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발길 닿는 대로 오키나와 해안도로를 "고 고"

기자
현종화 사진 현종화
[더,오래] 현종화의 모터사이클 이야기(11)
오키나와 4일째 아침. 난 그동안 아주 많은 장, 단거리 투어를 다녀봤다. 한데 나이를 먹어서일까? 잠자는 곳이 이렇게 중요한 줄 절실히 깨달았다. 공항 인근의 아사히바시 전철역 가까이에 있는 캡슐 호텔에서의 하룻밤은 끔찍했다.
 
화장실을 갈 때도 삐거덕거리며 소리가 나고 몸을 뒤척여도 소리가 난다. 나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나만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동(?)에 자는 사람의 뒤척임과 코 고는 소리, 드나드는 소리가 모두 들린다.
 
술을 한잔했지만 코 고는 소리에 새벽에 눈을 떴다. 다크 서클이 눈 밑까지 드리운 얼굴로 바이크에 올랐다. 아침 날씨도 몸 컨디션만큼 우중충했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오후에 해가 뜬다고 했다.
 
한국 시골길 같은 '평화공원' 가는 길
여행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나 같은 경우 계획을 별로 세우지 않는다. 그리고 친절한 영식씨와 이미 중요한 관광지는 돌아봤기 때문에 오늘은 발길 닿는 대로 달리기로 했다. 닌자 250에 시동을 걸고 무작정 남쪽으로 출발했다. 벌써 3일째 오키나와 도로를 달리지만 아직도 좌측통행이 익숙하지 않다. 최대한 안전을 생각하며 이토만시 쪽으로 달렸다.
 
1차 목적지는 평화공원. 평화공원으로 달리는 길은 한국의 시골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심지를 벗어나니 평택이나 논산쯤의 농촌을 달리는 것 같은 느낌?
 
표지판만 일본어일 뿐 도심지를 벗어나니 평택이나 논산쯤의 농촌을 달리는 것 같은 느낌? [사진 현종화]

표지판만 일본어일 뿐 도심지를 벗어나니 평택이나 논산쯤의 농촌을 달리는 것 같은 느낌? [사진 현종화]

 
아침 날씨는 그렇게 좋지 않더니 평화공원에 도착하니 해가 구름 사이로 들락날락한다. 나는 역사적 장소에 관심이 많다. 이 평화공원은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곳이라는 정도만 소개하겠다. 잠시 구경한 후 나와 서쪽 해안도로만 골라 무작정 달렸다.
 
프로펠러를 등에 매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터패러글라이딩 마니아들을 만났다. 파도치는 바다를 보니 멀리서는 뭔가를 잡으러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잠시 손을 흔들어주고 사진을 한 후 다시 바이크에 올라탔다. 갈수록 농촌 풍경이 짙어진다. 농로를 달리다 막다른 곳에서 돌아가기도 하고 다시 해안도로를 천천히 달리며 서쪽 해안을 내 눈에 담았다.
 
평화공원 부근 해안도로. 사진 속 장소가 정확히 어딘지 모른다. 해안가 어디를 가도 이 정도 풍경은 볼 수 있다. 이것이 오키나와의 매력이다. [사진 현종화]

평화공원 부근 해안도로. 사진 속 장소가 정확히 어딘지 모른다. 해안가 어디를 가도 이 정도 풍경은 볼 수 있다. 이것이 오키나와의 매력이다. [사진 현종화]

 
투어를 많이 하다 보면 어느 지점에 어느 정도 풍경이 있겠구나 하는 일종의 감이 오는데 역시 꽤 그럴싸한 공간을 만났다. 겁도 없이 레플리카 바이크를 모래사장으로 끌고 들어가서 촬영을 했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한참이나 ‘멍 때리고’ 있었다. 우리가 캠핑가서 모닥불을 보며 ‘멍 때리는’것처럼. 어쩌면 이것이 궁극의 힐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컨셉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오늘은 취재를 떠나 나만의 힐링 투어가 돼버렸다.
 
많은 라이더가 투어 할 때 무거운 대배기량 바이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촬영지를 개척하거나 언제 막다른 길을 만날지 모르는 초행길은 250~300cc급 쿼터가 훨씬 유리하다. 처음 가는 길은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니 말이다. 그리고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좁은 길에서 유턴하기에도 유리한 바이크가 좋다.
 
여유롭게 투어를 즐기다 보니 해가 길어진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해변 경치를 감상하다가 다시 숙소로 바이크를 돌렸다.
 
어쩌다 보니 나만의 힐링 투어가 돼버렸다. 사진 속 장소는 나시로 해변 부근으로 추정된다. [사진 현종화]

어쩌다 보니 나만의 힐링 투어가 돼버렸다. 사진 속 장소는 나시로 해변 부근으로 추정된다. [사진 현종화]

 
전지훈련 온 일본 야구선수들에 밀려 노숙 위기  
원래 계획은 빨리 숙소로 돌아가 캡슐 호텔이 아닌 곳으로 옮기고자 했다. 하지만 영식씨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어왔다. “일본 야구팀이 모두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와서 숙소가 모두 예약돼버린 상황이다. 다른 숙소를 구할 수가 없다.” 아, 이게 뭔 일인가? 게다가 캡슐 호텔에서는 하룻밤만 자기로 해서 당장 짐을 빼야 할 상황이었다.
 
다른 숙소가 없다니 다시 캡슐 호텔에서라도 잠을 자야 하는데 캡슐 호텔도 선수들을 따라온 팬들 때문에 자리가 없단다. 이건 완전히 예상 못 한 상황이었다. 오키나와 한복판에서 노숙할 판이다.
 
영식씨 부부는 오만 군데 다 전화를 했지만 도저히 숙소를 못 찾겠다고 나보다 더 걱정이다. 어찌 보면 오다가다 만나 사람인 나 때문에 이렇게 걱정을 하다니, 참 착한 사람들이다. 영식씨에게는 “PC방에서라도 잘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쳤지만 속으론 ‘진짜 노숙이라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키나와의 '명동' 국제거리, 기념품 쇼핑 천국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국제거리.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그다지 국제적인 요소가 없었다. 그냥 밤에 심심하다면 쓱한 바퀴 돌아보는 정도는 괜찮을지도. [사진 현종화]

 
노숙할 때 하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하는 법. 오키나와의 밤거리를 구경해 보기로 했다. 영식씨는 ‘국제거리’로 나가보란다. 바이크를 타고 다시 나하시의 밤거리로 나갔다. 국제거리는 캡슐 호텔에서 6km 정도로 그리 멀지 않다.
 
아마도 패키지여행이라면 가이드는 반드시 이곳에 데려갈 것이다. 왜냐면 오키나와 국제거리는 한국의 명동 같은 곳이기 때문에 기념품 쇼핑에는 좋다. 하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온통 기념품 가게에 먹을거리도 너무 비쌌다. 적어도 나에게는 특별히 눈요기할 것도 없었다. 
 
오키나와의 밤거리를 대표하는 국제거리라고 하지만 여기서 돈 쓰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국제거리는 그다지 국제적인 요소가 없었다. 그냥 밤에 심심하다면 쓱한 바퀴 돌아보는 정도는 괜찮을지도.
 
현종화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hyunjonghwa74@hanmail.net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