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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식 재벌개혁, 이번엔 지주회사 손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엔 지주회사를 겨냥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환집단(지주회사·소속회사의 자산이 기업집단 총자산의 절반 이상) 지주회사의 매출액에서 배당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8%에 그쳤다. 손자회사·증손회사를 세워 지배력을 높이고, 내부거래로 지주회사의 이익을 늘린 정황도 포착됐다. 김상조식 재벌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가 3일 ‘지주회사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SK·LG·GS 등 전환집단 지주회사 18곳의 경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배당 수익의 비중이다. 통상 지주회사는 특별한 사업을 하지 않는다. 소속회사 주식 보유에 따른 배당금이 주 수입원이다. 그런데 실제 살펴보니 배당 외 수익이 43.4%로 배당 수익을 앞질렀다.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컨설팅 수수료 등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부영과 셀트리온은 배당 수익이 아예 없었고, 한라(4%)·한국타이어(15%)·코오롱(19%) 등도 비중이 매우 낮았다.
 
3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3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들 지주회사는 주로 자회사보다는 손자·증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 평균 소속회사는 2006년 15.8개에서 2015년 29.5개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자회사 수는 평균 9.8개에서 10.5개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손자회사는 6개에서 16.5개로 증가했다. 총수 일가가 직접 출자 부담을 지지 않는 손자회사를 활용해 덩치를 키웠다는 의미다.
 
지주회사는 총매출액 중 자·손자회사 등과의 내부거래 비중도 55.4%로 상당히 높았다. 이는 전체 대기업집단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인 14.1%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내부거래 금액도 2013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부분은 내부거래 공시 기준(50억원)에 미치지 않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거래도 수의계약 방식이라 기업 내·외부의 감시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주회사는 적은 자본으로 과도하게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1986년부터 설립이 금지됐다. 그러나 1999년 기업 구조조정 촉진과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일부 허용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설립 요건을 완화해 사실상 정부가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했다.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30%에서 20%(상장회사)로 낮췄고, 부채비율도 100% 이하에서 200% 이하로 완화했다. 100% 증손회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주식 처분 시점으로 늦춰주고, 법인세 감면 혜택도 줬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지주회사 제도의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유도’에서 ‘제한’으로 규제 방향의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 자체를 막기보다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사익 편취 등을 차단하는 보완 장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봉삼 국장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기업집단분과)에서 개선 방향을 논의 중”이라며 “향후 토론회·간담회 등 외부 의견 수렴을 거쳐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엔 이미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부채비율 제한을 100%로 강화하고 지분 의무 보유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 사업 관련성이 있는 손자(증손)회사만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 복수 자회사의 손자회사 공동 출자를 금지하는 방안 등이 언급된다. 공정위는 지주회사에 주는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공정위의 움직임이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팀장은 “세계적인 명품회사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도 배당 수익 비중이 50% 정도”라며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기준이 불명확한데 배당 외 수익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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