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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윤종원이 대통령 체면을 세우려면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70%에 가깝다. 이런 인기의 원동력은 일촉즉발의 한반도 긴장 상황을 평화 분위기로 반전시킨 외교안보 리더십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제 쪽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일자리 정부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대형 고용참사가 빚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넉 달 연속 신규 취업자 수가 20만 명대 아래로 떨어지고 청년실업률은 10.5%로 사상 최악이다. 게다가 소득계층 상·하위 20%의 올 1분기 가계소득 격차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올 1분기 소득분배 악화는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씁쓸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절제됐지만 실망감을 이보다 더 강하게 표현할 순 없다. ‘서민과 중산층이 잘 사는 나라’를 약속한 그로선 체면을 구긴 성적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어떻게든 상황 반전을 위한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 홍장표에서 윤종원으로의 경제수석 교체다. 이들 둘은 표면적으론 공통점이 많다. 1960년 같은 해 태어난 이들은 수재들로 나란히 서울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경제학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또 홍장표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윤종원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신 것도 공통분모다.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홍장표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주로 강의와 연구에 주력했다. 지난해 7월 청와대 합류 직전까지도 부경대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이때까지 줄곧 설파한 것이 ‘실질 임금이 오르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고 노동생산성이 향상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소득주도성장이었다. 그는 경제수석을 맡은 뒤 이 가설을 입증하려고 무척 애썼다. 고용참사가 빚어진 뒤에도 임금근로자만 따로 떼어내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주장을 펴게 하는 무리수까지 둔 배경이다.
 
윤종원은 정통 경제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행시 27회를 통해 일찌감치 재무부로 들어가 미국 UCLA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기획재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이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역임하면서 거시경제를 섭렵했다. 주류의 길을 걸어와 균형 잡힌 시각에다 정부부처와의 정책 조율 역량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당장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종원을 소개하면서 “소득주도와 혁신성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성과를 신속하게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윤종원의 기용은 기존 정책의 궤도 수정이 아니라 적극적 집행에 필요한 새로운 동력의 투입을 의미한다. 장하성 정책실장 역시 홍장표를 떠나보내면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새로운 변화와 추진력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의 변함없는 추진을 선언한 것이다. 문제는 올 연말에도 경제지표를 통해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면 국민이 실망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견고한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윤종원은 소득주도성장의 수술에 앞장서야 한다. 소외된 계층을 보듬어야 한다는 포용적 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이 같다는 물타기식 대응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청와대의 직속 상관인 장하성 정책실장의 당위론과 정부 경제 컨트롤타워인 김동연 부총리의 현실론이 충돌할 때는 냉정한 조율자로 나서라. 그러면서 노동개혁과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 체질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런 역할을 못 하면 윤종원은 또 한 명의 실패한 경제수석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아픈 지점”이라고 속내를 밝힌 대통령의 구겨진 체면을 다시 세워주기도 어렵게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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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