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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촉 미스터리… 스파이 부녀 쓰러진지 넉달 만에 영국 남녀 당했다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된 영국 남녀 찰리 롤리(45·왼쪽)와 던 스털저스(44). [페이스북=BBC 캡처]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된 영국 남녀 찰리 롤리(45·왼쪽)와 던 스털저스(44). [페이스북=BBC 캡처]

영국이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미수 사건 이후 넉달 만에 다시 '노비촉' 공포에 휩싸였다. 남부 월트셔주 에임즈버리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 중인 40대 남녀가 노비촉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노비촉은 러시아가 개발한 군사용 신경작용제로 김정남 암살에 쓰인 VX보다 독성이 10배나 강하다. 

솔즈베리 인근 에임즈버리 집에서 혼수상태로 발견
영국 대테러당국 "스크리팔 사건과의 연관성 수사"
안보전문가 "넉달 전 잔여물에 당했을 가능성 커"

 
4일(현지시간) 영국 경찰은 지난달 30일 에임즈버리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남녀가 노비촉에 노출됐었다는 영국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닐 바수 영국 경찰 대테러대책 본부장은 이날 성명에서 "두 사람이 (공격의) 표적이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대테러 담당 경찰이 수사를 이끌고 있으며 스크리팔 사건과의 연관성 여부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영국 국적 커플인 던 스털저스(44)와 찰리 롤리(45)는 에임즈버리 집에서 차례로 쓰러진 채 발견돼 긴급 후송됐다. 지난 3월 러시아 전직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가 혼수상태로 발견됐던 솔즈베리에서 13㎞ 떨어진 곳이다. 지인들은 이들 커플이 지난 주말 솔즈베리를 방문했다고 CNN에 확인해줬다. 이들은 현재 스크리팔 부녀가 치료 받고 퇴원한 솔즈베리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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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은 즉각 이번 사건을 '중대 사건'으로 선언하고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들이 방문했던 교회 등엔 출입이 통제됐고 인근 엘리자베스여왕 공원은 폐쇄됐다. 보건당국은 "시민들이 치명적인 위협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의문스런 물질을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 이웃 주민은 "지난번엔 솔즈베리, 이번엔 여기"라면서 "아들이 종종 잔디밭에서 뛰어노는데 불안하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된 40대 남녀가 혼수상태로 발견된 에임즈버리는 지난 3월 스크리팔 부녀가 같은 상태로 발견됐던 솔즈베리에서 불과 13㎞ 떨어져 있다.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된 40대 남녀가 혼수상태로 발견된 에임즈버리는 지난 3월 스크리팔 부녀가 같은 상태로 발견됐던 솔즈베리에서 불과 13㎞ 떨어져 있다.

경찰은 이들이 어떤 경로로 노비촉에 노출됐는지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닐 바수 수사본부장은 “두 사람이 스크리팔 부녀 사건 이후 오염물질이 제거된 장소들을 최근 방문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학무기 전문가들은 두 사건에 쓰인 물질이 같은 데서 나왔을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BBC방송은 "가장 확실한 가설은 스크리팔 사건 때 쓰인 물질을 누군가 함부로 버렸고 거기에 이번 커플이 노출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솔즈베리 사건 때 스크리팔 부녀는 자택 현관문 손잡이에 묻혀진 젤 타입의 노비촉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후 이들이 거쳐간 BMW 승용차와 식당 등에서도 신경작용제 성분이 일부 검출됐다. 대테러당국은 수개월에 걸쳐 스크리팔 부녀의 동선을 따라 잔여물질을 처리해 왔다. 
 
스털저스-롤리 커플이 스크리팔 사건의 잔여물에 의한 피해를 입었다면 당국은 사건 처리에 미흡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더타임스는 화학무기 전문가를 인용해 순도 높은 노비촉이라면 넉달이 지나도 치명적 독성을 유지할 수 있고 "한 두 방울이면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솔즈베리에서 일어난 무모하고 잔인한 공격에 이어 발생한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조사와 관련해 5일 정부 비상대책회의(COBRA)를 주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맹독성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오른쪽)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사진 율리아 SNS]

맹독성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오른쪽)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사진 율리아 SNS]

이번 사건이 스크리팔 부녀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영국과 러시아 간의 외교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시 영국은 러시아 당국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가 영국에 화학무기 테러를 가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를 완강히 부인하면서 서방과 러시아 간에 대규모 외교관 맞추방이 전개되는 등 커다란 파장을 불렀다. 
 
전직 러시아 군정보부 장교 출신인 스크리팔은 2006년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의 신상정보를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에 넘긴 혐의로 기소돼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맞교환 때 석방돼 영국으로 건너왔다. BBC는 스크리팔 부녀가 노비촉 사건 전 몇 달 동안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받았다고 4일 보도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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