담화를 통해 미국이 역사상 최대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며 중국은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보복관세는 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으로 꼽히는 팜 벨트(Farm Beltㆍ농장지대) 일대에서 나오는 제품을 겨냥하고 있다. 우선 대두와 비행기, 자동차 등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을 겨냥한 품목에 340억 달러 상당에 대한 관세를 먼저 부과할 계획이다. 나머지 화학 공업품, 의료 설비, 에너지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여부를 추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이 한단계 높은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어서 무역전쟁은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보하고 있는 2000억 달러어치가 있고, 그리고 3000억 달러어치가 더 남아있다”고 말해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면 미국은 추가 50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하면 두 나라 모두 득보다 실이 많아진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로 인해 내년 말까지 미국 내 일자리 14만5000개가 사라질 수 있으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내년 말까지 0.3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관세 장벽 때문에 성장률이 연간 0.3%포인트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됐다.
 
ING의 라울 리어링 국제무역 전문가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유권자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거나 미국의 교역 상대국이 빨리 항복하면 무역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일이 금방 나타날 것이란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 석학인 데이비드 달러는 미ㆍ중간 무역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는 “미국의 경제가 워낙 좋은 상태여서, 무역전쟁에 따른 상처가 내년 정도 돼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수습할 의지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보복관세로까지는 몰고가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미ㆍ중간 협상으로 해결할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USTR은 웬만한 관세압박으로는 중국이 산업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서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을 잘 아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무역전쟁을 통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협상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가지 변수가 더 존재한다. 미국과 맞서고 있는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가 중국과 연합세력을 형성하는 경우다. 유럽ㆍ캐나다ㆍ멕시코 또한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티븐 배넌의 말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용기 있게 앞장섰지만, 나 홀로 여러 상대와 싸워야 하는 ‘고독한 무역 전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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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