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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란 부른 특별위원회 정치 … 특위 뒤에 숨는 건 비겁하다

현 정부는 출범 후 중대한 국정 과제마다 위원회를 구성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겼다. 이 중 상당수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했다. 청와대 내 국정과제협의회 산하에만 정책기획위원회·일자리위원회·국가교육회의 등 10개 가까운 위원회가 있고, 각 위원회 밑으로 구체적 현안을 담당하는 특위나 TF를 두고 있다. 직속 기구를 많이 둔 것은 대통령이 직접 국정을 챙기겠다는 의미다. 복잡한 정책 환경에서 한 부서나 기구에만 전권을 부여할 수도 없는 데다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이라는 전 정부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위원회가 실제 일을 추진하는 부처와 손발이 맞지 않거나 내놓는 안이 현실과 맞지 않아 정책 혼선을 빚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가 내놓은 금융소득 종합과세안이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닥친 것이 적나라한 사례다. 특위의 건의대로 과세 기준 금액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면 이자나 배당소득을 받는 중산층이나 은퇴자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재부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보인 이유다. 특위의 권고안은 발표 직전까지도 관련 부처와 조율이 없었을 뿐 아니라 참여연대가 올 3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 건의서’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특위 구성원 중 기재부 세제실장 등이 반대했지만 시민단체 출신 위원들이 권고안을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기재부가 밝힌 입장이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진화에 나섰다. 특위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 설명대로 특위의 역할은 주요 정책을 권고하는 것으로, 실제 정책의 입안과 실행은 주무 부처인 기재부의 몫이다. 그러나 현 정부 정책 결정에서 차지해 온 대통령 직속 기구의 위상을 생각하면 청와대의 설명은 쉬 납득이 어렵다. 김동연 부총리도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해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세제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온 바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가 유명무실한 경우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 문제를 국가교육회의로 떠넘겼지만 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특위는 “전형 비율 결정이 힘들다”고 버텼다. 일자리위원회 산하 ‘범정부 청년 일자리 대책 TF’, 청와대 내 ‘최저 임금 TF’ 등이 구성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찾기는 힘들다.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제구실 못 하는 직속 기구는 정리해야 한다.
 
차제에 청와대는 증세 같은 부담스러운 문제를 자문기구에 미룰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현 정부는 복지 증대와 재정 역할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국민 증세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솔직한 답은 해 오지 않았다. 내실 없이 자문기구만 자꾸 만들면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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