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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한 목사의 처절한 고백 "교회와 인문학 불태워버리고 싶다"

『죽은 신의 인문학』-이상철 지음, 돌베개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 특히 ‘1부. 파국의 윤리’는 근현대 철학사상의 흐름을 개괄하면서 푸코, 레비나스, 데리다, 라캉, 지젝 등을 살피고 타자, 환대, 욕망의 문제를 되짚는다. 그 끝에서 저자 이상철 목사(한백교회)는 ‘파국의 윤리’를 강조한다. ‘파국의 윤리’는 자본 숭배, 여성‧동성애‧외국인 혐오, 레드콤플랙스, 서열주의, 지역주의 등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관성의 법칙들을 거스르는 것이다. “회개하여라!”는 예수의 외침은 우리를 지배하는 현실의 법칙을 거슬러 반대로 걸어가라는 뜻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20세기 한국 개신교계의 정체성 정치를 위한 토대가 ‘빨갱이’ 혐오와 종북몰이였고 21세기에는 동성애 혐오다. 중세 교회가 위기에 빠질 때 정점에 달했던 마녀사냥 열풍이 한국 교회의 위기 국면에서 동성애 혐오로 나타난다. 부도덕과 부패로 인한 교회의 위기를 무마하는 수단으로 동성애 혐오를 부추긴다. 성경에 나온 무수히 많은 죄의 항목들을 외면하고 동성애만 부각시키는 일부 한국 개신교의 행태는, 성경을 혐오의 도구로 써먹는 천박한 한국 교회의 민낯이다.
 여성 혐오는 또 어떤가? 한국 교회는 오랜 세월 여성 차별을 구조화했다. 성경과 교리를 핑계 삼아 제도적으로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기도록, 교회 내 여성의 자리를 순종에 머물도록 했다는 것. 목사 후보생 교육을 받고 치르는 면접에서 여성 신학생 상당수가 남성 목사의 질문에 당혹해 한다. “여자가 신학을 해서 뭐하려고?” “신학교에서 연애해서 (목사) 사모 되면 되겠네.” 가장 진보적인 교단이라 자부하는, 이 목사 자신이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조차 편견과 차별의 벽은 높다고 고백한다.
 
 이 목사의 통렬한 반성은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 성찰에서 정점을 이룬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 한국 교회는 여성 혐오와 동성애 혐오가 강화되고 대형 교회 부자(父子) 세습 문제가 터졌으며 염문과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 교회가 종교개혁의 대상임을 스스로 보여주었던 것. 교회 내 비민주적 관행, 성직 권력의 오남용, 사회 변화에 무심한 젠더 감수성, 자본의 유혹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삶의 방식, 이런 것들을 재검토하는 것이 21세기 한국 땅에서 종교개혁적 인간이 되는 출발이다.
 "기독교가 이른바 개독교가 되어버린 이 땅에서 차라리 교회를 불태워야 하는 것이 능욕당하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양심이 아닐는지. 나만의 힐링과 스펙 쌓기에 경도된 인문학은 쓰레기와 같아서 그냥 처박아버리는 것이 이 사회를 위해 더 좋지 않은지." 목사임에도 이렇게 불경한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 번은 한다는 이상철 목사가 이 책을 시작으로 다져나가려는 하나의 출로는 ‘인문/신학 담론’이다.
 전통적으로 미묘한 적대 감정이 흐르는 사이인 인문학과 신학이 우리 사회와 세상의 현실을 바탕으로 소통하면서 각자의 부족과 과잉을 대면하고, 서로에 대해 일종의 상담가가 되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 이런 관계를 표현한 것이 바로 ‘인문/신학’이다. 이 책이 그 서설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이후 작업에 기대가 커진다. 김진호 목사의 『시민 K, 교회를 나가다』(현암사), 김진 목사의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위즈덤로드) 사이에 꽂아두고자 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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