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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비싸거나 집이 많거나…이들이 종부세 1조 더 낸다

보유세 산정에 적용되는 과표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연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현재 2%인 종합부동산세율 최고세율도 2.5%(주택 기준)로 오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연간 2000만원에서 연간 1000만원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비싼 주택에 거주하거나 이자ㆍ배당 소득이 많은 사람의 세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3일 이런 내용의 ‘재정개혁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 권고안을 토대로 이달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며,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바뀐 세제가 국민에게 적용된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증세 방향이 구체화한 것이다. 지난해 세법개정 작업을 통해 올해부터 법인세ㆍ소득세율을 올린 데 이어 일부 고소득 층을 타깃으로 한 ‘핀셋 증세’가 재현될 수 있다.  
 
자료: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자료: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재정개혁특위는 3일‘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확정해 정부에 전달했다.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은 3일 “권고안은 재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재정지출 효율성을 높이고, 공평 과세와 조세제도 합리화로 조세정의 실현에 역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금을 매기기 위한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을 얼마나 반영할지 결정하는 비율이다. 현재 종부세는 80%로 정해져 있다. 이 비율이 올라가면 그만큼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이 커지면서 세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이를 100%까지 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공정시장가액 조정은 부동산시장의 동향과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인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어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종부세율은 구간별 세율을 차등 인상해 누진성을 강화했다. 과세표준 6억~12억원 주택은 현행 0.75%에서 0.8%로, 12억~50억원은 1%에서 1.2%로, 50억~94억원은 1.5%에서 1.8%로, 94억원 초과는 2%에서 2.5%로 올린다. 
 
현재 시가 30억 원(공시가격 21억 원) 규모의 다주택 보유자는 462만 원을 종부세로 낸다. 개편안에 따라 세율이 오르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90%로 높아지면 종부세는 636만 원으로 지금보다 174만 원(37.7%) 늘어난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으로 영향을 받는 과세 대상 인원은 34만6000명으로 예상 세수 증대 효과는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가 10억원~30억원을 기준으로 1주택자 종부세 세 부담은 0~15.2% 증가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6.3~22.1% 증가한다는 게 위원회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본지가 김종필 세무사에게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도곡동 소재 도곡레슬(전용면적 119.89㎡) 보유자의 종부세 납부액은 올해 60만9020원에서 내년 64만7080원으로 늘어난다.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154.97㎡)는 538만7320원에서 645만4650원으로,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전용면적 235.31㎡)은 1126만4060원에서 1444만4920원으로 세 부담이 뛴다.
 
다만 이번 권고안에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방안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실수요 목적이 아닌 투기목적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 강화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개편내용은 정부에 선택의 여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안은 보유세 개편은 1주택자의 ‘조세저항’은 최소화하고,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소유자의 부담을 늘린다는 큰 그림에서 이뤄졌다. 여론 반발과 소비감소 등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조세 형평 추구’라는 선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핀셋’ 증세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정책의 강도는 예상보다 세지 않지만, 부동산시장 규제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하겠다는 시그널이 확실히 전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불황을 겪고 있는 지방 부동산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강남권은 지난해부터 ‘똘똘한 한 채’로 주택 수를 줄인 사람들이 많아서 물량 출회로 인한 가격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종부세제 개편 정부 계획안을 오는 6일 발표하고, 최종 정부안은이달 말에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시세의 약 50~70% 수준에 불과한 공시가격을 현 시세에 맞게 올리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 중이다. 매년 한 차례 공시하는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시 지가는 세금 부과뿐 아니라 부담금 등 60여 개 행정 목적에 사용돼 조세 저항이 클 수 있다”며 “공시가격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금융소득의 경우 종합과세 대상을 확대한다. 현재 이자ㆍ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이 안 되는 사람은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도 자산으로 따지면 수억원 이상의 부자이기 때문에 특혜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특위는 종합과세 대상을 1000만원 이하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이 경우 과세대상자 수는 기존 신고인원 9만여 명에서 40만여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4년 귀속 지표를 근거로 과세 기준을 권고안처럼 변경할 경우 세수가 연간 13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개혁특위는 “기준금액 인하 시 금융 외 소득 규모에 따라 종합소득세율 과표구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세수 효과 추정은 곤란하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목표로 적극적인 재정을 강조했던 만큼 증세 행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극적 재정이란 그만큼 나랏돈을 많이 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증세의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 형평성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세율 인상의 필요성이 일부 있다”라면서도 “경기 둔화 시그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점에 증세를 해야 하는 지는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세금을 많이 걷는다는 건 민간에서 돌아가는 돈을 뺏는다는 의미도 있다”라며 “미국 등 주요국이 법인세율 인하로 경기 부양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세금을 예상보다 많이 걷히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세율을 올려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라며 “증세를 하려면 걷은 돈을 어느 분야에 쓸지도 논의해야 하는데 조세 형평성만 강조해 부자에게 세금을 걷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손해용·하남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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