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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주택보유자ㆍ금융자산가 타깃…"경기 어려운 상황에 증세 부적절" 지적도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증세 방향이 구체화됐다. 다주택자 혹은 고가 부동산 보유자와 금융 자산가들이 주 타깃이다. 부동산 보유자에 적용되는 세율 및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동시에 올라갈 것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특별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했다. 또 금융소득종합과세 과세 대상을 기존 1인당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에서 1000만원 초과로 확대안도 정부에 내놨다. 지난해 세법개정 작업을 통해 올해부터 법인세ㆍ소득세율을 올린 데 이어 일부 고소득 층을 타깃으로 한 ‘핀셋 증세’가 재현될 수 있다.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위가 3일 부동산 보유세 권고안을 확정했다. 이날 오후 서울 잠실 아파트의 모습. 뉴스1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위가 3일 부동산 보유세 권고안을 확정했다. 이날 오후 서울 잠실 아파트의 모습. 뉴스1

 
재정개혁특위는 3일‘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확정해 정부에 전달했다.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은 3일 “권고안은 재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재정지출 효율성을 높이고, 공평 과세와 조세제도 합리화로 조세정의 실현에 역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권고안을 검토해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종부세 개편안의 경우 정부안을 오는 6일 공개한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건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향이다. 부동산과 세금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다. 이 두 사안과 모두 연결된 게 바로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 + 재산세)다. 이미 지난해 여권에서 보유세 인상 군불을 땠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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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 부총리는 당시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경우 초과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은 대안 중 하나로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재정특위가 지난 4월 출범해 보유세 개편방안을 논의했고 이날 권고안을 정했다.
 
권고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율의 동시 인상을 권고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과표)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말한다. 공시가격의 100%를 과표로 삼을 경우 세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종부세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80%다. 권고안은 해마다 연 5%포인트 씩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게 현실화하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에는 85%, 내후년에는 90%로 올라간다.  
 
재정개혁특위는 또 종부세율의 경우 주택(공시지가 6억원 이상 대상, 1주택자는 9억원)) 기준으로 현재 0.5~2%인 세율을 0.5~2.5%로 올릴 것을 권했다. 고가 주택 보유자에 부담을 더 지운다. 권고안에 따르면 과세표준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종부세율은 0.5%로 같고 과표 6억~12억원 주택의 경우 종부세율이 0.75%에서 0.8%로 0.05%포인트 소폭 올라간다. 반면 과표 94억원 초과 주택에 적용되는 종부세율은 2%에서 2.5%로 0.5%포인트 늘어난다. 공시지가 5억원 이상인 종합합산토지에 대한 종부세율은 0.75~2%에서 1~3%로, 공시지가 80억원 이상인 별도합산토지에 대해선 0.5~0.7%에서 0.7~0.9%로 인상하는 방안을 권고안은 담았다.
 
재정개혁특위는 “종부세는 2008년 제도개편 이후 납세 인원과 종부 세액이 급감하는 등 과세 형평성이 약화됐다”라며 “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다주택자에 대해선 “세 부담 강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고만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고 공을 정부에 넘겼다. 재정개혁특위는“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개편 내용은 정부에 선택의 여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부세 권고안이 현실화할 경우 34만6000명이 연간 1조1000억원의 세금을 더 낼 것으로 재정개혁특위는 추산했다. 시가 10억~30억원을 기준으로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최대 15.2%, 다주택자는 22.1%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재정개혁특위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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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고안에서 금융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도 눈에 띈다. 은행 이자나 주식 배당금 등의 금융소득은 액수에 상관없이, 기타 소득의 유무 및 다과와 관계없이 15.4%(주민세 10% 가산 포함)의 정률로 세금이 부과된다. 부자나 저소득층이나 세율이 똑같다. 다만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정부는 1996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제도를 도입하면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부합산 금융소득 4000만원 초과 가정에 대해서만 종합과세를 했다. 나머지 금융소득자에게는 종전대로 분리과세를 했다. 2002년 부부합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서 기준 금액이 1인당 4000만원 초과로 변경됐고, 2013년 1월부터는 1인당 2000만원 초과로 낮아졌다.
 
권고안은 이 기준을 1인당 1000만원으로 더 낮추자는 것이다. 재정개혁특위는 “금융소득자 간, 금융소득자와 비금융 소득자 간 조세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명목세율을 건들지 않고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어서 사실상 ‘증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안에 따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 대상자는 현재 9만명에서 4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31만명이 세금을 더 낸다는 뜻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귀속 지표를 근거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 종합과세 대상 기준을‘금융소득 1000만원 초과’로 낮출 경우 세수는 연간 13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재정개혁특위는 “기준금액 인하 시 금융 외 소득 규모에 따라 종합소득세율 과표구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세수 효과 추정은 곤란하다”라고 밝혔다.
 
권고안에는 주택 임대소득세 개편도 담겼다. 현재 소형주택(기준시가 3억원이면서 60㎡ 이하 주택)의 보증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재정개혁특위는 이런 과세특례를 축소 또는 올해 말 예정된 일몰을 종료해야 한다고 권했다. 역시 임대소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방향이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증세의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 형평성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세율 인상의 필요성이 일부 있다”라면서도 “경기 둔화 시그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시점에 증세를 해야 하는 지는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세금을 많이 걷는다는 건 민간에서 돌아가는 돈을 뺏는다는 의미도 있다”라며 “미국 등 주요국이 법인세율 인하로 경기 부양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세금을 예상보다 많이 걷히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세율을 올려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라며 “증세를 하려면 걷은 돈을 어느 분야에 쓸지도 논의해야 하는데 조세 형평성만 강조해 부자에게 세금을 걷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보유세제 개편 관련 부동산 보유세를 올린 만큼 거래세를 내려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권고안은 미흡하다”라며 “다주택자들에 초점을 맞춰 보유세를 인상하고 대신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는 낮춰 2주택 보유자 등이 집을 팔 수 있는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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