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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JK 외조 힘입어 '랩 퀸' 윤미래가 보여준 워킹맘의 객기

윤미래가 16년 만에 힙합 앨범을 발표했다. 주노플로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타이틀곡 '유 앤 미'. [사진 필굿뮤직]

윤미래가 16년 만에 힙합 앨범을 발표했다. 주노플로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타이틀곡 '유 앤 미'. [사진 필굿뮤직]

윤미래(37)가 칼을 단단히 갈고 나왔다. 16년 만에 힙합 정규 앨범 ‘제미나이2(Gemini2)’를 들고 돌아온 것이다. 2002년 발매된 1.5집 ‘제미나이’와 이어지는 앨범인 만큼 래퍼로서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2007년 결혼 이후 타이거JK(44)의 아내이자 조단(10)의 엄마로 더 유명했던 그가 “새로운 시작, 워킹맘의 객기”를 보여주겠다며 “멈춘 심장이 뛰게 하는 랩 퀸”의 귀환을 선포한 것이다. 적잖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래핑은 다부졌고, 플로우는 유연했다.
 
그녀는 누군가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오빤 개 같애 돈도 많이 벌어준다 했지만 맨날 술만 먹고 지랄”(‘개같애’)이라며 남편과 디스 배틀을 벌이고, 엄마 아빠를 닮아 곱슬머리인 아이에게 “LP판이 바늘에 긁히면 엄마 아빠는 춤춰”(‘쿠키’)라고 노래한다. 얼핏 들으면 우정 이상의 아슬아슬한 감정을 그린 타이틀곡 ‘유 앤 미(You & Me)’와 배치되는 듯하지만 그 역시도 금세 다른 트랙과 어우러진다. 현실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것도, 아이에게 사랑을 퍼붓다가도 여자로서 섹시함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 모두 동시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제미나이2'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윤미래와 프로듀서로 참석한 타이거JK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제미나이2'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윤미래와 프로듀서로 참석한 타이거JK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음악감상회에서 만난 윤미래는 “있는 그대로 다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잊혀지고 인기가 떨어지는 연예계에서 일부러 더 어려 보이고 더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숨기지 않고 담아내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프로듀서로 참석한 타이거JK 역시 “제목이 너무 세지 않나, 여자 아티스트로서 굳이 이런 얘길 하는 것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고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연령대에 속한 사람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고난과 역경 끝에 어렵게 얻은 성공을 과시하는 데 급급하던 한국 힙합의 외연이 한층 넓어진 셈이다.
 
타이거JK는 본인의 앨범 작업도 제쳐놓고 외조에 나섰다. 그는 “랍티미스트가 만든 ‘랩 퀸’과 우기가 쓴 ‘오늘처럼’은 드렁큰타이거 앨범을 위해 준비하던 곡”이라며 “둘다 후작업을 해서 불러봤는데 미래가 한 게 더 좋아서 빼앗겼다”고 밝혔다. ‘유 앤 미’ 뮤직비디오엔 피처링한 주노플로는 물론 타이거JKㆍ비지ㆍ마샬 등 필굿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고,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한 룸펜스가 연출을 맡아 힘을 보탰다. ‘샴페인’ ‘피치’ 등 영어 곡에 대해서는 “빌보드를 노린 것”이라며 “팔이 안으로 굽는 건진 몰라도 미래는 너무 아까운 인재라서 한국에도 이런 아티스트가 있다고 자랑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윤미래는 새 앨범에서 강렬한 랩부터 감미로운 보컬까지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사진 필굿뮤직]

윤미래는 새 앨범에서 강렬한 랩부터 감미로운 보컬까지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사진 필굿뮤직]

이는 여느 여가수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윤미래만이 내놓을 수 있는 작업물이기도 하다. 1997년 혼성그룹 업타운으로 데뷔 이후 99년 여성듀오 타샤니, 2001년 솔로 T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부단히 외연을 넓혀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자도 힙합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는 래퍼와 보컬을 자유로이 오가며 흑인음악의 장르 간 경계를 허물었다.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검은 피부와 어린 나이를 숨기기 위해 짙은 화장을 했던 그가 “자기 모습 그대로 있는 것(Be Yourself)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한국 힙합을 개척해온 1세대로서 주류 음악으로 격상된 힙합의 위상 변화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윤미래는 “처음엔 래퍼들은 ‘랩 구다리’라고 무시를 많이 당했다”며 “무대 시간도 적고 대기실도 없는 건 물론 관객이 없어서 무대에서 공연하고 나면 객석으로 내려가 다시 자리를 채우곤 했는데 요즘엔 어딜 가도 힙합 아티스트가 몇 명씩 꼭 있어서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힙합이 갖는 의미를 묻자 “무대에서 랩할 때 제일 행복하고 편하다”며 “공연할 때 랩을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꼭 천국 같다”고 답했다.
 
드렁큰타이거 10집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선공개한 '범바예'. [사진 필굿뮤직]

드렁큰타이거 10집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선공개한 '범바예'. [사진 필굿뮤직]

타이거JK는 다음 달 드렁큰타이거 10집으로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그는 일찌감치 이번 앨범이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으로서는 마지막 앨범이라고 선언했다. 1999년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로 데뷔해 2005년 DJ 샤인의 탈퇴 이후에도 꾸준히 고집해온 비주류적 색깔이 디지털화된 현재 시장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드렁큰타이거의 선공개곡 ‘범바예’ 등이 90년대 힙합을 추억하고 복기하는 반면, 윤미래의 신보엔 최신 힙합 트렌드가 고루 반영돼 있다”며 “방식은 다르지만 빈민가에서 자라 일확천금을 얻은 미국식 서사를 맥락 없이 답습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들이 처한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적절히 녹여냈다”고 평가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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